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나라 /12-06 일본관서

오사카 여행 첫날밤의 이자까야낭만~

노코미스 2012. 6. 16. 20:55

 

2012. 6. 6(수) 맑음

 

 

간사이 여행은 맨날 머리속에서만 맴돌고 실천에 옮길 여유가 없었던 참에..

금년도 학생들 해외견학이 마침 간사이 지역으로 잡혔다.

 

부산에서 출발하는 저가항공덕분에니 비용면에서 부담없이 대규모 이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올해에는 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몸만 따라간다.

 

시설참관이 우선인 일정이라 내가 기대하는 낭만적인 여행은 꿈에도 기대할 수 없다.

굳이 원하면 밤시간을 이용할 수 밖에..

 

첫날은 숙소에 도착하자 이미 8시가 넘어 있었다. 학생들을 재워놓고는 우리끼리 빠져나온다.

 

주변의 허름한 이자까야를 찾아나선다. 화려하진 않지만 뭔가 아기자기한 느낌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미 바와 2개 테이블에 손님이 차 있어서

안심을 하고는 들어가 자리에 앉는다.

 

 

 

 

전형적인 이자까야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여행객인 우리눈에는 이런 것 조차 이국적이다. 

 

 

 

앉으니 오이무침과 메뉴판을 갖다준다.

 

 

 

일본사케 핫또와 찬거하나씩 시키고..나는 비루 한 조끼를 시킨다.

 

 

 

주거니 받거니

열심히 술잔 돌리고 있는 사이..

 

 

 

주문한 안주들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하는데..

일본말을 모르는 우리는 대충 일본어 속에 섞여있는 한자나 히라카나 몇자를 조합해서 짐작하여 주문한다.

 

위 샐러드는 '대근, 해초 샐러드'라 되어 있어서 주문한 것인데..

무우와 해초를 섞어서 만들어진 샐러드이다. 그런데 위에 장식되어 있는 해초가 생전 처음 보는 것이라 영~ 신기했다.  

물어보니 '우미(海)푸도'라고 하는 해초인데, 오끼나와에서만 나오는 특산물이란다.

 

알고보니 이집이 오끼나와 토속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집이었다.

 

큰 기대없이 그냥찍어서 들어간 집이었는데..

 

제공되는 요리들이 그동안 일본에서 먹어봤던 음식들과도 아주 차별화되고 독특해서

오늘밤 완전 로또당첨된 느낌이다.

 

 

 

어쨋거나 오끼나와는 장수국 일본내에서도 장수하는 사람이 많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장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중 하나가 그들이 먹는 식품인데..

이 우미푸도도 그 중 하나가 아닐까..

스피루리나도 오끼나와지역에서 배양하는 해조물이라는데, 혹 이 우미푸도는..?

 

 

 

 

열심히 먹고 있으니 그 다음 나온 음식이 이것이다. 이것이 뭐여~? 찌짐아녀~??

우리찌짐 시킨적 없는디..

알고보니 이 역시 오끼나와식 오꼬노미야끼다.

재밌다. 일본에서 한국식 찌짐을 먹게 되다니..푸하하하..

 

 

 

이건 아스파라거스란 단어만 알고 시킨거였는데..

찹살가루묻혀 구운 빨간고기의 탱글한 맛과 아스파라거스의 향기로움이 조화가 아주 좋다.

 

그들은 생선요리를 어쩜 이렇게 신선하고 맛있게 조리를 하는지 먹을때마다 감탄스럽다

스시는 스시대로 탱글거리고, 구운것은 구운것대로 탱글거린다.

 

 

 

안주가 얼마나 맛있던지 나왔다 하면 금방 없어진다.

몇잔 먹지 않아서 안주는 동나버리고..

 

이날따라 안주가 좋아서 그랬던지

이국의 밤이 좋아서 그랬던지..

술이 술술 넘어간다.

 

평소때는 생맥주를 선호하는 편이 아닌데..

이 날은 옆 동료잔까지도 넘보면서 다 들이킨다.

