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reading/영화읽기

사회적 페르소나의 허상속에서 실종된 나, '곤 걸'

노코미스 2014. 11. 2. 13:30

 

 


나를 찾아줘 (2014)

Gone Girl 
7.6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벤 애플렉, 로자먼드 파이크, 닐 패트릭 해리스, 미시 파일, 킴 디킨스
정보
스릴러 | 미국 | 149 분 | 2014-10-23

 

'곤걸'

 

스릴러장르로서 많은 호평을 받고 있는 영화이지만

나에게 있어서 이영화는 스릴러로서는 그닥 만족스러운 영화는 아니었다.

전환기마다 다소의 궁금증은 유발되었으나 그렇다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주는 영화는 아니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그렇게 긴장감을 주거나 스릴감을 주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섬찟함이 없잖아 있다.

 

즉,  영화를 심리학적으로 보게 될때이다. 

 

나에게 이 심리학적 현상은 두가지 포인트로 나뉘어져 보여진다.  

 

첫번째 포인트는, 결혼 5년차 부부간의 심리적 갈등에 대한 일반적인 메타포어로 해석해 볼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 개인의 정체성실종에 대한 이야기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생각한다.

 

 

 첫번째 포인트와 관련하여 볼 때,

이미 우리도 알고 있다. 결혼생활이 쉽지는 않다는 것을..

 

그것도 결혼 5년차정도 되는 부부라면..

 

처음에는 장미빛 사랑으로 시작되었겠으나

살아보니 생각보다 남편이 멋진 사람도 아니고

나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시댁이라고 갔더니 나를 온전히 무시하고..

더 웃기는 것은 그 주제에 바람까지 피고 있다.

 

정말 소리소문없이 죽여버리고 싶다. 그렇다고 내 손에 피를 묻힐 수는 없고..

어딘가에 가서 사고가 나서 죽든지 아님 누군가가 죽여주면 더 좋겠고..

 

 

아내만 그런가? 남편은 또 어떻고..

 

남편이 아내의 금빛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주는 장면은 겉으로 보기에는 참으로 행복해 보이지만

실제 남편의 속마음은 이렇다 '이 여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다. 망치로 머리를 박살내어서라도..'

섬찟하지 아니한가?

 

허나 그것은 우리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불행한 부부들의 본 모습이다.

그 본 모습들은 거의 사이코패스적 수준이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는 무의식수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지만..

 

한 때는 내가 꿈꿨던 이상형이었던 아내였고 남편..

그러나 지금은 원수보다 못한..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영화는

권태기에 접어들고 서로에 대한 불신이 쌓여가는 결혼 5년차 부부들의 내면적 모습들을

구체적인 모습으로 형상화한 메타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나는 한다.

 

정말 우리네 삶이 어떤 부분에서 스릴러 영화보다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믈론, 다소 과잉일반화한 부분이 있기는 하나

그렇다고 아니라고 부정할 수도 없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고..

 

더불어, 반대급부적으로 혼자사는 삶이 얼마나 자유로운 것인지를 다시 한번 실감하고.

 

 

 

 

두번째 포인트는

 

한 개인이,

 성장과정에서 만들어진 사회적 페르소나에 갇혀서 자신의 실존적 자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함으로해서 발생된

정체성 실종에 대한 이야기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여준인공 에이미는

어릴 때는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엄친아의 모델로 전국에 딸을 키우는 엄마와 그 또래의 딸들의 롤모델로써

온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자랐고, 얼굴만 예쁜 것이 아니라 머리까지 좋아서 하버드대학까지 나온

말 그대로 엄친딸이고 모든 남성들의 이상형이었던 여성이다. 그런데 그런 여성이 사이코패스였다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가 에이미의 어린시절 성장과정까지 보여주었다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있는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뇌과학쪽에서는 인간의 모든 생각과 성향과 행동을 대뇌생리학적으로 결정되는 부분이 많다고 말하지만

대뇌생리학적 기제역시 어린시절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는 것 또한 밝혀진 사실이다.

 

어린시절 에이미는 모든 성장과정이 대중매체에 의해서 노출되면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완벽한 딸의 페르소나를 쓰고 살아왔고 그에 따라 많은 관심과 환호를 받으며 살아왔다.

 

그녀 역시 매체에 드러난 '어메이징 에이미'는 진짜 자신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가짜 겸손이었고, 그녀는 만들어진 페르소나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었다.

 

 

 결혼을 하게 되면, 아내와 며느리, 올케 등 새로운 관계에 맞는 페르소나로

가면을 바꾸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전히 '어메이징 에이미'의 페르소나를 벗어던지지 못했다.

 

 

가난한 시집도 싫고

왕자인줄 알았던 남편도 별 볼일없는 남자였고..

게다가 서서히 자신에 대한 관심도 멀어져 가고 있고..

 

내 페르소나의 가장 어두운 부분인 셰도우가 무의식층에서 스물스물 움직이기 시작한다.

자기 성찰을 통해서 실존적 자아를 탐색하고 인식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 시간에

에이미는 왜곡된 페르소나의 그림자에 휘둘리게 되면서 자기 파멸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래서, 요약하자면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제는

실존적 자아(self)를 상실한 한 여자의 고통스런 이야기가 아닌가 하고 나는 생각하는 것이다.

 

 

 

많은 경우 제목을 보면 제목에 답이 있는 경우가 참 많다.

이번 영화 역시 그러하다. 'gone girl'

이 때 '실종'은 단순히 신체적 실종이 아닌 '정체성 실종'으로 나는 읽는다.

 

 한글 제목 '나를 찾아줘'에서도 마찬가지로

'나'란 'me' 가 아닌 'self'로 해석한다.

 

 

종합하면,

내가 본 '곤 걸'은 스릴러 영화라기보다는

싸이코드라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