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02 금요일 날씨: 흐리고 비 왔다갔다리..
해마다 이맘때면 행하는 행사, 우리 학생들 당일치기 졸업여행~
실습갔다오고 한 학년을 마무리하기 전에 학우들과 좋은 추억만들기 위하여 가는 여행~
올해는 하동으로 일정을 잡았답니다.
겨울 여행지는 참 마땅한 곳이 없습니다. 작년까지 몇 년동안 순천 갈대밭을 갔었는데..
올해는 그만 갔으면 했었는데(속으로..ㅎㅎ) 마침 행선지가 바꼈군요~ 야호입니다.
먼저 '토지'에 나오는 최참판댁에 들렀는데..그곳은 영락없는 관광지 느낌이어서 통과하고..
담에 다른 계절에 갔다오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큰 기대 않고 따라간 쌍계사였는데, 이 곳에 아직 가을이 남아있읍니다. 가을 바람도 스산하게 불어주는 것이 만추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게 해 줍니다
우선 '쌍계' '석문'을 통과합니다.
석문을 통과하여 할머니 가르마 같은 하얀길을 잠깐 따라 올라가줍니다.
올라가니 '삼신산 쌍계사'라는 현판이 걸린 일주문이 나타납니다. 삼신산은 지리산의 남쪽 봉오리를 일컫는다고 하네요.
쌍계사는 삼신산 중 또 한 봉오리인 방장산에 위치한 불교 조계종 제 13교구 본사랍니다.
창건은 신라 성덕왕 22년 즉, 723년에 삼법, 대비 두 스님이 당나라 6조 혜능대사의 정상(머리)을 모시고 와서
꿈의 계시대로 눈속에 칡꽃이 핀 곳을 찾아 정상을 봉안하고 절을 지은 것으로 그 역사가 시작된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금강문 위의 사천문>
서기 830년에 진감 해소국사(774-850)께서 당나라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삼법, 대비 스님의 옛 절터에다가 육조 영당을 짓고
절을 크게 확장하여 옥천사라 하였다 합니다 . 이는 쌍계사 앞과 옆으로 흐르는 이 물도 옥천이라하기 때문이라지요
사천문 옆으로 옥천이 흐르고, 개울가의 색깔 짙은 단풍나무가 그나마 무명의 대중에게 광명을 찾아줍니다
정강왕은 이웃 고을에 이미 옥천사가 있고,
산문밖에는 두 시내가 만난다하여 '쌍계사'라는 사명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 후, 중창과 소실..또 다시 중창, 복원, 중수 등을 거쳐서 현재와 같은 대가람의 면모를 갖추었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거쳐 가신 스님중에는 저명한 스님들도 많은 거 같은데, 제가 아는 이름을 아는 스님은 만허 스님 뿐이군요~
사내 문화재로는 국보 1점, 보물 6종, 지방문화재 12점, 문화재 자료 5점, 천연기념물 2 곳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는데..
당일에는 이런 정보를 알 수가 없어서 주마간산격으로 훓고 나왔을 뿐입니다.
사천물을 들어서니 늘 보던 3층 석탑 또는 5층 석탑이 아닌 '9층 석탑'이 '팔영루'를 가로막고 서 있습니다.
처음에 저 건물이 대웅전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더군용
'팔영루'는 우리나라 불교음악인 범패 명인들의 교육장이랍니다.
쌍계사는 禪과 茶와 梵唄의 산실이라는군요~
쌍계사가 불교음악의 산실이 된 이유는 신라시대 문성왕 2년(840년)에 중국에서 불교음악을 공부하고 돌아온
진감선사가 이 자리에서 절을 크게 확장하여 민족에게 맞는 불교음악인 범패를 만들고 가르치고 부흥 발전시켰기 때문이라지요~
그리고 이 팔영루는 진감선사가 섬진강에 뛰노는 물고기를 보고는 팔음률로서 <漁山>을 작곡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그러나, 음악을 잘 모르는 저는 소중한 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칩니다.
우리 학생들 역시 그런 오랜 과거의 이야기보다는 이런 자연이 더 좋습니다.
마지막 잎새까지 놓아버린 은행나무 아래에서 삼삼오오 만추의 오후를 즐기고 있습니다.
은행나무 옆으로 옥천을 가로지르는 '반야교'
전각 뒤쪽으로 보이는 작은 계단과 어린 단풍나무가 저의 발길을 유혹합니다.
유혹에 약한 저 아닙니까..ㅎㅎ
아무도 건너가지 않는 심심한 곳을 저는 또 혼자서 올라가 봅니다.
이 작은 나무 한그루가 주변을 이렇게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군요~
잿빛 담장과 주황색 단풍색이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어쩌면 세상이 아름다워지는데도 너무 많은 착한 사람이 필요한 건 아닐거라는 생각이 문득 드는군요
아주 알흠다운 사람 한 사람만 있어도 주변은 그로 인해서 더불어 아름다워질 수도 있겠다는..
말하자면 우리사회의 '안철수'같은 사람..
아닌가..
주변도 그 아름다움을 받쳐줄 수 있는 조화로움이 있어야 그 아름다움이 빛이 나는건가..
그도 그렇군요
이 단풍나무가 시멘트 콘크리트 건물숲에 있었다면 이처럼 자기 빛을 내지 못했을수도 있겠군요~
아름다움은 서로가 서로를 받혀주는 조화로움이 있을 때 극대화되는 것이군요~
우리사회도 그러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사람의 아름다운 마음을 아름답게 받혀주는..그런 사회..
반야교쪽에서 팔영루와 구층석탑을 다시한번 조명해봅니다.
