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나라 /10-01 일본츄부

첫날밤 잠자리, 게스트 하우스 '퐁기'

노코미스 2010. 1. 17. 00:04

 

 

우리가 첫날 밤 묵었던 게스트 하우스 '퐁기'는 좀 특별한 곳이었다.

우선, 홈페이지에서의 느낌부터 뭔가 색달랐다. 우선 운영체제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다른 곳과는 좀 다른 것같기도 하고,

다국적 배낭족들이 자주 드나드는,

좀 더 자유로움이 있는 것 같은 그야말로 관광이 아닌 정말 여행객과 분위기가 맞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서 이 곳을 선택하였다.

 

그러나 가끔 인터넷으로 예약하는 경우,

웹상에서 보고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경우들도 있어서 쉽사리 판단하지는 못하고, 단지 기대만 가지고 가는 경우들이 많다.

'퐁기'역시 그러했다.

 

 

 웹상에서도 '퐁기'가 크고 화려한 곳이라기 보다는 아기자기한 전통가옥구조일 것이라 짐작했지만,

생각보다 더 아기자기하고 전통적인 느낌이 더 많이 남아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외관상 퐁기의 이미지는 다른 집과는 확연히 구분되어지는 개성이 있는 집이다.

건물색깔부터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색이 아닌 '자색'으로 칠해져 있고,

집앞에 거는 차양도 화려한 노랑색에 입간판도 빨간색으로 상당히 칼라플하다.

초행의 사람이 찾아가더라도 눈에 잘 뜨이도록 되어 있다.

 

 

 

운하위의 다리를 건너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리셉션 데스크가 있다.  

이 집은 뭐든지 다 아기자기하다. 리셉션 오피스도 1평남짓하다. 그 공간을 이렇게 아기자기하게 꾸며놓고 있다.  

 

 

 

리셉션 오피스에서 여닫이문을 열고 올라서면 바로 '커뮤니티 룸'이 나온다.

중앙에 전통 '코다츠'가 놓여있고 이 곳을 중심으로 모여앉아서 여러 나라에서 오는 여행객들이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남자분이 '퐁기'의 주인이면서 유일한 매니져인 '마시키 상'이다.  

우리가 들어서니 '커뮤니티 룸'으로 안내하더니 몇가지 지켜야 규칙을 꼼꼼이 알려준다.

출입시간, 시설사용, 퇴실규칙 등..그리고 이 집의 내력과 자신의 이력 및 프로파간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준다.

첫 눈에 벌써, 사람 만나는 것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읽을 수 있다.

 

고다츠위에는 방명록이 있어서 살펴보니 우리 한국인이 2명이 다녀간 흔적이 있다.

그들이 뭐라고 써 놓았는지 굉장히 궁금해한다. 그래서

'그들이 여기서의 경험을 매우 행복해하고,..마사키상이 아주 친절한 사람이고,,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들러서 좋은 경험을 쌓아가길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대략적으로 해석해주니..

마사키 상, 합장을 하고 몸을 꼬면서 매우 행복해 한다^^

 

 

 

 

'퐁기(pongyi)'는 미얀마 언어로 '스님(monk)'이라는 뜻이란다.

몇년전에 단기 수행과정으로 미얀마에서 2개월 정도의 스님생활을 했던 경험을 인연으로 '퐁기'라는 이름을 쓴다고 한다.

그런 인연으로 해서, 1인당 숙박료에서 100엔을 빼내서 '미얀마 아동 구호 기금'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숙박료도 얼마되지도 않구만서도..

 

 

그의 프로파간다는 다국적 여행객에게 저렴한 숙소를 제공하고,

그들이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해주고, 일본의 전통문화를 보급하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 신념이 숙소 공간 곳곳에 숨어있다.

벽에 붙어있는 한자들은 이 곳에서 쉬고 간 사람들이 남긴 흔적들이다.

우리는 시간상 흔적을 남기지 못했다. 나도 붓만 들었으면 일필휘지로 한 획 멋지게 남겼을터인데..ㅋ

 

 

나의 동행자는 최초의 외국여행에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다.

한 방에 앉아있는 사람조차 신기해서 그를 배경으로 혼자 사진찍기놀이를 즐기고 있다.

다행히 젊은 일본인이 흔쾌히 사진에 조인해준다. 저 친구도 이렇게 노는 우리가 신기했겠지..^^

 

 

1층에서 규칙에 대한 설명을 모두 다 듣고, 다음 집안 구조에 대한 안내를 받고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간다.

이 집은 원래 '기모노 샵'을 운영해 오던 전형적인 일본 전통가옥으로서 지어진지 약 200년이 넘은 집이란다.

그 집을 마사키상이 렌트하여 완전 새롭게 리폼하여 지난해 6월에 오픈한 집이라, 구조는 옛것이지만 다른 집기나 시설등은 깨끗하다.

 

전통가옥의 구조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퐁기는, 1층에는 공용공간이 구성되어있다.

리셉션 데스크, 코뮤니티룸, 두어평 남짓한 중앙마루와 화장실, 부엌, 샤워바스가 있고,

2층에는 왼편으로 다다미식 방, 오른편으로 여성전용 도미토리와 남성전용 도미토리 공간이 따로 있다.

 

우리는 화실을 선택하여 예약을 하였는데, 마사키 상은 자기네의 다다미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매우 비싼 것이고 깨끗하게 사용해야 하므로 가방을 끌어서 다다미가 긁히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는 부탁을 간곡히 하고 내려간다.

 

방은 참 효율적으로 되어 있다.

현재 이불이 깔리는 이 방이 2인실, 저쪽 가방이 있는 쪽을 연결하면 3인용,

그 안쪽 미닫이를 열면 공간이 확장되어 4인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일본을 웬만큼은 다녀봤다고 할 수 있어도 이렇게 전형적인 서민들의 가옥구조를 경험한 것은 처음이다.

나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게다가 일본 현지인과 직접 이렇게 오래, 그리고 길게 말을 섞은 것도 처음이다.

 

많은 이해를 하게 되었고, 많은 오해를 깨는 계기가 되었다.

함께 간 나의 제자도 일본에 대한 많은 편견들이 수정되고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행복해 한다.

 

 

 

다음날, 따뜻한 방에서 잘 자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서 퐁기를 나오니 비가 오고 있다.

세심한 마사키 상이 기다리라 하더니 비닐팩을 가지고 나온다.  가방이 비에 젖지 않도록 손수 가방에 씌워준다.

가방사이즈에 딱 맞다. 하늘은 쿠무리하게 내려앉았지만, 우리의 발걸음은 하늘을 날을 듯 가볍다.

 

 

 

 

 

                  'pongyi'홈피 http://english.pongy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