 

 

 

맥주한조끼와 안주를 추가한다.

이제 메뉴 판 읽기도 귀찮아서 옆테이블 원주민이 시켜먹는 것 손짓해가며

저거랑 같은 거 달라고 주문하니 금방 알아듣고 대령한다.

 

일본에서 생선요리 다음에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양배추가 상당히 신선하고 달다는 것이다.

밭에서 갓 뽑아온 것임에 틀림없다. 얼마나 달작한지..

젓가락들이 열심히 오고간다.

 

 

 

양배추 토마토 샐러드도 또 금방동이나고 그 다음 안주가 대령이다.

오늘 이 집 안주는 우리가 모두 접수한다는 기분으로 마구마구 시킨다.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에 비하면 진짜 안주 많이 먹는 편에 속한다.

그러니 그들 입장에서는 봉 잡은 것이다. 주인양반 부지런히 우리테이블로 왔다갔다한다.

 

이번껏 역시 맛이 아주 독특하고 맛있다.

계란물 묻혀서 구운 두부와 햄 그리고 여주 비슷하게 생긴 오끼나와산 채소를 함께 볶아서 나온다.

 

 

 

언젠가 오끼나와 풍물을 소개하는 여행프로그램에서 이 채소를 소개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이름은 고야라고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여주'이다..

 

이 역시 오끼나와인들에게는 장수식품으로 소개되는 것 중 하나이다.

생으로 먹으면 써기 때문에 주로 살짝 볶아먹는단다.

이번에도 볶아서 나왔는데 뒷맛이 살짝 쌉소름하지만 아주 써지는 않다

오히려 매우 후레쉬한 느낌이다.

 

블로깅을 하면서 '고야'에 대해서 조금 알아봤더니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여주의 효능을 알고는 건강식품화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듯하다

여주에 함유된 비타민C(120mg/100g)는 토마토의 5배, 양배추의 3배정도, 키위의 2배정도 된다.

그리고 씨에는 지방을 분해하는 성분인 리파아제를 활성화하는 리놀린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다이어트제로도 활용된다고 한다.

조만간에 우리나라에도 고야바람이 불겠다~

 

 

 

 

마지막으로 국물이 땡겨서 시킨 것.. '오끼나와 소바'이다.

 

딱, 우리나라 칼국수이다. 아니 콩국수용 칼국수랑 똑 같다.

 

앞에서 오꼬노미야끼나올때부터 했던 생각이지만

오끼나와 토속음식이 우리나라 음식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문화적 뿌리가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다음에 오끼나와를 한번 다녀오던지..

 

 

 

어쨋거나 국물이 시원하다. 

육수는 우리나라 칼국수와는 다소 다르다.

일본 특유의 돼지국물에 오끼나와에서 많이 생산되는 해물이 가미되어

맛이 깊으면서도 시원하다.

 

생맥 3조끼에 안주를 몇개나 먹고도 소바가 나오니 그 또한 거절할 수 없다

얼른 앞접시로 퍼가서 둘러마신다. 속이 시원하게 정리된다.

 

 

 

 

 

이곳이 이 맛있는 음식들을 제조해내는 주방이다.

아담하면서도 깔끔하다. 늘 느끼지만 이 작은 공간속에서도 참 실속있는 삶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bar위에는 네꼬야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다른 테이블 모두 떠나고..

마감시간에 임박해서야 우리도 자리정리를 한다 4명이서 그렇게 먹었는데도 8.000엔 정도 나왔다. 환율계산하면 약 120,000원 정도..

 

주인장이 바깥까지 나와서 배웅해준다.

'오끼나와 이자까야' 상호를 배경으로 주인장과 함께 단체 추억사진도 한장 찍었다.

다른 카메라로..

 

늦은 밤 시간에 그렇게 먹었는데도

속이 부대끼는 느낌이 없다. 역시 재료가 신선해서인가..

조리법 역시 친환경적인데다..

 

무미건조한 답사여행이지만 첫날밤은 오끼나와 이자까야 덕분에 상당히 낭만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