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학생들의 이른바, 졸업여행을 다녀왔다. 지들한테 목적지를 정하라 했더니 '순천만 갈대밭'으로 결정했단다.
낙안읍성을 끼운 순천만 코스는 겨울여행코스로는 나쁘지 않다. 학생들이 정했으니 선생들은 따라만 간다.
나쁘진 않지만, 작년에도 갔던 곳이라 크게 기대는 없이 바람쏘인다..는 생각정도로 가볍게 동참한다.
창원에서 순천까지는 약 2시간 반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 같다.
먼저, 낙안읍성을 들렀다가 오후에 순천만 생태공원을 가는 코스로 한다.
낙안읍성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는 성입구로 이동한다.
평일이라 그런지, 관광객은 거의 우리뿐이다. 개별적으로 밀월여행을 떠나 온 젊은 연인들이 몇 커플 보일뿐이다.
날씨는 전날 기상대가 안내했던 것보다는 훨씬 포근하고 맑다.
마을앞 공원에는 다양한 모습의 장승들이 성을 지키고 있고..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하고는 성문을 통과하여 입성한다.
성곽은 자연석으로 아래쪽은 큰 돌, 위로 올라갈수록 작은 돌로 하여 비스듬하게 쌓아서 요새의 기능을 하도록 설계되었음을
짐작케한다.
성문 입구들어서자마자 기념품가게가 있고, 지금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번데기와 고동이 겨울나그네들을 유혹한다.
민속촌의 분위기를 내기 위하여 입구에 조성해 놓은 소달구지 조형물과 오늘날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경운기가
하나의 플레임속으로 들어온다
우리의 민속이지만 젊은 친구들에게는 신기한 것들이 많다.
무슨 열매인지는 모르겠으나, 색깔이 한얀게 예쁘다..
앙상한 가지에 메달려 있는 하얀 열매와 빨간 홍시는 텅빈 겨울 하늘을 배경으로 감각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고..
마을 입구 근처에 기념품 가게도 있고..
넓은 공터 너머에 사대가 기왓집이 ..
문 입구에 수문장 둘이 서 있는 폼이 관가인 모양이다.
대문을 통과하여 마당으로 들어서니
오른쪽 귀퉁이에는 먼 죽을 죄를 지었는지..불쌍한 중생이 한 겨울 서설에도 볼기짝을 내어 놓고 누워있다.
얼마나 맞았는지 볼기짝이 다 헤어졌다..;;
계단위쪽에 지어진 동헌 마루에는 이 지역의 사또인지 수령인지가 죄인을 문초하고 있고..
그 위에는 使無堂이란 현판이 걸려있다.
사무당이란, 조선왕조때의 지방관청으로서 지방의 감사나 수령등이 지방행정과 송사를 다루던 동헌이란다.
사무헌의 왼편은 수령의 안채로 사용하던 내동헌이고..
마당에서 돌담으로 쌓아올린 장독대와 그 위에 가지런한 항아리들 그리고 낮으마한 흙담의 조화가 편안하다.
낙안읍성은 마을이 성곽안에 조성되어 있는 민속마을로서
남아있는 우리들의 유적들 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마을 구조는 아닌 듯하다.
유럽에서는 성곽안에 조성된 마을을 다수 본 적이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존이 되었건 복구가 되었건 이런 형태의 마을은 처음보는 듯하다.
추수후 깔끔하게 재정비한 초가집 이엉사이로 대로가 뻗어있고..
골목안으로 들어가보니 황토방 민박집도 있고..
오늘 우리가 온 줄 아는지, 민박집 울타리에 심겨져 있는 나무가지위에서 까치가 우리를 반겨준다.
역시, 까치는 우리나라 겨울하늘과 잘 어울린다.
문앞에 '獄舍地'라 쓰여있는 오래된 목조건물이 있어, 대문사이로 들여다봤더니..
무슨 동물사육장처럼 내부가 들여다보이도록 얽어놓은 건물이 서 있다.
다시, 문앞으로 나와서 건물에 대한 기록을 읽어보니..
옥사지란 옛날 고을내의 죄수들을 수용했던 건물인 옥獄 터란다.
일반적으로 다른 읍성에는 이 옥사가 관아근처에 있다는데,
낙안읍성에서는 앞에서 본 관아와 이곳 옥사는 좀 떨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란다.
이곳도 고개를 쭈~욱 내밀어 마당안을 들여다보니.. 수령같은 사람이 한쪽으로 앉아있고,
그 앞에 형틀위에 죄인이 누워서 문초를 당하고 있고..
이런 구조가 재밌는 관광객들은 스스로 죄인과 형리가 되어 역할 놀이를 하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난.. 앞의 관아에서 형틀에 묶여있던 모형 이미지와 오버랩되면서 기분이 썩 유쾌하질 않다.
우리나라 관광공사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이런 모습으로 관아의 역할을 재생하고 있는지..
씁쓸함을 감출수가 없었다.
옥사야 원래 죄인들을 수감하는 곳이니 이런분위기가 정당하다 치더라도..
일반 관아야 양민들의 어려움에 귀기울여주고 그들을 도와주는 선한 정치를 하는 모습으로 구현할수는 없었을까..
예나 지금이나 행정관들이 그저 양민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태도는 변함이 없으니..
현재의 행정단체들도 자신들의 일상적 양태와 워낙 비슷하니 저런 모습에 아무런 죄의식없이
자연스럽게 재생시켜 놓는건 아닐까..
외국인들의 눈에는 우리의 행정문화가 어떤 시선으로 비춰질까..
마을 어귀의 물레방아도 시골분위기에 한 역할 하고..
마을을 구석구석 살표본 후, 마을 전체를 조망하고 싶어 성곽위로 올라간다.
기왓집보다는 주로 초가집으로 이루어져 있다.
위에서 보니 노란 초가지붕과 돌담으로 닥지닥지 붙어있는 모습들이 참 정겹다.
봄에 복사꽃이라도 피어오르면 참으로 아름답겠다~
초가마을은 겨울이라 해서 석조건물만큼 삭막하진 않다.
노란 초가지붕과 그 사이로 뻗어있는 앙상한 갈색 가지 그리고 그 가지끝에 하나둘 메달려있는 빨강 감홍시의 조합은
한국의 겨울을 세계 어느곳의 겨울보다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겨울풍경으로서..
게다가 순전히 자연의 색감으로 이만큼 화려한 풍경은 아마도 전세계적으로 찾아보긴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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