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두 얼굴 (2014)
The Two Faces of January





- 감독
- 후세인 아미니
- 출연
- 비고 모르텐슨, 커스틴 던스트, 오스카 아이삭, 데이빗 워쇼프스키, 프로메테우스 알레이퍼
- 정보
- 스릴러 | 영국, 미국, 프랑스 | 96 분 | 2014-09-11
나는 언제나 그랬던 거 같다.
소문난 잔치집음식보다 여행길에서 우연히 들러게 된 이름없는 소박한 음식점에서 더 감동을 받았던 것처럼
영화에서도 그랬던 거 같다.
소문난 개봉관 영화보다는 철지난 영화중에서 우연히 집어든 영화에서 감동을 받고 좋은 작품을 발견하는 경우들이 더 많았던 거 같다.
'1월의 두얼굴'도 그런 영화중 하나이다.
이런 영화가 있었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던 영화중 하나였고,
그리스 여행을 준비하면서 우연히 알게 된 작품이었는데 이것이 묘한 매력을 준다.
그 묘한 매력이란게 뭐냐면..
처음 볼 때는 " 이게 뭐지?" 한다.
그런데도 심연으로 들어가보면 뭔가가 분명 있을 거 같다는 느낌이 온다.
분명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닐 것'이라는 느낌이 있다.
그런 느낌이 왔을 때 포기해버리면 그것으로 끝이다.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그런 느낌이 왔을 때 마치 추리소설 작가나 된듯이 영화속에 장치된 상징물들을 하나씩 찾아내고
그 상징물을 가리고 있는 덮개를 하나씩 벗겨가기 시작하면
영화는 매우 다른 모습으로 내 앞에 서있게 된다.
이 영화는 시작에서 끝까지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인간의 심연을 건드려 보려는 영화로 나는 보았다.
마치 영화를 보는 내내 '신화의 미궁'을 헤메는 듯한 느낌을 갖는다.
그래서 그리스 신화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그 즐거움은 배가 될 것이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그리스 신화 및 상징
1) 제목 '1월의 두 얼굴'
왜 1월이었을까?
하룻밤을 고민했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계절은 여름의 끝자락인 9월이 배경이다. 그런데 왜 1월이냐고?
영화속에서 1월을 상징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시 고민을 해 보았다.
그렇다면 1월이라는 계절이 갖는 양면성이란 무엇일까? 검색을 해 보았다.
답이 나온다.
한국어 해석을 해서 '1월'이지 원제목은 ' the two faces of January'이다.
January의 어원은 라틴어 'Janus'에서 파생된 단어이고,
야누스는 그리스신화에서 탄생한 두 얼굴을 가진 신이다.
태생적으로 1월은 시작과 끝이라는 두 얼굴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것 처럼
이 영화에 나오는 인간들도 '야누스적 양면성'을 벗어날 수 없는 태생적 본질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2) 아크로 폴리스와 아이게우스의 전설
영화가 시작되자 마자
코발트빛 하늘을 배경으로 하는 아테네의 아크로 폴리스와 아이게우스의 전설을 소개하는 투어가이드의 설명이 나온다.
"이곳은 아이게우스가 미노타우르스를 죽이러 간 테세우스를 기다리던 곳이다.
미션을 완성한 테세우스가 실수로 흰돛이 아닌 검은돛을 세우고 돌아오자
그것을 본 아이게우스가 아들이 죽었다고 생각하고는 지중해에 몸을 던져서 죽은 곳이다.
모두가 신의 장난이다"
실제로 아이게우스가 자살한 곳은 수니온 곶이라는 말도 있지만
장소의 정설 여부와 상관없이
첫 장면의 이 신화적 서사는 아마도 이 영화의 시작과 끝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의 첫장면에서 20년만에 다시 아테네를 방문한 미국인 갑부 체스터는
마치 흰돛을 상징하듯 아름다운 신부와 하얀색 슈트로 멋을 내고 행복해하지만
이스탄불로 옮긴 다음의 장면들은 마치 검은돛을 상징하듯 어두운 영상들로 가득찬다.
그리고 아이게우스가 신의 장난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듯이 그의 운명 역시 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3) 크노소스 미궁과 미노타우로스
미국인 갑부 체스터가 관광 가이드 라이달을 죽이고자 하는 장소가 크레타의 크노소스 유적지라는 점도 우연은 아니다.
많은 유적지들 중에서 크노소스 미궁은 미노스 왕국의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감금되어 있었던 공간이었고
또한, 영화 첫장면에서 언급되었던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기 위하여 들어갔던 그 장소가 아니었던가?
세 주인공이 크노소스로 향할 때 이미 그곳에서 음침함과 죽임의 행위가 일어날 것을 예상하게 되고
누군가는 미노타우로스처럼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된다.
4) 아가사 크리스티의 '검찰측의 증인'
감독은 영화의 보이지 않는 심연을 안내하기 위하여 신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징물들을 곳곳에 장치해 놓고 있다.
그중 하나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검찰측의 증인'이다.
체스터가 하니아에서 라이달의 방에 들어갔을 때 그의 소지품 속에 그의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이 나오고
그들의 모습 뒤로 아가사 크리스티의 '검찰측 증인'이라는 펼침막이 보인다.
아마도 연극을 보고 나오면서 함께 찍은 사진일 것이다.
이런 장치들로서 라이달이라는 인물의 속을 알 수 없는 성격을 짐작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이 영화의 흐름이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심리 스릴러형식으로 흐를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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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상징이 갖는 수수께끼를 다 풀고 나면
밋밋하고 애매하고 속을 알 수 없을 거 같던 영화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 중에서 감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인간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가 아니었을까?
왜냐하면 인간은 누구나 야누스적인 두 얼굴을 가지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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