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reading/영화읽기

식민지 시대에 대한 진한 향수, '인도차이나'

노코미스 2010. 9. 3. 22:46

 

 

 

 

4-5년전에 한번 본 것 같은데 줄거리가 영~ 생각나지 않더니..

다시 보니 조금씩 기억이 재생된다.

 

당시 이 영화를 보고는 '드레곤 아이랜드' 즉, 하롱베이를 가고 싶어 얼마나 안달했던지..

물론, 그러고 나서 그해 여름 하롱베이를 가서는

내가 상상한 그곳, 영화속에서 본 그 하롱베이의 느낌이 아니어서 무지 실망하고 왔지만..

 

어쨋거나 영화는 주인공들의 아픔과는 상관없이 참 아름답게 만들어졌던 영화였다.

마치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주는 '까뜨리느 드뇌브'의 우아한 뒷모습처럼..

 

그러나 다시 보면 참 슬픈 영화이다.

슬픈 사랑의 영화가 아니라..

슬픈 역사 이야기이다.

물론 사랑도 아프다. 그래서 많이 울기도 했지만..

 

 

 

 

표면적으로는 우아하고 이성적이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제국주의 유럽의 한 여인네가

가족을 잃어 오갈곳없는 식민지 국가의 어린 딸을 입양하여 키우면서

인도차이나의 격동기에 겪게 되는 온정주의적인 스토리와

얽히고 섥힌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히식민 제국주의적 시선에서 그려진 

그닥 기분좋지않은 오리엔탈리즘 영화라는 걸 알수 있다. 

 

일단, 배역부터 보면 

여주인공 엘리엔느을 까뜨린느 드뇌브로 내세워 그녀로 하여금

 훤칠한 외모와 그 속에 담긴 자유와 평등, 우아미와 지성미, 그리고 온정주의적 관대함 등 

모든 미덕을 갖춘 프랑스를 상징하고자 하고 있으며..

 

이런 미덕은 상대적으로 인도차이나 식민국의 찌질한 인종들에 비하여

자신들이 훨씬 우수민족임을 내세우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히 포함되어 있다.

 

 

 

 

 

흑과 백의 동서양이 감미로운 리듬에 맞추어 함께 아름다운 스탭을 밟아가기를 바라는

감독의 마음이 진심이라 하더라도,

 

역시 함께 맞추어야 하는 리듬은 유럽의 리듬이고

그 옆에서 그들의 리듬이 끊어지지 않도록 종일 서서 부채질을 하면서

열을 식히는 중노동은 동양인이 해야 한다는

유럽중심의 무의식적 식민의식이 영화전반에 깔려있는 것을 그들은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감독은 나름대로 식자층으로서

과거 식민지였던 나라에 대해서 그들의 독립운동사에 대해서 

예우를 갖추려고 애를 썼는지는 몰라도..

그러나, 여전히 날아간 옛사랑(식민지)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영화로 보인다. 내눈에는..

 

사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프랑스의 식민지가 된 인도차이나의 한 여인(린당팜)이

프랑스여인(까뜨린느 드뇌브)의 양녀가 되고 프랑스식의 교육을 받고 세상물정모르고 곱게만 자라오다가..

어느계기로 인하여 자신의 조국이 없어진 것을 인식하게 되면서

 자신의 아들과 개인적인 행복을 미련없이 버리고

조국의 해방을 위하여 변화되고 강해져가는 과정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렇듯 까미유(린당팜)의 이야기가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핵심 줄기임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까미유의 이야기를 까미유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엘리안느(까뜨린느 드뇌브)의 입을 통해서 전달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모든 서사는 까미유가 아닌 엘리안느의 서사가 되고, 인도차이나가 아닌 프랑스의 서사가 되어버린다..

까미유의 이야기는 안타깝게도 엘리안느의 삶을 이야기하기위한 주변이야기가 되어버리고.. 

 

오리엔탈리즘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장면에 나타난다.

인도차이나의 독립을 위한 제네바 협약에 베트남 대표로 나타난 까미유..

엘리안느는 까미유의 아들이 엄마를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하면서 

한때 인연을 맺었던 인도차이나의 식민지국 여자아이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보여주는

관대한 제국주의 여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역시 프랑스식 교육을 받은 까미유의 아들은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우리들의 엄마는 당신뿐이다'라는 말로 자신을 낳아준 엄마를 만나기를 거부한다.

 

이 대목에서 프랑스가 얼마나 인도차이나 식민지 시대를 그리워하고 있는지..

그리고 여전히 인도차이나가 프랑스를 모국으로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얼마나 큰지..

 감독의 진한 향수가 여지없이 베어나온다. 

 

 

 

 

 

이 영화에 출연했던 베트남 배우들은 이런 스토리에 어떤 느낌을 받으며 출연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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