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라 /남도 기행

순천만 자연 생태 공원으로의 겨울여행

노코미스 2010. 12. 10. 23:49

 

낙안읍성을 구경하고 10여분 거리에 있는 벌교로 가서 벌교 꼬막정식을 점심으로 해결하고..

다시 20여분을 달려서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에 닿았다.

 

 생태 공원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공원내의 건축물들의 외관은 거의 원목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잘 닦여진 보행로를 이용하여 쭉 걸어올라가니..

 

 

 

 생태 박물관을 지나고..박물관 앞 야외 조각공원도 못본채 통과..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니..전에 보지 못했던 손 모양의 조형물이..

 

설명서를 읽어보니 "하모니 포 람사르 2008"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조형물은 순천시와 경남도와의 친선 협약 및

2008년 람사르 총회를 기념하여 기획된 조형물이란다.

 

 

 

 

그런데 설명서를 보니, 손 모양이라고 생각했던 조형물은 손이 아닌 철새의 날개형상이란다. 이런 무식한..

 

작품의 기본 의도는 수직 상승하는 철새의 양쪽 날개를 통하여 대한민국 최대의 철새 도래지중 한곳인 순천의 이미지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과 자연의 서로 화합하고 배려하는 이치를 표현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슬슬 걸어서.. 드디어 갈대숲의 입구까지 왔다.

저 다리를 건너면..어린연인, 늙은 연인 할 것 없이 어쩐지 '나 잡아봐라~'를 해야할 것 같은

꺽다리 갈대밭이 펼쳐진다.

 

 

 

 

그런데, 다리를 넘기도 전에 바로 코앞에 요렇게 앙증맞게 생긴 관광열차가 떡하니 서있다.

저번에는 없더니, 고새 하나 벤취마킹되었다. 걷는 여행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저걸 보니 어쩐지 걷고 싶지가 않아진다.

얼른 올라탄다.

 

기차가 출발하니 어디선가 아릿다운 아가씨의 코멩멩이소리가 들린다. 순천만 습지에 대한 안내가 시작되는 것이다.

얼른 들으니 이 습지의 규모가 70만평이나 된단다. 오~ 몰랐던 정보다.

이 곳의 습지는 소중한 생태 보존 역할을 하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 중 한 곳인데,

그 중에서도 '흑두루미'가 유명하단다. 흑두루미는 전세계적으로 9,000여마리뿐이라 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 하옇던 희귀종이란다. 음~이런 정보도 중요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아가씨가 '갈때가 왜 갈때인지 아느냐~'고 묻는다.

답이 뭘까 고민하고 있으니..어떤 이가 냉큼 '갈때가 없어서 갈대~'라 대답한다

그러니, 아가씨 웃으면서 하는 말씀이 '올데가 없어서 갈대~'란다@.@..

그러면서, 우리도 갈대가 될 수 있을까요? 묻더니..기차가 다시 원래자리로 데려다 줄 것이므로

우리는 '올 데'가 있으니 '갈대'는 아니란다. 와~ 이런 난해하고 고차원적인 대화라니..ㅎㅎ

역시, 천원 지불할만하다.

 

하옇던 그런 중요하고도 고차원적인 이야기를 중요하지 않은 듯이 우스개소리처럼 하면서,

갈대숲 사이로가 아닌 말라빠진 양미역취가 가장자리로 심겨져 있는 둑길로 10여분 달리더니

되돌아오는길에 '순천 문학관'앞에 잠시 정차해준다. .

 

 

이 순천 문학관에는 순천이 낳은 우리나라의 유명한 문인 '정채봉'시인과 '무진기행'의 '김승옥'에 대한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다.

 

 

내려서 기차를 보니 앞부분에 흑두루미 한 마리가 날개를 펴고는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것이 순천시의 이미지겠지..

그렇게 비상하기를 빈다.

 

 

 

 

 우선 '정채봉'관으로 들어가니 그의 작품과 기록물들이 깔끔하게 전시되어 있다.

 

 

 시간에 쫓기면서..그닥 문학에 관심없는 우리들은 전시물들 사이로 바람처럼 스쳐지난다.

 

 

 

 오세암의 줄거리를 이렇게 디오라마 형식으로 꾸며 놓기도 하고..

 

 

 정채봉님의 마지막 인사를 뒤로 하고는..

 

 

 '김승옥관'으로 들어간다.

 

 

들어가는 입구에 그의 소설가론이 적혀있다. "'소설가란 스스로 이것이 문제다'라고 생각하는 것에 봉사해야지, 어느 무엇에도

구속당해서는 안된다. 권력자나 부자의 눈치를 살펴도 안되고, 동시에 힘없고 가난한 사람의 비위만 맞춰서도 안된다. "

 

아주, 주체적인 소설가론이다.

