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오랜만에 동생집에 갔다가 동생서재에 꽂혀있는 책들 속에서 하나 들고 나왔던 책이다.
요즘 유행하는 자기 계발서 같은 책들을 그닥 선호하지 않는 나에게 그 중 취향에 맞은 책이라 받아쥐었다.
그의 이름은 기억하진 못하나「인문학으로 광고하다」 또는 그의 광고문구들 몇개만 들으면
아~ 그 사람 하고 어렵지않게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유명한 사람.
고3 딸에게 학원대신 인문학 강독을 시키고,
학교를 빼먹고 몇주를 해외여행을 시키는 괴짜스럽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용감하다고 보일 수 있는 광고쟁이 그에 대해서는
이미 미장원에 비치해둔 여성지속에서 간혹 단편적으로 만난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인문학 강독을 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책은 도끼다」
처음 책 제목을 대했을때는 지나치게 무기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째보면 광고쟁이인 그의 스타일에 딱 맞는 제목인지도 모른다. 광고카피같은..
저자의 말에서 인용한 원본을 읽으면서 그가 하고 싶은 말의 의미를 분명하게 이해하게 된다.
“우리가 읽은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되는거야."
-1904년 1월, 카프카, 『변신』에서-
이 책은
위 카프카의 인용문구를 슬로건으로 하여
저자의 얼어붙었던 감수성을 깨뜨려주었던 평생에 도끼같은 책들을 젊은이들에게
하나하나 강독해주는 글이다.
근데, 이 책이 좋은 것은
좋은 책을 소개해줬다해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소개해주는 원전못지 않은 지혜와 통찰이 그와 그의 글에서도 빛나고 있음이 더 좋다.
혼자서 읽어서 보이지 않았던 문장이나 의미가
그를 통해서 들어오고 이해된다는 것은 그가 훌륭한 강독자임을 입증한다.
그가 소개한 원저들이 나 역시 좋아하는 책들이고 읽은 책들도 있지만
내 머리는 그가 받은 충격만큼은 덜 깨어졌던 거 같다.
이는 두가지 의미를 갖는다.
내 머리가 그의 머리보다 더 많이 얼어붙어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소개한 오주석의 문장과 일맥상통하는 문제이다.
즉, "예술의 격조란 정확히 감상자의 수준과 자세만큼 올라간다"
같은 책인데도 그가 느끼는 것을 내가 느끼지 못한 것은
나의 수준이 저자의 수준을 따라잡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그 수준간의 간극을 박웅현이 중간에서 스캐폴딩해주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오히려 그를 통해서 더 많은 것들이 팡팡 터지고 깨어진다.
게다가
요즘같이 흘러넘치는 정보의 시대에
도대체 어떤 책들이 내 머리의 얼어붙은 감수성을 깨뜨려줄 수 있을 것인가에 답해줄 수 있는 독서 리스트까지 제공해주니 더 좋다.
그 리스트는 직접 책을 사서보면서 확인하시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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