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에 개봉되었었던 이와이 슌지의 '러브 레터'가 개봉 21년만에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재개봉을 계획하고
있답니다. 재개봉에 앞서 EBS에서 주말 명화로 방영을 해준다기에 귀한 공짜 영화하나 득템하게 되었네요~
지금 생각하면,
지난 날의 난 도대체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이해가 잘 되질 않습니다.
로멘틱 드라마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당연히 개봉하자마자 영화관으로 달려가서 이 영화를 보았고,
그리고 영상이 아름다운 슬픈 사랑이야기였다는 것 까지는 기억하는데
과연 이 영화를 누구의 관점에서 보았는지 그리고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복합적 구조까지 이해를 했는지 등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군요~ 당연히 그런 생각까지는 못했으니 기억에 없겠지요~
참으로 영화를 단순하게 보았던 거 같습니다.
하긴 그제나 지금이나 저의 그런 단순함은 크게 변함이 없습니다만
단지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을 함께 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다소 달라졌다면 달라진 점이라 할 수 있겠군요~
`
영화는 일본에서 가장 미인이 많다고 하는 항구도시 고베에서 시작됩니다.
고베에 사는 와타나베 히로코(나카야마 미호 분)는 약혼자 후지이가 죽은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 그를 잊지 못합니다.
3주년 추모식을 마치고 찾아간 약혼자의 집에서 우연히 그의 중학교 시절 졸업앨범을 보게 되고,
앨범속에 남겨진 그의 사진을 보면서 그리움을 견디지 못해 어린 날 그가 살았던
오타루의 집 주소로 편지를 쓰게 됩니다.
물론 답장이 올 것이란 기대 같은 것은 아예 없었습니다만
그렇게라도 그리움을 전하고 싶었겠지요~
"오겡키데스카? 와타시와 겡키데스~"
그런데 누군가가 편지를 받았고..
히로코에게 답장이 옵니다.
그 누군가는 놀랍게도 약혼자의 이름 '후지이 이츠키'
정말 하늘나라에서 약혼자가 답장을 보내온 것일까요 아니면
누군가가 그녀의 편지를 손에 넣은 후 장난편지를 쓴 것일까요?
그러나 답장을 보낸 사람은 하늘나라에서 귀신이 보낸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장난으로 보낸 편지도 아니었습니다.
어린 날 약혼자 후지이 이치코와 중학교 동급생이었던 후지이 이치코라고 하는 동명의 여성이
이 편지를 받았군요~
상당히 묘한 설정입니다.
더더욱 묘한 설정은 이 여인의 모습이 와타나베 히로코와 너무나 닮았다는 설정입니다.
나카야마 미호가 1인 2역을 맡아서 할 정도로..
남자 후지이 이츠키와 여자 후지이 이츠키를 동명이성으로 설정한 연출
여자 후지이 이츠키와 와타나베 히로코를 일인 이역으로 설정한 연출은
복합적이면서도 매우 특별합니다.
오타루의 후지이 이츠키는 히로코가 모랐던 약혼자 후지이 이츠키의 과거입니다
또한 남들이 구분하지 못할 만큼 오타루의 이츠키 비슷하게 생긴 히로코는
청년 후지이 이츠키가 오타루에 두고 온 첫사랑 이츠키의 현실입니다.
이야기는 살아있는 오타루의 후지이 이츠키와 고베의 히루코 사이를 오고가며 전개되고 있지만
실제 스토리는 청년 후지이 이츠키의 긴 사랑 이야기입니다.
성인이 되어서 만난 청년 후지이 이츠키가 히로코를 만나자마자 첫눈에 반했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오타루에 두고 온 어린 날의 첫사랑 동명이성인 후지이 이츠키와의 너무나 닮은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인연이 있지만
같은 이름의 남자와 여자가 같은 공간에서 3년을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아무일 없이 그 시간들을 넘기기가 더
어려워보입니다.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고..
햇살 투명한 창가에 걸린 해하얀 커튼 뒤로 아른거리는 실루엣처럼 보일듯 보이지 않는 추억이지만
실제로 존재했던 사실들은 잊혀질 수는 있어도 사라지지는 않는 듯합니다.
한 나라의 남쪽과 북쪽으로 떨어져 있는 두 여성이 한 남자를 중심으로 교신이 이루어지면서
한 여성은 그리운 이를 추모하고, 한 여성은 잃어버린 시간을 추억합니다.
히로코는 오타루의 후지이 이츠키를 통하여
자신이 몰랐던 약혼자의 과거 어린시절을 함께 추억하고자 하지만
역시 그것은 자신의 것이 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현재에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는 과거로 돌려보낼 수 밖에 없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속으로..
그러나 오타루의 후지이 이츠키는
히로코가 돌려보낸 과거의 잃어버린 시간속에서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첫사랑의 흔적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래된 시간을 잘 살펴보면 이렇게 귀한 보물을 얻게도 되는 군요~
히로코는 이제 그를 떠나 보내야 합니다.
언제까지 과거를 안고 살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사람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마음은 아프지만
그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이고
현재 자신의 옆에는 그녀가 자신을 봐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남자친구 아키바가 있습니다.
남자친구 아키바의 도움으로 그가 실족사하였던 그 장소로 갑니다.
그리고 목이 터져라 과거를 향해 안부를 전합니다.
"오겡키데스카~~? 와타시와 겡키데스~"
세상에서 가장 가슴시린 고별의식입니다.
과거를 떠나보내야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과거의 잃어버린 시간속에서 더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게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타루의 이츠키는 잃어버린 시간속에 감추어져 있던 첫사랑을 조용히 받아들입니다.
"오겡키데스카? 와타시와 겡키데스~"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고 추억과 추모가 교차합니다.
기막힌 연출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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