 

이런 주체로서의 자기 역할론은 비단 소설가에게만 해당되겠는가.. 우리 모두의 삶의 지표가 아니겠는가..

 

 

 

 그의 소설'무진 기행'을 영화화했던 '안개'의 포스트가 전시관 한 가운데에 포인트로 부착되어 있고..

 

 

역시 출구에서, 그의 젊은 시절 모습으로 배웅을 받는다

"갈대 우거진 순천만에서 무진기행의 의미를 찾길 바랍니다"라는 덕담과 함께..

 

 

 

김승옥관 앞에 다목적관이 있다. 드나드는 사람도 그닥 없고 한적한 느낌이 들어서 뭔가.?하고는 슬며시 들여다보니..

이곳에 보물이 있다. 순천만의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포착한 사진들..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을 렌즈가 포착하고..눈으로 읽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렌즈는 읽는다.

 

주어진 20분을 빠듯한듯이 채우고는 다시 미니열차를 타고 출발했던 곳으로 되돌아온다.

이곳으로 되돌아 온 우리는 올데로 왔으니 갈대는 되지않아도 된다.

 

 

 

출발점까지 돌아와서는 시간이 좀 남았길래 선착장으로 내려가 본다. 이미 배는 떠났고..1시간후에나 다음배가 있단다.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아쉬움으로 깨금발을 하고는 먼곳 수로를 좇아 그 풍경을 짐작으로 가늠할 수 밖에 없다.

만 입구에 정박되어 있는 회색빛 갯진흙위의 파란색 통통배가 겨울분위기를 그나마 경쾌하게 해준다.

 

 

 

어중간한 시간에 크루즈도 못하고, 용산 전망대도 못 오르고 주변레스토랑에서 차나 한잔하고 있으니

일찍부터 보트코스를 선택했던 친구들이 얼굴이 빨갛게 얼어서 들어온다.

 

 

  

본인들이 본 것들을 자랑하며 사진을 보여주는데..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커진다.

결국, 내가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포스팅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몇 컷 보내라 했더니

마침 포스팅 전에 멜로 전송이 되어져 왔다.

 

 

 

주남 철새 도래지 만큼은 아닐지라도, 갈대와 철새가 어울어지는 이곳만의 분위기가 있는 듯하다

 

이 곳을 보기 위해서는 순천만 기행 3개년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인가..정녕??

 

 

작년에는 아직 갈대꽃이 지기전의 풍성하 갈대숲과 용산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순천만의 아름다움을 보았다.

올해에는 미니기차 코스로 순천문학관을 방문하였고

천상, 보트 관광을 위해서 내년에 한번더 와야하나..

 

 

 

따뜻한 모과차 한잔이 식을때까지 수다를 떨다보니 어느새 약속시간이 다 되었다.

마지막으로 다리위에서 전체 갈대숲과 그 끝자락에 길게 누워있는 '龍山'을 한번 조망해 본다. 

그러면서 작년에 올랐던 용산전망대를 눈대중으로 더듬어보니 용산 오른쪽 끝부분에 아스라이 실루엣이 잡힌다. 

이 전망대는 전국에서 조망권이 좋기로 유명할 뿐 아니라 일몰이 좋기로도 유명하다.

 

직접 올라가지 못하는 아쉬운 마음에 저기 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순천만의 모습을 다목적관에서 훔쳐온 사진으로 대신해본다.

 

 

 

늦가을에 용산의 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순천만의 모습..

이 빨간 풀은 습지에서 볼 수 있는 어떤 갯풀인데, 늦가을이면 이 빨간색이 절정에 이른다는데..이름을 모르겠다.

 

 

 

용산의 전망대에서 맞이하는 일몰 또한 장관이라는데..

일몰에 비친 황금빛 갈대밭..

 

 

 황금빛 갈대와 붉은 갯풀의 조화..이보다 더 화려할 순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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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과 올해의 순천만 기행으로 느끼는 점은

순천만 기행은 3가지 옵션을 잘 선택하면 멋진 여행이 될 수 있겠다는 것이다.

3가지 옵션이란

첫째, 갈대숲 사이로 난 데크를 걸으면서 습지의 생태를 함께 즐기는 것

둘째, 미니 열차를 타고 노랑 양미역취가 아름다운 가을길을 산책하면서 문학의 향기를 느끼는 것

셋째, 크루즈를 타고 철새도래지로서의 순천만을 지대로 즐기는 것

 

시간이 있으면 이 세가지를 다하면 좋겠지만

시간이 없는 경우는 한 두가지 정도를 선택해서 볼 수도 있겠지만,

다시 오기가 힘든 사람들은 위 사양중에서 두가지 정도는 선택을 해보는 것이 온 김에 다양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나는 순천만에 시간의 때가 조금 더 묻은 후에 한번 더 와 보리라 생각하며..

흑두루미의 도시 순천에 작별을 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