이 탑은 불기 2534년(1990년) 한 부부신도의 시주로 3년만에 완공건립된 탑으로서
고산스님이 인도 성지순례를 마치고 돌아올 때 스리랑카에서 직접 모셔온 부처님 진신사리 3과와
말사인 국사암 후불 탱화에서 출현한 부처님 진신사리 2과와 전단나무 부처님 1위를 모시고 있다고 한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과연 부처님의 사리는 몇 개나 되길래..절마다 진신사리를 모실 수 있는 것인가..??
은행나무 뒤편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범종각'입니다. 잎떨어진 가지 사이로 언뜻언뜻 내다보이는 범종각의 단청이 참 예쁩니다.
위치적으로도 참 좋은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대웅전은 팔영루 뒤를 돌아가면 나옵니다. 건물배치는 팔영루와 대웅전이 마주보는 형태로 되어있습니다.
그 가운데, '진감국사 탑비'가 있습니다.
언뜻보기에도 상당히 오래되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여기저기 파손의 흔적이 있고 마모되어 양각이 드러나지 않는 부분도 있고..
건립은 887년,
진감국사가 입적한 지 2년 뒤, 정강왕이 진감선사의 높은 도와 법력을 앙모하여 그가 도를 닦은 옥천사를 쌍계사로 개명하고
그의 공덕비를 건립하였다 함다. 비문은 당대의 문인 고운 최치원이 짓고 썼으며 승려 빈영이 새겼다구요..
감로수가 진짜 감로수더라요.. 아응~
옆으로 해탈문..웬지 들어가기 어려운 문 같은..
그림 그대로 해탈문은 우리 모두에게 반쯤 열려있는 문인지도 모릅니다.
들어오든 나가든 그건 개인의 선택입니다. 지혜로운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해탈문 반대편으로 '여여문'
'여여'하다..뭔뜻인가요??
진감 국사 통감비에서 18계단을 올라가니,
대웅전 전각 아래 오른편쪽으로 이렇게 고색창연한 2층석탑이 하나 있습니다.
보기에는 보존가치가 있어보이는 석탑인데..주요 문화재는 아닌 모양입니다. 이 석탑의 존재에 대한
설명서가 어디에도 없습니다. 안타깝습니다.
문화재의 기준이 뭔지는 몰라도..
지정되지 않는 문화재는 기록할 가치조차도 없다는 의미같군요
오히려 반대편에 있는 석등에 대한 설명은 상세히 되어있습니다. '쌍계사 석등' 경남 유형문화재 제 28호.
건립연도는 정확한 기록은 나타나지 않고, 처리양식을 볼 때 통일신라시대 작품으로 본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볼 때, 반대편 석탑도 그 때쯤 작품이 아닐까 싶은데..
왜 설명서가 없는지 궁금합니다.
대웅전앞에서 전체를 조망해보니
10여년전에 왔을 때메 비해 사찰에 고색이 많이 짙어져 있음을 느낌입니다.
그 말은 마음이 훨씬 편안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는 삶에서 시간이 주는 철학적 또는 미학적 의미는 어느 누구도 따라잡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조건 시간앞에서 겸손해야 합니다.
대웅전 옆으로 나와 앉아 있는 마애불입니다. '경남 문화재 자료 제 48호'
고려시대에 새겨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돋을 새김 마애불..
느낌이 매우 소박하고 친근합니다. 기술적으로는 화려하진 않지만 그 정성은 누구못지 않게 쏟았을 거라는 느낌이 듭니다
비록 부처님을 디테일한 선으로 포장을 하지는 못했지만, 부처님 비바람 맞을까 싶어 주변을 깊게 파서
마치 감실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들도록 파낸 노력은 대단한 정성으로 보입니다.
마애불이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 가 봅니다. 참 풍경이 아름답군요~
돌부처님은 천년을 앉아서도 아름다운 풍경만 보고..
종무소 뒷채입니다. 겨울내내 산사 식구들 드실 된장, 간장, 고추장, 김치 항아리들인가요..
겨울 냉기에 항아리속 내용물들이 아주 맛있게 곰삭고 있겠군요~
대웅전 뒷편으로 올라가보니 최근에 조성된 듯한 금강계단이 있군요~
좀 더 색이 짙어져야 볼만하겠습니다.
그 뒷편으로 역시 감실형태로 파낸 바위안에 돋을 새김한 3존마애불이 앉아 계십니다.
개인신도들의 시주로 이루어진 불사인 모양입니다. 옆에 이름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다시 범종루 쪽으로 내려옵니다. 볼수록 단청색깔이 곱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한참을 바라봅니다.
어~ 근데..옥천 건너편으로 또 다른 건물이 있습니다. 저긴 뭐지~??
경내를 다 돌았다고 생각했는데..아직 못 다본 곳이 있군요~
근데, 제 주변에는 지금 아무도 없습니다. 모두 하산하였습니다. 집결 시간이 다 된 모양이군요~
아~ 좀 더 주도 면밀하게 봤어야 했는데..
아쉬움을 뒤로 하곤 내려옵니다.
빨간 단풍잎에 가서 머무르는 내 미련을 어쩔 수 없어 또 한 컷 카메라에 저장하고는 내려옵니다
...
집에 와서 자료 조사를 해 보니
쌍계사는 크게 '금당영역'과 '대웅전영역'으로 나누어져 있답니다
'금당영역(21~29)'은 초창기 육조의 영당이었던 영역이고,
'대웅전영역(1~20)'은 쌍계사 제 2 중창주라 할 수 있는 벽암스님에 의해 세워진 신가람영역인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쌍계사에 가면 접하게 되는 영역입니다.
그니까 저는 오늘 저의 루트는 '금당영역'을 빼먹은 거군요. 말하자면 앙꼬없는 찐빵을 먹고 왔습니다.
또 다음을 기약해봅니다. 미련한 사람의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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