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나라 /12-09 프랑스

지중해의 그리움을 만나는 곳, 에즈

노코미스 2012. 10. 31. 19:10

2012. 9월 6일 목요일 오후   날씨: 여전히 뜨거움

 

 

방스에서 좀 느긋하게 쉬고 싶은 마음을 모른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아직 못다본 곳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 에즈~

 

생폴에서 바로 연결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방향이 반대편인지라 니스로 나와서

노선을 갈아타야 한다.

 

메시나 광장옆 정류소에서 에즈를 갈려면 100번 버스를 타고는 해안가에서 내려 걸어올라가거나

다시 셔틀을 이용해야 한다.

그런 번거로움이 싫은 경우는 보뱅버스터미널까지 가서 82번이나 112번을 타면 에즈빌리지까지 바로 간다.

 

보뱅트램정류소에서 버스터미널이 바로 보이지는 않으므로 현지인에게 물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넓은 터미널치고는 운행되는 버스도 많지 않고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지않다.

 

알고 봤더니,

좀 아는 사람들은 마지막 종점에서 타기보다는 중간중간 버스 정류소를 이용하는 듯하다.

 

 

 

종점에서는 나하고 버스회사 스탶인 듯한 아가씨 한명과 달랑 두명 태우고 출발한 버스는

중간중간에서 태우는 승객들로 인하여 금방 배가 볼록해졌다.

 

 

 

회백색 석회암석으로 이루어진 유럽의 산악지형.

여전히 해안 가장자리변으로 허술하게 뚫려진 터널을 통과한다.

 

 

 

모랭이를 도는 순간,

저~기 산꼭대기의 마을이 시야로 확~ 들어오면서

저 산꼭대기에 누가 집을 짓고 살았을까하는 궁금증을 갖게 한다

 

 

 

멀리서 볼 때 무너진 요새터인가 했는데,

줌~해서 보니 일반가옥이다. 여전히 현재도 누군가가 살아가는 마을인듯한데..

 

 

 

저 아래로 코발트색 지중해가 아련히 내려다보이는 정도의 높이에 집이 지어져 있다.

 

 

그러나 뒷편으로 가니 그냥 석회암 덩어리이고..

 

조금전에 그 집들은 무엇이지..? 궁금해하고 있을 즈음

 

 

에즈에 도착했다고 내리란다.

그리고 마을 입구에 '중세 도시, 예술과 식도락의 마을 Eze' 지도가 부착되어 있다.

 

Eze는 해발 429m위치에 건설된 전형적인 중세성곽마을이다.

 

딱 봐도 외세의 공격을 피해서 숨어들어온 마을이라는 느낌이 분명하게 와 닿는다.

마을은 성곽으로 둘러싸여서 성문을 통과하지 않으면 어느누구도 들어올 수 없도록 만들어 놓고 있다.

그리고 뒤쪽은 지중해 절벽이라 침략이 어렵고 들어올수 있는 곳은 전면뿐이니

한쪽만 잘 수비하면 적의 공격정도는 쉽게 막아낼 수 있겠다.

 

 

 

관광객 행렬을 따라 올라가보니 조그만 쪽문이 나온다. 

제 1대문과 제 2대문은 마을 입구에 있으며, 이 쪽문은 마을 뒷부분에 해당되는 위치에 있다.

 

정문으로 침략자들이 처들어오면 주민들이 대피할 수 있는 뒷문과 같은 기능이랄까..

 

 

 

성벽으로 이어진 쪽문등은 지금은 차단되어 있다.

 

 

 

에즈는 처음에는 프로방스에 속해 있었다가, 1388년에는 사보이 공국에 속해있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1543년 오토만 함대가 침략해오자, 프랑소와 1세와 손을 잡게 된다.

17세기, 18세기동안에는 프랑스군에 의해 수차례 점령당하고 유린당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1860년 4월 15~16일

Sainte Croix 채플에서 프랑스에 복속하는 것으로 133명의 주민이 참여하는 주민투표로 결정하였다.

그것도 만장일치로..

 

 

 

 

골목은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고, 가옥의 내부는 동굴형태로 되어 있어서

 

그들이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얼마나 지난한 노력들을 하였는지 상상이 된다.

 

 

 

 

중세의 성곽도시라는 점에서는 생폴이나 에즈나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생폴은 내륙의 시골마을 느낌이 강하다면,

에즈는 해안을 끼고 있어서 바람이 시원한 어촌의 분위기가 있다는 점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아마도 지중해의 햇살과 바람때문이리라.

 

 

 

또한, 에즈가 생폴보다 좀 더 네츄럴하고 좀 더 소박하다.

그래서 더 편안하다.

 

 

 

혹, 이 마을도 관광수입이 늘어나면 생폴처럼 자꾸 화려해질려나~?

 

 

 막다른 골목에 이르니 이국의 정원 에즈 정원(Le Jardin D'Eze)에 이르게 된다.

입구 포스트상의 사진으로만 보기에는 마치 선인장 공원 같기도 하고 해서..들어갈까 말까 하다가..

 

마을만 보기에는 너무나 볼 것이 작은 관계로 돈을 조금 투자해보기로 결정하고는 무조건 들어가 본다.

