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 10(월요일) 날씨: 완전맑음
지난 날은 아침 7시 30분에 출발하여 저녁 7시에 숙소에 도착할만큼 일정이 힘들었다.
미야자키에서 가고시마로, 가고시마에서 숙소가 있는 사가현까지..엄청난 일정을 소화하였다.
그래도 사가현 토스에 소재한 호텔 '비앙토스'가 깨끗하고 조용해서 피로는 금방 풀렸다.
오늘은 마지막 일정이다.
12시 30분에 하카다항에서 출국을 해야 하는데
오전시간을 알뜰하게 사용하기 위하여 다자이후텐만궁 관광을 하도록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다.
톈만궁 신사는 교육원에 있을 때 해마다 가던 곳이었는데
센터 나간 이후 6~7년만에 다시 오게되니
이번여행에서 다른 일정에 비해서 이곳 방문이 개인적으로는 감흥이 남다르다.
얼마나 변했을까? 마치 과거에 이별한 정인을 다시 만나는 기분으로 신사로 향한다.
아침일찍 상점가 문도 열지 않은 시간에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주차장에서 신사로 올라가는 길은 시간이 흘렀어도 별 변한 것은 없다.
사람들이 붐비지 않은 아침시간이라 주변이 고요하고 정갈해서 좋다.
총문을 들어서면 제일먼저 만나게 되는 신사의 상징인 '황소 동상'을 만나게 된다.
이 황소상은 신사의 유래와 상관이 있는 상징이다.
원래 태재부시 천만궁에서 모시고 있는 학문의 신 스가와라 미찌자네는
헤이안시대의 천재학자이자 시인이었다.
천재학자로서 그 덕망이 높고 국민들의 추앙이 높아지자
당시 통치자가 샘이 나서 그를 교토에서 지방으로 좌천을 보낸다.
그가 좌천당한 곳이 이곳 태재부시인데,
이곳으로 귀양을 온 미찌자네는 빈한한 생활을 유지하다가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장례절차 역시 특별한 의식없이 구루마에 거적대기 하나 덮고 이루어졌다한다.
미찌자네의 주검을 실은 구루마를 황소가 끌고 가는데
현재 신사 자리에서 움직임을 멈추고 꼼짝을 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마치 예언서의 말처럼.
그래서 소가 멈춘자리에 그의 무덤을 팠다고 한다.
그렇게 장례를 치르고 나서
이상하게도 교토에 원인모를 국가적 악재가 끝도 없이 일어나곤 해서
당시의 관습에 의하면 누구인가 예언가에게 물어보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뭏든 그것이 미찌자네의 억울한 원혼과 관련이 있다는 여론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를 신으로 승격시키고 그를 기리는 신사를 건립하고 나니 모든 악재가 사라졌다는 것이
이 천만궁 신사에 얽힌 이야기이다.
그를 마지막으로 안내했던 황소가
지금도 신사입구에서 그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학문의 신을 대신해서
전국에 있는 수험생들의 수호신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뿔을 만지면 학생들은 공부를 잘하게 되고
우리처럼 뇌가 노쇠해져가는 세대들은 기억력이 총명해진다고 하니
아줌마들이 벌떼같이 달려들어 황소의 뿔을 가만두지 않는다. ㅎ
몇년전만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이러한 미신적인 행위를 보고는 웃곤하였는데
이번에는 내가 가장 먼저 달려갔다ㅠ
'총명황소'의 존재가 인기를 끌다보니
요 몇년간 신사내에 미니 황소상이 곳곳에 봉납되어 황소의 총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곳곳에서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태재부 신사뒷편에는 매화정원이 마련되어 있는데
2월말에서 3월 초
학생들의 수험시기가 되면 매화꽃이 만발하게 되는데
이 신사내 매화나무들의 총 대장이 바로 본전앞에 있는 이 매화나무, 토비우메이다.
신사내에 매화나무가 많은 이유는
스가와라 미찌자네가 워낙 매화를 좋아했다고 한다.
미찌자네가 이곳으로 좌천되어 교토집을 떠나기전
본가에 있던 매화나무를 향해 마지막으로 시 한수를 읊었단다
'동풍이 불면 향기를 퍼뜨려라 매화꽃이여
주인없다고 봄일랑 잊지말고'
그러자 그 매화나무가 주인의 뒤를 따라 지방까지 날아와 그 곳에서 꽃을 피웠다.
그 나무가 바로 (토비우메:교토에서 날아온 매화) 본전앞의 이 나무이다.
매해 2월이 되면 이 매화나무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하면
그 뒤를 이어서
매화정원의 다른 매화꽃들이 개화를 하기 시작한단다.
