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01월 11일(월요일) 날씨 맑음
처음에 3명의 제자가 따라 나선다고 했다가 계획과정에서 1명이 떨어져 나가고
2명이 끝까지 따라나선다고 남아있어서 이번여행에는 애시당초 혼자여행이 아닌 우정여행 정도로 컨셉을 잡고 준비를 했다.
그리고, 그 동안 혼자여행에서 못해 봤던 것들, 예를 들면, 보는 쪽쪽 느낀 점 함께 이야기나누며 공유하기,
즐거운 일 있으면 어디서든 크게 웃기, 밤에 잠 안자고 도란거리기, 학교에서 하지 못했던 비밀이야기 하기 등등 그런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겠다
기대하면서 공항으로 나갔는데, 갑자기 한 명이 가정사로 못가게 되었다고 연락이 온다.
참 난감하다..아쉽고, 안타깝고, 황당하고,.
온갖 복잡한 심경이 들수도 있지만, 못 가는 당사자를 생각하니,
오죽하면 떠나는 날 아침 못 간다고 연락했을까..생각하니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어쨋거나 기왕에 길을 나선 사람은 떠날 수 밖에 없고, 비행기는 시간에 맞추어 뜰 수 밖에 없다.
비행시간이 짧아서 그런지 점심시간이 걸려있음에도 기내식이 스낵수준이다.
간단하게 먹고는 출입국 신고서, 세관신고서 등 몇가지 의무사항을 이행하고 나니 어느덧 나고야다.
나고야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뜨자 내릴 준비를 해야한다.
나고야 '츄부공항'은 나고야 시내에서 특급전차로 30분정도 가야 도달하는 해안지역에 위치해 있다.
최근 몇년전에 지으진 공항이라 그런지 시설이 꽤 깨끗하고 현대적이다.
공항에서 짐을 찾아 나오니 바로 메이테츠 전철역으로 연결된다. 통창밖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태평양이 내다보인다.
메이테츠 전철을 타고 30분만에 '나고야역'에 도착하였다.
이 곳에서 '버스를 탈까 아니면 기차를 탈까' 고민하다가
이 지역은 눈이 많이 오는 고장이니만큼 괜히 버스를 탔다가 눈길에 지체라도 되면 낯선 곳에서 늦은밤에 숙소 찾아가기도 힘들것이라는 생각에,
기후에 영향받지 않는 기차를 타기로 하였다.
'가나자와'까지 버스는 3.600엔, 기차는 좌석예약하지 않으면 4,310엔..
기차타고 편안하게 가자..했는데, 그런데 실제로 표를 끊으니 6,620엔이란다.
아니~난 좌석 예약하지 않고 자유석 할 건데..했더니, 그래도 6,620엔이란다. 아~왜?
설명인즉, 4,310엔은 기본 요금, 나머지는 예약을 하던 않던 익스프레스 요금으로 부과되는 요금이란다.
음~메이테츠도 기본요금 850엔에 익스프레스 요금 350엔이 붙더니..그런 개념이구나~ 비싸다.
15:40분에 출발한 시라사기호는 나고야에서 직진하여 북쪽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서쪽 '마이바라'를 거쳐서 북쪽으로 올라간다.
다른 기차 스케쥴에는 나고야에서 마이바라까지는 30분 정도 거리로 표시되고 있는데,
이 기차는 어디를 거쳐가는진 몰라도 마이바라까지 1시간이 걸린다. 시간대마다 다른 노선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보인다.
마이바라를 지나고 호쿠리쿠 지역으로 들어서니 서서히 하얀 백색의 땅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여행을 시작하는 첫날에야 무엇인들 즐겁지 않겠냐마는,
평생을 살면서 저만한 눈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도 안되는 동네에 살다가 저런 눈을 보니 마음이 들뜨기 시작한다..♪
하지만, 불과 이틀만 지나면 이것은 '새발의 피'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런 풍경은 사진이 없었다면 이미 우리의 기억속에서 까마득히 잊혀질 수 밖에 없는 풍경이 되었을 것이다
3시간 10분을 달려서 18:50에 이시카와현의 '가나자와'역에 도착하였다.
