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08. 15(금)
비오는 시골의 조그만 역사에는 오늘이 아니면 안되는 먼 이국의 여행객 외에는 아무도 없다.
빵으로 요기를 떼우고 곧 들어올 로텐바흐행 기차를 기다린다.
사실은 이 자리에 와서 이러고 있기까지에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비는 계속오고 이후 내가 움직일 구간에 대한 타임스케쥴도 나오지 않고,..
왜냐하면 티켓팅 에이젼시 사무실을 끝까지 찾지 못했으므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서, 오버바이스바흐Oberweissbach를 포기할까 까지 생각했지만,
내가 여기 언제 다시 오랴 싶어서 결국 마음을 고쳐먹고 고심끝에 이자리에 와 앉아 있는 것이다
바드블랑켄부르크에서 오버바이스바흐까지는 거리는 가깝지만 교통은 그다지 편리하지 못하다.
얼마되지 않는 거리에 기차를 3번을 갈아타야 한다.
일단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서 한 정거장 거리인 로텐바흐Rottenbach에서 산악열차로 갈아타야 한다.
철로변의 모습들이 좀 더 자연적이다
창을 통해 바라다 보이는 독일의 소박하고 정겨운, 과분하지 않은 시골마을..이런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다
로텐바흐에서 일반 산악열차로 갈아타고 옵스터펠트흐슈미테Obstfelderschmiede에서 내리니
이와 같은 계곡열차가 기다리고 있다. 앙징맞기 짝이 없다. 와~입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 감탄사는 기차에 대한 감탄사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이 기차가 가야할 진로에 대한 감탄사이기도 하다.
저 전나무가 빽빽히 들어서 있는 튜링거발트 산기슭 높은 곳으로 길~게 뻗어있는 기찻길이 보이는가~ 이 기차로
저 높은 곳을 올라갈 것이라니, 이런 신나는 일이..
오늘 일정 대박이다!!!
서서히 카메라에 수증기가 차기 시작한다. 그래도 셧팅은 계속되어야 한다~
안에서도 한컷~^^**
위에서 내려오는 기차~
가만히 보니 올라가는 기차와 내려오는 기차는 구조가 다소 다른것 같다.
내려오는 기차는 앞부분을 받치고 내려오고, 올라가는 기차는 뒷꽁무니쪽을 받치고 올라간다.
이 기차로 리히텐하인Lichtenhain까지 타고 올라간다. 그리고 다시 갈아탄다
이 기차를 타고 한 정류장만 가면 오버바이스바흐Oberweissbach이다
이 기차는 오버바이스바흐계곡 거의 산 정상을 달리는 기차라고 보면 된다, 주변의 풍경들은 고원의 모습이다
드디어, 그렇게도 꿈에그리던 오버바이스바흐에 도착하였다. 어~ 그런데 내가 제대로 오긴 온 건가?
팻말에 써있긴하지만 제대로 온 건 맞는지~ 이 먼 이국에서 국제 미아되는 건 아닌지~
왜 사람들이 아무도 없지? 역사도 없다. 마을도 보이지 않는다. 댕그러니 팻말하나 있다. 이게 뭐야?
이 깊은 산속에서, 난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도대체 물어볼 사람도 집도 없다~
안내판을 보니 프뢰벨의 도시 오버바이스바흐라고 쓰여져 있으니 오긴 제대로 온 것 같고..
그렇다면 무조건 안내판을 가이드삼아 방향을 잡아본다.
일단 도로를 따라 가보자.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했느니..
이정표를 보니 프뢰벨 뮤지움까지는 1km이상을 가야할 것 같다. 까잇거 1Km..
산악지대라 그런지 공기와 풀빛이 너무 맑고 곱다. 있는 그 자체로 그림이다. 평화롭기 그지없고..
아~프뢰벨이 이런 곳에서 자랐구나.
이런 신비로움으로 가득찬 곳에서 자연의 정령들과 대화하면서 자랐을 그가 어찌 인간의 신성을 믿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길이 몇줄기로 뻗어있지만 직관이 시키는대로 간다.
곧장 길을 따라 오니 직선도로가 끝나고 커브길을 들어서니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예쁜 집들이 보이고, 낮은 담벼락 너머로 동화의 나라답게 동화속의 캐릭터로 꾸며놓은 정원이 들여다보인다.
시청 방향으로 발길을 옮겨본다. 워낙 역사가 위쪽이라 시가지는 오히려 내리막길로 내려가야한다
낯선길을 두리번거리면서 가다보니 오른편에 너른 주차장이 하나 있고 그옆에 프뢰벨 하우스가 있다. 너무나 반갑다.
아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집에서 나고 성장했구나.
약190년 전 그가 이 곳에서 숨쉬고 들여마셨던 공기를 내가 함께 하고 있으니 우린 결국 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이야...
이번 여행으로 프뢰벨과 한층 많이 친해진 것 같다 ㅎㅎ..
하우스앞 모자상..
도로건너편 주차장에서 바라본 하우스 전경..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계곡열차를 타러..
프뢰벨 하우스는 그닥 할일이 없다.
현재는 이 지역의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과 지역특산물(허브건강식품등)을 판매하는 판매장으로 이용되고 있을 뿐,
프뢰벨을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입구에 붙은 프뢰벨 하우스라고 하는 문패와 건물 오른편입구에 세워져 있는 프뢰벨 흉상,
그리고 모자상 정도뿐이라서, 오래 머물러야 할 동기가 그닥 없다.
프뢰벨에 관한 원서만 한 권 구입하고는 아쉽긴하지만, 돌아가는 길이 바쁠 것 같아 작별을 고한다.
