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나라 /12-06 일본관서

시간의 바다를 건너온 관념적 미의 지존 '금각사

노코미스 2012. 6. 16. 23:48

 

 2012. 6. 7(목) 날씨: 대빵 맑음

 

공식일정 첫날이다. 오전에 오사카 관서 단기대학 부속유치원 방문 일정을 여유있게 마치고 오후에는 교토로 넘어온다.

금일 교토 일정은 금각사와 청수사이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창원에서 교토까지 머나먼 길을 비싼 돈 주고 가서 고작 이 두곳 달랑 보고 와야하다니..

이것이야말로 정녕 페키지 여행의 비애가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 수 있는 것만이라도 열심히 보자..

 

 

 

먼저 금각사 입구 버스정류소 앞에 있는 식당에서 비빔밥 한 그릇씩 얼른 비운다.

이번 여행에서는 일품요리가 많다. 시간을 절약하려는 가이드의 전략이리라..

 

맛도 나쁘지 않다.

주인이 한국사람일까 싶어 보니 일본인이다. 그래도 맛은 상당히 한국적이다.

아마도 재료는 한국에서 공수해오는 듯하다.

 

 

 

먹으면서 주변을 살펴보니 맞은편 벽으로 사진이 몇장 붙어있고

사진속의 얼굴이 낯이 익다. 욘사마이다. 이 집 주인장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욘사마가 다녀간 나름 유명한 집이다.

 

 

 

 

나오면서 보니 '한국가정요리 비빈밥'이라 되어있다.

 

 

기다리는 동안 비빔밥집 앞 '킨카쿠지마에'정류소앞에서 한컷~

 

살은 자꾸 쪄가고..어쩌라구..ㅜ.ㅜ

 

 

버스정류소에서 한 2~3분 걸어올라가면 금각사 주차장에 도달한다

 

 

 신록은 아주 좋고..

 

 

 

 우리는 현재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금각사 입구로 향하고 있다.

 

 

 

 총문을 들어서니 '세계문화유산 금각 녹원사'라는 돌글씨가 새겨져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금각사의 오리지널 이름은 녹원사이다.

금각사는 단지 녹원사안에 사리를 보관하는 하나의 전각일뿐이다. 그러나 금박을 입힌 사리전의 아름다움때문에

사람들은 녹원사보다는 금각사를 더 많이 기억한다.

 

그리고 녹원사는 처음부터 사찰이었던 것은 아니고

가마쿠라 막부의 마지막 장군인 아시카가 요시미츠라는 사람의 대규모 별장이었다고 한다.

 

"별장내에 사리전, 호마당, 참법당, 법수원 등과 같은 불교건축과

신전, 공경간,회소, 천경각, 홍복루, 천전, 간설정 등 주택관계의 건축을 포함하고 있었다.

 

여기서 사리전이 훗날 금각이라고 불리게 되는 건물이다. 언제부터 금각이라고 불리게 되었는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분메이(1469~1487)무렵에는 상당히 보편적으로 금각이라 불렸다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중에서)

 

 

 

 

일엽편주형으로 생긴 돌비석인데 용도가 뭔지는 알수가 없다.

내가 우째 모든 걸 다 알겠노~?

 

단지 이 구절을 발견한다

"나에게는 금각 그 자체도 시간의 바다를 건너온 아름다운 배처럼 생각되었다"(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중에서)

 

 

 

접수처입구이다. 입장료 어른 400엔, 아이 300엔

 

 

 

참배문을 들어서자 금각은 너무 쉽게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낸다.

녹원사 정문앞에 섰을 때까지만 해도 도도한 그의 모습을 상상하며 사람들은 가슴설레했을 터인데..

 

금각은 연못 건너편 연못가장자리에 황금빛 3층 누각으로 화려하게 서 있다.

 

3층 구조의 누각인 금각은

1층은 헤이안 시대의 귀족주의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침전 스타일

 2층은 무사들 취향의 무가양식, 3층은 선종불전 스타일로 지어진 것이 특징이다.

지붕은 노송나무껍질로 이은 네모 반듯한 모양으로 금동의 봉황이 올려져 있다.

