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겨울과 봄
감독: 모리 준이치
주연: 하시모토 아이
'코모리'는 도호쿠 지방의 한 작은 마을입니다.
이 마을에는
상점같은 것이 없어서 시장을 보려면 면소무소가있는 마을까지 나가 농협의 작은 슈퍼나 가까지 나가야 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 30분정도, 올때는 얼마나 걸릴 지 알수도 없습니다.
눈이 오거나 하면 걸어서 나가야 합니다. 남자들 걸음으로 가는데만 1시간 30분 왕복은..?
여린 여자의 걸음으로는 시내한번 나갔다 오려면 하루종일 걸리는 작은 산골동네입니다.
그러니
이곳에서는 자급자족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곳의 일상은 계절을 준비하고 먹거리가 생산되지 않는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모두 수렴됩니다.
이 곳에
잠시 고향을 떠났다가 도시로부터 상처받고 다시 돌아온 어린 처자 이치코가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내 눈에 이치코는 아직 어린 처자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다행히도 그녀는 여린듯하면서도 강합니다.
약간 도시적인 게으름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삼시세끼를 해결하기 위하여
계절마다 때맞추어 10여가지 이상의 채소를 파종하고 수확하고 저장하고
그것을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맛있게 요리해서 먹는 것을 보면 대단해 보입니다.
전형적인 일본인의 성실함과 순응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자연주의 영화입니다.
맛있는 것은 좋아하면서도
그것이 입에들어가기까지의 수고는 귀찮아하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새삼스럽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근원적으로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합천에 오면서 작은 텃밭이라도 가꾸면서 직접 재배한 채소로
밥상을 채우는 슬로우 라이프를 꿈꾸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땅이 많은 지역에 왔지만 슬로우 라이프가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는데는
그닥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시골사람들조차 포기하는 슬로우 라이프를 몇 십년을 패스트 라이프에 익숙해져 있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라이프 스타일을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이지요.
그랬던 저였는데
이 영화를 보는내내 다시 한번 귀농과 텃밭과 유기농 밥상에 살짝 흔들리게 됩니다.
물론, 이 흔들림도 엔딩 크레딧이 끝나는 시점이면 함께 끝나겠지만요~
어쨋든 영화는 포기했던 귀농(까지는 아니고 귀촌 정도로) 다시한번 꿈꾸게 만들정도로
시골마을의 사계절을 너무나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고
이치코의 밥상위에 올라오는 먹거리들도
간단하면서도 정말 그 향기까지 전해질 정도로 시각적 미각적 연출이 훌륭합니다.
오랜만에 참 좋은 영화를 본 듯합니다.
등장인물도 많지 않고
대화도 많지 않고 ..
다만,
농사짓는 법, 계절별 농사짓는 법, 재료 손질하는 법, 조리하는 법 등에 대한 이치코 자신의 독백이 주요내용이지만
그것들이 결코 지겹지를 않습니다.
비결은 일본 동북지역의 맑고 청정한 사계절에 대한 아름다운 영상과
맛깔스럽게 스타일링된 먹거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계절의 자연재료를 이용한 요리들은
가장 일본스러우면서도 가끔은 우리나라의 음식들과 비슷한 것들도 있어서
나도 한번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미덕도 있습니다.
영화한편으로 이렇게 힐링이 될 정도라면
정말이지 내년 봄에는 채소 몇뿌리라도 경작할 수 있는 작은 텃밭이라도 한번 찾아봐야 하는건 아닐까 고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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