어쩌다 reading/영화읽기

망상으로 출발하는 희망이야기 '투스카니의 태양'

노코미스 2015. 6. 12. 18:24

 


투스카니의 태양 (2004)

Under the Tuscan Sun 
8.7
감독
오드리 웰스
출연
다이안 레인, 라울 보바, 케이트 월쉬, 숀 캐플런, 누치오 시아노
정보
코미디 | 홍콩, 미국 | 113 분 | 2004-04-23

 

"지금 내형편에 그런것들은 모두 망상에 가까워요~"

 

"망상? 그게 어때서요?

그런것도 괜찮지 않나요?"

 

이 영화는 실제 프랜시스라고 하는 작가의 자전적 소설을 영화한 것이라 들었던 것 같다.

 

대학에서 문학강의를 하면서 작가로서 또는 비평가로서 특히,

중년 남성들의 바람기에 대해서 도대체 납득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가진,

나름 남편에 대한 신뢰와 결혼생활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사는 미모의 여교수 프랜시스.

 

그런 여자가 하루아침에 남편으로터 배신을 당하고 모든 삶의 희망을 빼앗겨버린다.

"한번도 당신을 사랑했던 적이 없었다"라는 비수와 함께..

 

캘리포니아의 이상한 주법 때문에 위자료 청구는 커녕 오히려 모든 재산을 위자료로 내어주고

집까지 빼앗기고는 절망밖에 남은 것이 없는 상태에 있을 때

게이 친구의 위로 선물로 억지로 억지로 떠밀리듯 토스카나로 낭만여행을 떠나게 된다.

 

Cortona in Tuscan

잠시 정차하여 만나게 되는 토스카나의 중세 소도시 코르토나.

 

'코르토나는 세상의 모든 미사 여구가 부족하게 여겨지는 곳,

시장에서 산 미지근한 포도에선 보랏빛 달콤함이 가득하고

심지어 향기까지 보랏빛으로 가득한 곳'

 

그곳에 마치 마법에라도 걸린듯이 이끌려들어간다.

 

 

 

 

손아귀에 쥔 전재산으로 이 아름다운 도시에 집을 산다는 것은 하나의 망상에 불과했지만

'망상도 적절하게 잘 다듬으면 인생을 180도 체인지 시키는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는 말은

이미 자신이 제자에게 해 주었던 훌륭한 조언이었다.

 

 다행히도 그녀에게는 망상이라도 있었고

그 망상을 실현시키는데 필요한 행운도 적절히 따라 주면서

초반의 절망과 우울은 점점 토스카나의 따뜻한 기운과 더불어 희망의 기운으로 가득찬다.

 

영화속의 주인공도 그렇지만

화면을 보고 있는 관객도 영화를 보고 있으면 토스카나의 전원에서 벌어지는 만찬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다.

올리브 나무아래 푸짐한 이태리식 만찬,

그리고 보랏빛 향내가 가득한 토스카나 포도주, 키안티 아님 몬테풀치아노일까..

 

 로맨틱한 이태리 남자와의 짧은 로맨스는 주인공에게야 비극이겠지만

함께 보는 관객에게는 마치 내가 달달한 이태리 남자와 연애를 하는 것 같은 대리만족감을 주기도 하고

덤으로 낭만적인 이태리의 해안도시의 풍경들도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힐링이 된다.

 

 

낡아 빠졌던 집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멋지게 리노베이션되었고

사람 좋아하는 이태리인들과 이웃도 되고

올리브따는 법도 배우고

성모 마리아와도 친해지고..

가까운 친구도 생기고

이 새집에서 결혼식도 하고 아기도 태어나고..

영화곳곳에 희망의 에너지들이 마구 마구 쏟아져 나온다.

 

 

 

그런 점은 분명 장점중의 장점이지만..

한편으로는 영화처럼 이렇게 해피엔딩이 되는 인생이 몇이나 될라고..

나는 오늘도 어쩌지 못하는 회의론자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니까 영화지 흥, 칫, 뽕..' 하고 본다.

 

그러나 영화는 분명 밝아서 좋다. 나에게 이 영화는 스토리보다는 영상이다. 

 

'흥, 칫, 뽕..'은

단지, 다이안 레인이 너무 예뻐서 시샘 하는 거다.

그리고 망상조차도 없는 나에 대한 흥, 칫, 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