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reading/영화읽기

부르고 싶은 또 다른 이름 시스터 아닌.. '시스터'

노코미스 2014. 10. 30. 22:32

 

 

 

 

 


시스터 (2012)

Sister 
8.2
감독
위르실라 메이에
출연
레아 세이두, 케이시 모텟 클레인, 질리언 앤더슨, 마틴 콤스톤, 장-프랑수아 스테브냉
정보
드라마 | 프랑스, 스위스 | 97 분 | 201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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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를 다양한 삶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는 인문학적 도구로 사용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좋은 방법이다. 한 때, 모대통령의 집권시기에 국민 우민화를 위한 3S정책에 스크린이 들어가긴 하였으나,

그런경우가 아닌 다른 많은 경우, 영화는 개인이 갖는 경험의 한계를 초월하는 다양성에 접근할 수 있는 좋은 기제이다.

 

특히, 최근에는 영화를 찍는 사람들 조차도 영화의 그런 인문학적 기능을 인식하면서

정말 다양한 스토리들을 생산해 내고 있다.

 건조한 영화, 잔인한 영화, 슬프고 감동적인 영화 등등..많은 영화가 있겠지만

그런 중에 '시스터'는 특별해 보인다.

 

남들이 설원을 즐길 때

왜 12살밖에 되지 않은 이 아이 시몽은 남의 스키를 훔쳐야만 하는가?

그리고 누이는 왜 이 아이를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가?

이 두 남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

 

 

 

고단한 내 삶의 전부 '시스터'

 

스틸컷만 보면 참 심심해보이지만 앞의 수식어는 벌써 주인공의 삶이 얼마나 고단할 지 짐작된다.

그 삶속의 누이, 얼마나 중요한 누이이면 고단한 내 삶의 전부일까..

 

그러나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정말 심심해서 본 영화이다.

 

그나마 이 영화를 선택하게 한 요소가 하나라도 있다면 

그것은 단순히 최근에 떠오르는 핫걸 '레아 세이두' 때문이었다고나 할까..

 

그녀가 갓 데뷔하고 <미션임파스블:고스트 프로토콜>에 나온 직후 찍은 영화라고 하니 한창 풋풋할 때 찍은 영화이다.

그럼에도 감정몰입도가 정말 좋다.

 

 

 

전반부까지만 하더라도 부모없이 외롭게 사는 오누이 이야기인줄 알았다.

 

그 중에 철없는 누이때문에 이제 12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너무 일찍 철이 들어서

철없는 누이를 케어하고 걱정하고 돌보고 의지하고

아무리 철없는 누이이지만 유일한 혈육이니까 늘 그리워하면서..

 

왜냐하면 저도 외로우니까.

 

 

 

마치 요정 크리티가 태양의 신 아폴론을 그리듯이 동생은 늘 누이만 바라보지만

정작 누이는 동생에게 관심도 없다.

 

동생이 알프스에서 스키시즌을 즐기러 온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물건을 훔치고 들키고 맞고 모욕당하고

하면서까지 모은 돈으로 자신에게 용돈을 주고 살림을 꾸려가지만

누이는 그런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남자들의 사랑을 구하는 것에만 관심있다.

왜냐하면 그녀 역시 외로우니까..

 

 

 

누이는 남자들을 바라보고,

동생은 그런 누이를 바라보면서 사랑을 갈구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스토리의 흐름은 단순구조이다.

그러나 감독은 독자들을 그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가늘고 날카로운 망치하나를 들고 나와서는 관객들의 가슴한켠에 상흔하나쯤 남겨놓고야 말겠다는 작정인지..

스토리에 대 반전이 일어난다.

 

아~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그렇게도 안기고 싶었던 품

그렇게도 부르고 싶었던 이름..

누나가 아닌 진짜 이름

 

그것을 원할 때 누나는 동생을 떠나려 한다.

그래도 동생은 울지 않는다.

시즌이 끝난 리조트에 올라가 혼자 먼산을 바라보거나

 하릴없이 잔설녹은 흙탕물을 튕기며 화풀이를 할 지언정..

 

 

12살 시몽이 슬픔을 견뎌내는 방법은  어른인척하는 것이다.

아이처럼 우는 것이 아니라 바람부는 도로변에 나가서 시즌에 팔고 남은 물건을 내다 팔고..

강한척 누나를 밀어내고..

 

아직 12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가 독하게 어른의 책임을 감당하는 모습을

아무감정없이 지켜보기란 쉽지 않다. 

 

 

 

이 슬픔과 외로움, 공허함을 저 산이 알까 아님 저 하늘이 알까..

그저 아이는 시즌이 끝난 텅빈 스키장 리프트에 앉아 먼 하늘을 바라볼 뿐이다.

 

 

 

외로움과 외로움이

하얀 알프스 산자락에서 교차한다.

 

그러나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

그 교차하는 곤돌라속에서 서로의 외로움을 끌어안는다.

 

잔설이 남아있는 철지난  알프스 산자락은

마치 소년과 누이의 삶과도 같이 외로운 풍경이지만..

그렇지만 아름답다.

 

다행인 것은,

 짧지만 강렬한 라스트씬이 주는 희망

 

여전히 두 모자는

빵과 휴지를 구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하겠지만

더 이상 외롭지는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