 

아시카가 요시미쓰가 통치권을 넘기고 1397년부터 10년에 걸쳐 세운 것으로 1950년에 화재로 소실된 것을 재건하였고

1987년에 금박이 보수되어 옛날의 아름다움을 되찾아쓰며 지금도 1년에 한번씩 금박을 보수하여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미시마 유키오(1925~1970)은 그의 소설 '금각사'에서 주인공 아버지의 입을 빌려서

'금각처럼 아름다운 것은 이 세상에 없다'라고 끊임없이 세뇌한다.

 

 

 

실제로 금각사가 아름다운지 어떤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고

'금각사'의 멍청한 말더듬이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금각사는 무슨일이 있어도 아름다워야만 했었는데..

 

모르겠다. 기대가 컸던 것인가..

그것을 느낄 여유가 없었던 것이었는가..?

 

오히려 구체적인 건축물로서의 금각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은 너무 과하여

내 관념속에서 아름답게 자리잡고 있던 '미'의 절대지존으로서 금각사는 그곳에 없었다.

 

 연못 가운데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누각, 그리고 수면에 비친 또 하나의 금빛 누각, 그리고

연못 주위로 조성된 산책길을 따라 걸으며 다양한 각도에서 금각사의 아름다움을 조망하라는 가이드의 강요적 미션이 있었음에도 

나에게 금각사는 멀리서 온 관광객에게 접대용으로 대접되는 접대용 경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풍경은 이 부분이다.

 

화려하고 웅장한 금빛 누각 곁에 오히려 작고 검소한 八자형 누각이이

전체 건물을 좀더 인간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이 건물은 수청(漱淸)이라는 낚시터용 누각인데 금각에 고즈녁한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미시마 유키오는 이 주택양식을 다음과 같이 찬양한다

"지붕의 경사는 완만하며, 처마는 산뜻하게, 가느다른 나무로 경쾌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내는 등,

주택식 건축에 불당양식을 가미하여 조화를 이룬 정원 건축의 수작이다"

 

 

 

요시미쓰의 사후, 기타야마 저택은 그의 유언에 따라 선찰로 바뀌어 녹원사(鹿苑寺)로 불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 곳의 다른 건물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지거나 황폐되거나 했지만

금각만은 아직 남아있다..('금각사'중에서..)

 

 

 

 

산책길을 따라 걸으니 동산에서 내려오는 찻물용 샘들이..'은하천'

 

 

 

작은 폭포로 인해 주변 신록이 더욱 싱그럽고..'용문폭포'

 

 

 

다실 석가정(夕佳停) 앞 조그만 석등도 일본스럽고..

 

석가정..저녁에 아름다운 곳?

해질녁에 가장 아름다운 곳인가보다..그때쯤 한번 와봐야하는거 아녀~

 

 

 

산책길 한바퀴돌고 언덕길을 내려오니 조용하고 분위기있는 찻집도 있고..

 

 

 

 

부동당(不動堂)?  푸도도~

영험이 비상한 돌부처 '돌부동명왕'을 모시고 있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지막 출구근처로 나오니 매점상가가 형성되어 있다.

삼각전병처럼 생긴 인절미나 우뭇가사리로 만든 경단이 이지역 특산물인 모양이다.

 

 

이것저것 시식을 권해서 먹어보긴하지만 입에 그닥 맞지는 않는다.

 

 

 

정확히 1시간만에 우리가이드가 내린 미션 3가지를 완수하고는 녹원사를 벗어난다.

금박으로 화려하게 페인팅된 금각 감상하기

연못 경호지에 내려앉은 금각사 감상하기

금각사를 둘러싸고 있는 산책로 산책하기..

 

 

교또에서 몇년을 생활하면서 교또 구석구석을 안내하는 여행안내서를 낸

프리랜서 작가 조아무개가 쓴 'sometimes Kyoto'에서는

 금각사에 대해 목록 할애조차 하지 않을정도로

갈 곳이 많고 볼 것이 많은 곳이 교또이건만..

그나마 페키지 여행코소는 이만한 곳이 없나보다. 우리나라사람들의 교또 필수아이템 금각사, 미션 완수~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