지붕도 없는 간이역사에서 기다리고 서 있으니 저 쪽에서 빽~하는 기적소리와 더불어 빨간 불빛이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 사람들은 계곡열차에서 만난 내국인이다. 이 계곡열차는 인근지역에서는 나름 유명한 하나의 관광거리인 것 같다. 국내 관광객들이 제법타고 있었다. 어쨋거나 이 네사람은 한 가족인데, 특히 가장인 저 중년남자분이 먼 동방에서 온 이국의 여성관광객에 대해 관심을 많이 보여주었다. 기차에서 내릴 때부터 '어디에서 왔느냐?' 'south Korea~' '혼자서 그 먼 거리를..대단하다. 여행 잘 해라'격려도 해 주곤 했었다. 그런데 로텐바흐 가는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약 40여분의 시간이 있어서 역사내 까페에 들어갔더니 그들이 먼저 와서 아이스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내가 들어서니 반갑게 맞아주면서 자기 자리에 합석하라고 권한다. 과연 권하는대로 앉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깐 고민중인데, 오른편의 부인이 흔쾌히 함께 권한다. 그래서 고민없이 합석을 하고는 그들이 권하는 아이스커피를 시켜서 먹었다, 독일의 아이스커피는 우리나라처럼 찬 커피가 아니라 진짜로 아이스크림을 얹어주는 아이스커피이다. 사실은 비오는 날 따끈한 커피를 마시고 싶었으나 그들과 같은 것을 먹음으로서 동질감을 유발하고 싶어서 그들이 권하는 대로 시켰다. 그런데 나중에도 증명된 사실이지만 독일의 아이스크림은 너무 맛있다. 안 먹었으면 후회할 뻔 했다. 그런데 더 감동스러운 것은 일어서면서 내 차값까지 계산을 하는 것이라~ 보아하니, 그다지 여유가 있어보이지는 않고 농부같은 분위기인데 기분을 내신다. 부담을 주는 것 같아 '아, 괜찮다'고 황급히 사양했으나 이미 계산은 끝난 상태...그래서 내가 다른 것으로 보상할 것은 없고 기념사진 함께 찍어달라고 청했더니 온 가족이 흔쾌히 포즈를 취해준다.
그들은 저 지붕덮힌 다리를 건너서 건너편 주차장에 세워 둔 자신들의 자동차로 먼저 출발을 하였다.
루째른의 까펠교를 떠올리게 하는 지붕덮힌다리다~
나중에 가르미슈에서도 또 본다. 독일에서 어렵지않게 볼 수 있는 목조다리양식인것 같다
그들이 떠난 뒤, 기차가 도착하려면 아직 10분가량 더 기다려야 하지만,
실내에서 기다리기기가 갑갑하여 바깥으로 나와서 혼자서 서성인다
그러고 잠시 있으니 다시 계곡 열차에서중년 남성들로 구성된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쏟아져 나온다.
아마도 6-7명정도 되었던 것 같다.
잠시 짧은 대화를 나누고 사진 한컷을 부탁해 본다.
사실은 빨간 불빛이 반짝이는 저 뒷부분으로는, 전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고
그 깊은 숲속으로 기찻길이 쭉 빨려들어가듯이 쭉 뻗어 있는 그림이, 보기에 매우 아름답다.
또한 마치 한번 빠져들어가면 빠져나오지 못할 마법의 숲같은 느낌도 들고..
로텐바흐 기차가 들어온다. 이 기차를 타는 것으로 오늘 일정이 무사히 끝나면 좋으련만..
어쩌면 동화의 나라에서 나를 위한 축제가 마련되어 있을지도..
결국은, 같이 기차를 탄 등산객들의 도움을 한 아름 받고야 무사히 내 숙소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요지인즉슨, 바드블랑켄부르크에서부터 돌아갈 타임스케줄을 확인하지 않고 출발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래도 들어올 때는 로텐바흐에서 확인하면 되겠지라는 대안을 생각하고 왔는데,
문제는 로텐바흐역시 반호프를 운영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나는 이 역에서 몇 번 프랫폼에서 몇번기차를 타야하는지,
그리고 트랜스퍼는 해야 하는지, 한다면 어느역에서 해야하는지,
그곳에서는 또 몇 번 플랫폼에서 몇번 기차를 타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이 말은 오늘 혼자서는 집에 가지 못한다는 말이다.
아~ 이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나~
그 등산객 중 두세명이 처음부터 이 조그만 동양여인이 혼자서 저렇게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안심이 안되었던지,
로텐바흐에서 티켓팅을 하는 것 까지 도와주겠다고 따라나섰다.
아~ 혼자서 할 수 있으니 그냥 가시라고했는데도 '괜찮다'고 하면서 끝까지 따라와 준다.
결국, 그들의 도움으로 국제미아는 면했다. 숙소로 돌아가서 하루를 정리해보니,
다닐때는 몰랐으나 하루일정이 참으로 험난했고 우여곡절도 많았던 날이다.
그야말로 동화의 숲에서 마법사의 농간에 의해 잠시나마 희롱당한 느낌이랄까~**
다니면서, 이날 현지인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았던 날인것 같다. 두고 두고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날이다.
'남 나라 > 08-08 독일중남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세의 소도시, 로텐부르크옵데어타우버 (0) | 2008.09.05 |
---|---|
바이에른 제 2의 도시, 뉘른베르크 (0) | 2008.09.03 |
Kindergarten의 시발점, 바드 블랑켄부르그 (0) | 2008.09.03 |
Luther와 Bach의 숨결을 좇아, Eisenach (0) | 2008.09.01 |
종교개혁의 발원지, 바르트부르크 (0) | 2008.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