역사로 나오니 생각보다 웅장하고 모던한 역사와 시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이미 시가지는 어둠에 잠기기 시작했고, 우리는 깜깜해지기 전에 얼른 숙소를 찾아들어가야 했다. 홈
피에서 미리 인쇄해 간 설명서를 들고 순서대로 찾아가니 별 어려움없이 숙소에 도달하였다.
숙소는 '퐁기'라고 하는 게스트하우스로서 가나자와역에서 걸어서 약 5분정도 거리에 있다.
홈페이지와 엑세스설명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짐을 풀고는 저녁을 먹어야 해서 다시 역앞으로 나왔다.
게스트 하우스 주인장에게 주변에 뭔가 가볍게 먹을만한 '라멘'집이 없는지 물었더니, 가나자와에는 특별한 라멘집은 없고,
이 지역에서는 '신선한 생선요리'가 특별하고 맛있으니 '생선 돈부리'를 먹어보라고 추천해준다.
역주변에 가면 쉽게 먹을 수 있을거란다.
길을 나서니 빗방울이 하나씩 둘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우산을 바쳐들고는 여행지의 첫날을 탐험한다.
밤의 어둠이 짙어질수록 네온의 빛은 더 화려해지는 도시의 거리,
외로운 사람이 많은 대도시일수록 밤에는 사람이 없다. 모두들 요리집으로..
생각만큼 식사를 할 만한 집을 찾기가 어렵다. 이 골목 저 골목 두리번 거리다가 보니
부대전골처럼 보이는 붉은 찌게 냄비가 눈에 들어와서 무조건 들어가본다. 상호도 '아까가라(赤)から)'라..
내부를 살짝 들여다보니, 거의 잔술집 분위기이긴 하지만..
이렇게 눈치보기 작전으로는 첫날부터 굶게 생겼으니 정통으로 부딪혀보기로 한다.
예쁜 아가씨에게 '우린 지금 식사를 해야하는데 밥을 먹을 수 있는지?'물어보니,
찌게를 주문하고 밥을 주문하면 밥을 먹을 수 있다면서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얼굴이 예쁜 처자가 마음도 예쁘다. 갸우뚱..반대인가? 마음이 예쁘서 얼굴이 예쁘게 보이나..?
어쨋거나, 친절한 설명덕분에 그 집에서 '이찌방'으로 인기있는 매운 찌게와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먹으면서, 주변을 살펴보니 다른 팀들도 바에서 찌게와 밥 그리고 생맥주 한잔씩을 놓고 먹고 있다.
밥집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식사와 가벼운 잔술을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음식점인 것 같다.
이것이 이 동네에서 인기있는 '뻘건 찌게'인데,
주재료가 돼지고기라곤 하는데, 부위가 먼지는 알수가 없다.
살은 아주 얇게 붙어있고, 살 아래쪽은 두부처럼 하얗게 생긴 부드러운 덩어리가 붙어있는데,
비게덩어리는 아닌 것 같고, 내장의 어느 부분인지..살의 텁텁함이 없이 질감이 상당히 부드럽다.
매운 정도가 1에서 10번까지 있는데, 그 중에서 '이찌방'인기있는 것은 No.3래서 우리도 NO.3로 했다.
'오이시이데스요~'
우리 한국인들 문화에서 밥을 찌게 하나로 먹기에는 너무 궁상맞아 보인다.
더구나 가나자와는 동해안에 인접해 있어서 신선한 생선도 많다는데,
생선한 조각은 먹어줘야 가나자와에 갔다왔다 말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생선을 한 마리 시켰다.
약간 '서대'처럼 생기긴 했지만 맛은 담백한..한마리 740엔..
일본이 반찬 인심은 숭악한 편이지만, 밥 인심은 좋은 편이다. 양도 많고 기름지고..맛 있고..
게다가, 생맥 1잔까지 시키니 한상 제대로 갖춰진다.
오늘 하루 아무리 바쁘게 뛰어다녔어도 한 끼니도 굶은 적은 없건만,
일본에서 뻘건 찌개를 먹을 수 있다는 점에 감격하여 너무 맛있게 한 상 해치웠다. 마치 도적떼들이 한 바탕 휘젓고 간 형세이다.
계산하니 4,074엔이 나왔다. 마사끼(퐁기)상 왈, "와~타까이데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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