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 10(월요일) 날씨: 오전쾌청, 오후 비
우도신궁 방문후 바로 2-30분 거리에 있는 산메세니치난 공원으로 향했다.
산메세니치난 공원은 칠레의 이스터 섬에 있는 모아이석상 모조품으로 유명한 곳이다.
엄청 기대를 하고 갔었는데 역시 모조품이 낼 수 있는 분위기는 한계가 있다.
석상너머로 보이는 맑게 개인 하늘과 드넓게 펼쳐진 태평양 그리고 높게 뻗은 야자수가 배경이 되어 주어서
그나마 서로 어우러지는 효과까지 무시할 수는 없었다.
사람이 사는 섬중에서는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태평양의 외딴 섬인 이스터섬에 있어야 할 석상이 왜 일본에 있는 것일까?
이스터섬의 파손된 석상들을 발굴하고 보수하는 과정에 일본이 참여한 것에 대한 댓가로
칠레 정부에서 이미테이션 석상 설치를 허락했다고 한다.
일본 정부에서는 이것을 기회로 이스터섬의 붕괴에 얽힌 메시지를 스토리텔링하여
자신들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해먹는다.
그래서 공원이름까지 산메세공원이라 하여 '태양이 전하는 메세지'에 귀기울이라는 남의 교훈을 자기것화해버린다.
현대 이스터섬에서 발굴된 모아이 석상은 900개 정도 된다고 하는데..
산메세니치난 공원에는 7개의 산뜻한 석상이 태평양을 등지고 서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석상 뒤편으로 펼쳐지는 광대한 태평양과 높고 푸른 하늘이 멋진 배경이 된다.
그리고 역시나 일본답게 석상하나하나에 건강, 학업, 사랑, 사업, 돈..등의 행운을 부여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한가지 소원을 풀고 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오른쪽으로부터 5번째인가 하는 석상은 모든 소원을 다 들어준다고 하니
다른 석상들은 필요없고 다섯번째 석상에게만 잘 보이면 되겠다.
아뭏든 나의 경우
이 날, 이 곳에서의 감상은 모아이석상보다는 날씨에 있다.
이 곳의 풍경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숲이 짙고 습기눅눅한 그런 일본의 날씨가 아니라
높디높은 하늘과 하얀뭉게구름 한점 두둥실, 그 아래 늘씬한 야자수와 진한 핑크의 부겐베리아 등등..
이것은 진정 남태평양의 풍경, 바로 그것이었다.
한동안 하와이를 가고 싶어 안달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날 그 마음이 10%정도는 해소가 된듯한 느낌이랄까
이곳에서 오전 일정을 마친후, 남큐슈 마지막 일정인 가고시마현 사쿠라지마로 향한다.
사쿠라지마는 아직도 잊을만하면 수시로 화산재를 뿌려대는 활화산이다.
우리 생각에는 그 정도 되면 아랫동네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할만한데도 불구하고
시커먼 화산재와 함께 살아간다. 그것도 잘 살아간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서 보면
후쿠오카에 살다가 엄마아빠의 이혼 후, 엄마따라 외가동네로 이사온 꼬마주인공은
끊임없이 불평한다. 화산재가 흩날려서 가방이고 방이고 늘 새까매지는데
왜 사람들은 이사를 안가고 이런 곳에서 살아가는것인지 이해가 안간다고..
딱 내 마음이다. 언젠가는 화산이 폭발할지도 모르는데..
그러나 가고시마에는 과거보다 오히려 더 많은 건물들이 생기고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간다. 화산재가 불편하면 불편한 너나 다른 지역으로 가지 그러니..이런 식이다.
아뭏든 '사쿠라지마'는 꼬마주인공에게는 언젠가는 용암분출이 일어나서
엄마가 이곳을 떠나 아빠랑 동생이랑 한 가족이 오손도손 살 수 있도록 해 줄 기적같은 존재이다.
그래서 나도 기대가 크다.
사꾸라지마 근처의 관광회관같은 곳에서 '카라게'라고 하는 닭튀김 정식을 점심으로 먹고는
'아리무라 용암전망대'로 향한다.
용암전망대 오르기전에 사쿠라지마 비지터 센터에 들러
용암지대의 생태에 대해 사전 공부를 한 후에 전망대에 오르기로 한다.
섬이라 하니 육지로부터 떨어져 있을 것이고
그러면 배를 타고 들어갈 것이고
주변에는 화산재로 형성된 모래사장이 있을 것이고
우리는 그 모래사장에서 최소한 발찜질 정도라도 즐길 수 있겠지..?
근데 웬걸..
계속 육로로만 간다. 도대체 섬이 어디있는 거야?
가는 과정에 가이드가 손짓으로 가리킨다.
"쩌~기 연기올라오는 곳, 저 곳이 사꾸라지마예요.
근데 말만 사꾸라지마이지 실제는 섬이 아니어요
1912년에 있었던 용암대분출로 섬이 육지와 붙어버렸어요~"
헐~
용암이 얼마나 흘러 내렸으면 섬이 육지와 붙어버렸을까?
전망대 가는 도중에 보니
일본의 다른 지역에 비하여 나무들의 수령이 모두 어리다. 많아야 4~5년 정도되어 보이는..
그러나 실제로는 이 나무들도 수령이 꽤 된 나무들이다.
용암이 한번 흘러내리고 나면 30년까지는 생물이 살지를 못한단다.
실제로 이 정도로 자라기 위해서는 분화후 50년~100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고 볼 수 있다.
아리무라 용암전망대는 사쿠라지마를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뒤편으로 보이는 원추형 산이 사꾸라지마인데
주변에 식물이 하나도 없다.
먼 곳에서 바라보는 활화산.
저 화산이 폭발하면 정말 많은 가족들이 소원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그런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
아니
아이는 이미 화산이 폭발하더라도 네 가족이 함께 모여사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걸 이미 알아버렸다.
그래서 아이는 그냥 이대로의 일상을 살아가는 것을 기적으로 대체했다.
그 동네 사람들에게 '산다는 것'은
사쿠라지마 아래서 화산재와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것 아닐까.
섬도 아닌 것이 섬인척하고
기대했던 화산재 모래밭에서 모래찜질도 못하고(원래 이곳은 모래찜질하는 곳이 아니구먼~)
그렇다고 화려한 퍼포먼스가 있는 것도 아닌
약간은 밍밍한 코스였긴 했지만
이런 곳에서 일상을 기적처럼 살아가는 삶을 보는 것으로 의미를 부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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