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라 /영남 기행

기나긴 동면에서 깨어난 대지..

노코미스 2012. 3. 20. 16:00

 

 

2012. 3. 18. (일) 날씨: 아침에는 우울모드였다가 오후에는 여름인가..?할 정도로 덥다

 

센터 보직받고 올라온지 어느새 2개월하고도 17일이 지났다. 마치 한 사흘 정도 밖에 되지 않은 것처럼 착각할만큼 시간은 압축적으로 흘러갔다.

일주일에 서울까지 오르내리는 당일치기 출장을 2번있는 주가 예사일 정도로..이제 서울 오르내리는 일에 이력이 날 정도로 잦은 출장에, 주말이면 겹치는 행사에..

 

어제도 출장갔다 11시경에야 집에 도착했다. 갈수록 아침에 느끼는 몸의 상태가 좋지않음을 느낀다.

보상없는 일이란 참 재미없음을 절감하지만 사회적 체면으로 인해 차마 내뱉지 못하는 입장이 마음을 더 우울하게 한다.

 

몸과 마음이 아직은 차디찬 겨울의 냉기처럼 얼어붙어있어서

상태로 치자면 하루 푹 쉬면서 난방온도 실컷 올려놓고 뒹굴거리고 싶지만..

그 순간에도 그건 나자신을 폐인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란 자각이 의식위로 확 뛰어오른다.

 

입은채로 무작정 나선다. 엘리베이트 내려오면서 행선지를 얼른 머리속으로 굴린다. 밀양? 청도? 진동 해안길? 의령? 통도사 홍매화?..

'통도사 홍매화'가 떠오르는 순간, 지난 주 갔다가 실패했었던 '김해건설공고 매화'가 얼른 생간난다. 오늘 정도면 어쩜 개화했을지 모른다.

그래, 통도사 홍매화는 작년에 충분히 즐겼으니 올해는 김해공고 홍매다.

 

바로 김해건설공고로 방향을 돌린다.

 

 

교정으로 들어서니 늘 꽃소식에 앞서가는 출사동호인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그중 개화가 아름다운 그루터기 앞에는 전문찍사들이 다닥다닥붙어있어서 우리같은 상춘객들은 저 멀리쯤에서 구경하는수밖에 없다.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니 꽃도 꽃이려니와 꽃을 탐하는 인간들의 모습도 아름답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들어 그들을 겨냥한다.  

 

 

그 자체로 아름다운 꽃에 왜 이렇게들 좋은 카메라로 포장을 할려고들 애쓰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모습들은 어쨋거나 상당히 진지하다.

 

피사체의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해서는 나 한몸 뒹구는 것 정도야 뭐..

 

 

 

심지어는 쩍~벌남까지~^

 

 

대포는 남자만 쏘라는 법 없죠, 당연~

 

 

 

나야 사진하고야 거리가 멀지만

들은 풍월에 의하면 사진 찍는 사람들이 봄이면 꼭 찍는 매체가 매화이고

그 중 홍매화가 단연 으뜸이라는데..

경남지역에서 홍매화가 아름답기로는 통도사 홍매화와  이곳 김해공고 홍매화가 으뜸이라는 것으로 들었다.

 

 

이곳의 매화는 한눈에 봐도 그 수령이 상당히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겠는데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자료에 의하면 이 학교가 1927년 첫 설립될 때 한 일본인 교사가 심혈을 기울여서 심은 것이라 하니

최소 85살에서 90살은 족히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가지들이 축축 쳐지고 갈라지고 속이 헤이고..

지주로 바쳐주지 않으면 자신의 몸통을 지탱을 할 수 없을만큼의 고령이 된 것이다.

 

그렇게 쳐져 있는 모습이 마치 룡이 누워있는 것처럼 보인다해서 '와룡홍매'라 이름했을 것이다.

 

 

 

어린 청매도 하나 둘 피어나기 시작하고..

 

 

역시 나오길 잘했다.

대지는 기나긴 동면에서 서서히 깨어나고 있고..

그걸 보는 나의 몸과 마음도 함께 동면에서 깨어나기 시작한다.

 

 

홍매는 청매보다 개화가 더 늦은 듯 하다.

연한 핑크빛 봉오리가 사랑스럽다

 

 

 

김해공고의 매화길은  정문에서 본관까지의 약500m거리에 양편으로 펼쳐져 있고,

그곳에는 85년생 매화나무 53그루와 10년생 23그루가 심어져 있다고 한다

 

이 꽃들이 다 피면 학교 교정은 꽃 천지로 변하겠다.

 

 

3월 16일부터 18일까지 '매화축제'를 한다고 하는데 그 때오면 매실주 시음회, 음악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그 때오면 꽃도보고 님도 보고..

 

 

 

오랜만에 셔팅을 하니 구도도 잘 잡히질 않고..

예전에 쓰던 케논도 망가먹고 니콘으로 찍으니 색감도 받쳐주질않고..

 

맘에 들진 않지만 그냥 안찍으면 오늘의 아름다움을 잊어버릴 듯해서

대포행렬속에 같이 섞여서 똑딱이짓을 해 본다.

 

 

 

 

 

 

 

 

 

 

 

 

 

 

 

 

 

 

 

집에서 나올 때 입고 나왔던 겨울코트는 이제 더이상 필요가 없어졌다.

 대지에도 그리고 모든 상춘객의 몸과 마음에도 명실공히 봄이 와 있다.

 

 

다음주면 김해공고의 모든 꽃들이 만개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