 

성인 1인에 6유로

매일 개관 9시에서 저녁 7시 30분까지

 

 

 

정원으로 들어서니 이런 선인장들이 먼저 여행객을 반긴다.

지중해 언덕배기에서 선인장이라니?

 

다소 생뚱맞다는 생각을 잠깐하고는 여러종의 선인장들을 지나서 언덕으로 올라가 본다

 

 프랑스인들의 기질상 정원이라해서 뭐 그렇게 열정을 다해서 성심성의껏 식물들을 다듬거나 하지도 않았다.

식물들은 시든 것도 있고, 더위에 드러누운것도 있고..

 

삭막한 석회암 절벽에 고작 선인장 몇 개 갔다놓고 돈 받아먹는 프랑스..라는 생각을 할려는 찰나..

 

 

눈앞에 확~ 펼쳐지는 파노라마

아~ 이것이구나. 이 절경을 앞에 두고는 누구도 감탄을 절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에즈는 에즈 정원을 들러지 않으면 에즈를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없겠다.

 

 

정원 아래쪽에 걸린 마을..

니스에서 오면서 보았던 집들이 에즈의 절벽쪽 풍경이었던 것이다.

오른쪽 절벽위 흰색파라솔이 펼쳐져 있는 건물이 에즈의 가장 호화로운 호텔이라는 거다.

 

 

이 꼭대기에 이런 정원이 있을 것이란 생각은 아예 하지 못했었다.

그저 유적지 몇 개 묶어 입장료 받아 먹는 것 아닌가 하는 불손한 생각을 했었다.

 

그야말로 이국적이다. 이 불모의 석회암 땅에 선인장이라니..

다른 잎 식물들은 당연히 이 땅에서는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니 선인장이 최적의 선택이다..

 

불모의 폐허지로 남아있었던 이 중세의 요새가 이국풍의 에즈 정원으로 거듭나게 된 것은

1949년 당시 시장이던 Rene Gianton이 눈앞에 펼쳐지는 파노라마를 접하면서

모나코의 조경사인 Jean Gastaud 의 도움을 받아

이국의 정원으로 꾸미고자 결정하면서 가능하게 되었다.

 

테라스를 조성하고, 화단을 만들고, 석축을 재배열하고, 

수많은 식물들과 선인장, 알로에 등을 옮겨다 심었다.

 

그 이후에 점차 수종을 더 첨가하고,

또 분수나 벤취, 마리의 조각상 등 추가 시설들을 보완함으로서 에즈 공원은 나날이 진화되어

오늘날과 같은 멋진 공원이 되었다. 

 

그들 나름으로의 컨셉은 '죽음속에서 나는 부활하였노라'라니..  

 

 

 

그리고 에즈 정원에는 또 하나의 명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에즈의 여신들..'마리(Marie)'

이 조각상들은 조각가 쟝 필립 리챠드가 다양한 여성성을 표현한 작품들이다. 

 

화단과 테라스 곳곳에 다양한 표정으로, 다양한 마음으로, 다양한 자세로  

관광객을 유혹한다.

 

 

 

 

 

 

마을의 가장 꼭대기, 폐허가 된 성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해질녁 석양빛에 어리는 선인장과 갈대나무의 실루엣과

리비에라의 은빛 물결 그리고 더 넓은 파노라마..

 

 

 

 

그리고 지중해를 향한 그리움까지..

 

 

에즈정원에서 내려오는 길에

내가 가보지 못한 골목에서 사람들이 걸어나오는 것을 보았지만 나는 그 길이 궁금하지 않았다. 

나는 점차 호기심이 약해져간다.

 

'샤토 에자'는 버스에서 보았던 절벽 뒷편에 메달려 있는 호텔을 일컫는다.

나는 이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이 길이 그저 사람들의 왕래가 뜸한 의미없는 한갓진 길인줄 알고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았다

 

그래서 에즈의 정원을 본 것으로만 만족하여 루루라라~하면서 돌아왔다.

돌아와서 자료를 정리하면서 '어쩐지 마을이 상당히 작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에즈마을을 본 것이 아니라 에즈마을의 골목 하나를 보고 온 것이다.  

 

사실은 마을은 절벽 뒤쪽으로 형성되어 있었던 것을..

 

혼자여행 4~5년 하고 나니 초심을 잃어버렸는지, 오만해졌는지, 아님 귀찮아졌는지..

아니면 시간이 부족했었는지도 모른다. 떠나기전 준비할 시간도 부족하고, 현지에서 구석구석 둘러볼 시간도 부족하고..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는 지도를 잘 확인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다녀와서 정리하는 과정에 중요한 포인트를 놓쳤음을 확인하고는 땅을 치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에즈도 마찬가지이다.

지도상에서 보면 절벽 뒤편으로 마을이 제법 펼쳐져 있는데, 위쪽 골목만 살피고 온 듯하다.

그리고 '니체의 거리'도 있다는데..;;

 

에즈, 생각보다 볼 것이 많은 작고 예쁜 마을이다.

내가 프랑스를 에즈로 마감할 수 있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