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나라 /07-11 도쿄

토오루군, 아직 그 곳에 있을까..도쿄타워

노코미스 2009. 2. 2. 06:25

2007년 11월 1일  그해 가을은 유난히 단풍이 아름다웠다. 그래서 떠나고 싶었다.

 

 

 

삶의 연륜이 확대되어가면

선택의 폭도 확대되어 가야할텐데,

나는 오히려 나의 자율적 선택을 제한해 오지는 않았는가..

 

그래서

이번에 그런 제한에서 또는 구속에서

나를 풀어주기로 하였다.

그래 혼자 한번 떠나보아라..

 

장유시내에

단풍잎이 발갛게 물들기 시작하는 11월 첫날,

나는  그들의 모습처럼 발갛게 상기된 마음으로

동경으로 출발한다.

 

이국의 도시에서

이루어지지도 않을 로맨스를 꿈꾸면서...

 

 

 

  

 11월 1일 김해국제공항 신관이전 첫날이다.

스타벅스도 입점하였다.

 

9시 45분

햇살 좋은 창가에 앉아

나는 이미 여행자가 되어

떠남에 대한 감상을 즐긴다. 

 

 

 

 

 

 어느 광고 카피에서

커피를 '치명적인 유혹'이라 하였던가!

 

이날 스타벅스에서 커피한잔의 유혹은

이후 비행시간동안

나에게 치명적인 아픔을 제공한다.

1시간30분의 비행시간이 12시간보다 더 길었었다.

 

아니.

오히려 죽지않고 살아온것이 기적이라 하는 것이

더 적절할듯..

 

이 경험으로 내가 얻은 교훈이 있다면.

'비행을 앞두고는 절대 커피를 마시지 마라'

 

 

  

스타벅스에서 내려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김해를 떠난다.

 

나도 저 무리속에tj

익명의 여행자가 되어, 떠난다 

 

 

  

  그렇게 갈망하던 떠남이건만

막상 떠나려하니 그렇게 기쁜것만은 아니다.

매우 복합적인 감정이다.

 

기쁨, 슬픔, 외로움. 그리움 등 모든 감정들이 서로 얽혀서

바윗덩어리같은 큰 덩어리가 되어

심장한가운데서 나를 멍멍하게 짓누른다.

 

공항로비라는 공간이 나를 그렇게 만드는 건지도 모른다

 

 

언제 어떻게 나리따에 도착했는지도 기억에 없다.

오로지 일초라도 빨리 착륙하기만 기대하고 있었다.

착륙하자마자 화장실부터 찾았다.

 

죽었다가 살아난 기분이 이러할까?

 

사람이 간사해서

급한문제 해결하고나니

언제 내가 그렇게 다급했던가하고는

여유로워진다ㅋㅋ

 

나리따 터미널 지하철 역에 내려오니

2시가 약간 지났다.

우에노행 특급은 오후 2시 22분에 출발한다 

 

 

 

 

경성전철

 

치바현의 나리따에서

도쿄의 우에노까지는

특급열차로 1시간 15분가량 걸린다.

 

가는길에 보이는 이국의 시골마을,

여행가방을 든 여행객들의 모습, 

 

전철안에서 책을 읽는 현지인들의 모습

모든 것이 여행자의 눈에는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우에노에서 히비야선으로 갈아타서

미나토구, 카미야초역에 내렸다.

 

카미야초역에서 '아타고야마 도큐 인'까지는

도보로 약 7분거리라는 말을 듣고

약도 한장에 의존하여 걷고 있는데,

벌써 15분 이상은 헤멘것 같다.

 

약도를 보면 금방일것 같은데

생각보다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현재시간 5시쯤..

이미, 집을 떠난지 8시간여..

발이 부을대로 부었다.

 

모든 상황이 피곤해져갈 무렵

저쪽 빌딩사이로 번져나오는 희미한 불빛 하나..

저것이 무엇이지? 하고 바라보는데..

 

'아! 도쿄타워'

 

따뜻한 불빛과 함께

피곤에 지쳐있던 나의 몸과 마음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다.

 

 

 

  

 17: 30 체크인

드디어 내 방에 들어왔다.

일본의 전형적인 호텔이다.

한치의 여유공간도 없는 완벽한 컴포터형이다.

그래도 있을건 다 있다.

 시트도 깔끔하고..

 

 

 

  

 세면대도 반딱 반딱** 헤어 드라이어까지^^ 굿굿~~

일본인들의 축소주의적 공간미학은 언제나 감탄스럽다~

  

 

 

  

케리어를 끌고 지하도 계단을 오르내리고

보도블럭을 왔다갔다 하면서

하루종일 거의 9시간을 제대로 쉬지도 못한채 움직였던 터라

이미 내 발가락과 발바닥은 마비될대로 마비되었지만,

 

오늘은 여행첫날!

첫날부터의 게으름은 남은 여행 일정을 망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옷과 신발을 갈아신고는 다시 호텔을 나선다.

호텔문을 나서서 방향을 잡으니

저~멀리 도쿄타워 불빛이 나를 불러 손짓한다

.

.

.

 

소설 '도쿄타워'에서 토오루군을 만난 이후

난, 끊임없이 실체없는 그리움에 시달려야 했었다.

 

그런데 마침

내가 묵는 숙소가 도쿄타워와 인접해 있다.

도보로 아마 15-20여분거리..

체크인하자마자 그를 찾아나섰다.

 

도쿄타워, 이번여행의 출발점이다.

 

 

 

 

그를 찾아가면서

시시각각 다가오는 그의 모습은 차라리

무소의 뿔과 같은 외로움이었다.

 

 

 

 

6시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동경은 이미 어둠이 내려 있고..

 

가까이서 보는 도쿄타워는

마치 파리의 에펠탑을 모방한듯하긴하나,

어쩌면 그보다는 덜 화려하다

그래서  

늘 외로워보이는지도 모른다.

.

.

도쿄타워를 직접본후,

그의 위상을 제대로 보기위하여

롯본기힐로 향했다. 

 

 

 

 

롯본기 힐의 마루빌딩.. 

 

  

 

 

토오루군은

도쿄타워가 볼 때마다 야위어간다고 말했다.

 

롯본기힐에서 건너다본 도쿄타워는

토오루의 마음처럼, 또는 마사야의 마음처럼

그리고

지금 현재 나의 마음처럼

 

동경의 중심부에서 팽이의 축처럼

그렇게 외롭게 서 있다.

 

 

전망대에서 오래토록 그리던 옛연인을 바라보듯

설레며 한동안을 주변을 서성이며 멤돌다가

더 이상 할말이 없음을 확인하면서 자리를 떠났던 것 같다.

 

그럼에도 뒷모습을 쉬이 보이기 싫어,

힐 입구에 우뚝 서 있는 이정표를 따라 주변을 한동안 배회한다

결국 웨스트 윙에 입점해 있는 'zara'에서 지름신을 맞이하여

들고 간 경비를 몽땅 탕진한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호텔로 갈 마음을 먹는다..

 

 

   

  

일본 방문의 첫날이 점차 저물어간다.

 

호텔로 향하는

지금 나의 발은 높은 힐과

꽉 막힌 부츠안에서

악, 아~~~~~악,

아파죽겠다고 아우성이지만..

 

그래서 몸과 마음이 내편이 아닌것처럼 힘들고 지치지만..

 

 내일이 되면 또다시 나는 이 도시를 찾아 나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