머리가 총명해지고 세상의 모든 수험생들을 보호해주는 신이라고 하니
역시 한국의 열성엄마들 우리신 너네신 개의치않고
이국의 신앞에 머리를 조아린다.
일본을 처음 방문했을 당시
나 역시 일본의 모든 것에 대해 매우 배타적이었다. '흥~ 그래서 어쨋다구?' '그래봤자 남의 신인데 머~'
그러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스가와라 미찌자네 그 역시 한반도 도래인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고
오늘날 일본인들의 유전인자 분석을 해보면
고대 일본 열도 원주민과 한반도 도래인의 혼혈이라고 한다. 그것도 한반도 유전자가 60%를 차지하는 정도로
그러니 완전히 남도 아니다.
그리고 그가 생존해있을 당시의 한일관계 특히 백제와 태재부와의 관계는 상당히 우호적이었던 시절이었다.
그가 살았을 당시
교토는 백제를 '쿠사라(큰집)'이라고 대놓고 우대하였던 시절이었고
태재부시가 한창 번성하던 1,200년전에는
멸망해가는 백제를 위하여 30,000명의 선발대를 보내어 백제부흥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던 관계에 있었다.
그러니
야스쿠니 신사등과 같이 가치관에 갈등을 주는 신사를 제외한
일반적으로 좋은 의도를 가진 신에 대해서는 너무 배타적일 필요는 없다라는 것이 요즘의 내 생각이다.
사실 다니는 동안
신사에 들럴때마다 손뼉두번치고
즐거운 여행되도록 소원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번 여행일정에서 날씨운이나 모든 일정이 너무나 순조롭고 좋았었다. 다들 마음의 문제가 아닐까..하는.
역시 신사에는 신녀나 신관들이 있어야 한다.
그들의 등장으로 신사는 세속적 관광지에서 영적 공간으로 일순간 전환된다.
본전 뒤켠에 개별 신위를 모셔놓은 작은 사당들이 있는데
인부들이 이 사당과 부속건물들을 대대적으로 쓸고 닦고 청소하고 있었다.
이렇게 사찰이나 신전들이 관리가 되고 있구나~
매화정원 입구에 큰 거목 두 그루가 있는데
사실상 이들은 연리지이다. 그래서 '부부목'이라 부르는데
그 주변을 애워싸고 있는 수국이 만개한 모습은 처음 본다.
만개한 수국으로 둘러싸인 부부목의 풍경이
아이들의 웃음으로 가득찬 다복한 한 가정의 모습으로 보인다.
매화정원은 녹음의 싱그러움으로 가득차 있고
어색한 인증샷하나 남기고 빠져나온다.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언니들을 만나
우메모찌 하나씩 들고는 총문밖 쇼핑거리를 윈도우쇼핑으로 떼운다.
천만궁관광에서 인기있는 관광거리 중 하나가 이 총문거리에 도열되어 있는 우메모찌이다.
일본은 쌀농사가 발달하여 전국각지에 지방색이 있는 경단, 모찌들이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는데
모찌에 매화꽃문양을 넣어 구워내는 천만궁 주변에서 파는 모찌를 '우메모찌'라 한다.
우메모찌의 기원 역시 미찌자네 선생의 일화와 상관이 있다.
미찌자네 선생이 말년에 노쇠하여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자
이웃집 아낙이 모찌를 구워서
선생이 좋아하는 매화꽃잎 하나로 장식하여 내놓았다는 일화로부터 기원한단다.
아뭏든 짧은 시간에 엑기스만 후루루 둘러보는 천만궁 투어였지만
그래도 다시보니
오랫동안 두절되었던 친구만난 모양으로 기분이 새롭고 좋다.
거기다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훨씬 단정하고 좋은 모습으로 나타나서 더 기분이 좋은 형세라고나 할까
그 친구 눈에 비친 나의 행색은 어떠했을가를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다자이후천만궁 관광을 끝으로 관광지 일정을 마쳤지만 우리의 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면세점 투어가 남았다.
거의 메뚜기떼 훓고 지나가듯이 면세점을 털고 나왔다.
일본페키지여행에서 면세점 방문은 여행자 입장에서 은근히 기대되는 코스이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일본의 각종 의약품 특히 건강보조제 등은 상당히
경제적으로 그다지 부담도 없이 유효하다.
지상에서 해결하지 못한 점심은 카멜리아 선상에서 가능하다.
대한해협을 배경으로 언니들과의 마지막 식사를 즐긴다.
3박 4일 짧은 일정 이었지만
잠시 서글픈 현실로부터 도피하는데는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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