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reading/영화읽기

용인줄 알았더니 뱀꼬리야 그것도 도마뱀 '베를린'

노코미스 2013. 2. 18. 23:15

 

아무래도 난 액션영화는 취미가 아닌 모양이다.

 

 

 


베를린 (2013)

The Berlin File 
7.9
감독
류승완
출연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 이경영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20 분 | 2013-01-29

 

우리동네 영화관에서 3개관이나 동시 개봉을 하고 주말상영관은 3개관이 모두 오후 3시부터 오루 8시까지 매진된 걸 보고는

굉장한 영화이겠거니 생각하고는 이 영화는 반드시 볼것이라 다짐하였다. 

 

그런 각오로 바쁜 와중에도 틈새를 빼내어 결국 베를린을 보게 되었다. 마치 실제로 내가 베를린에 입성한 것 같은

행복한 기분으로 자리를 잡는다. 그 날도 자리가 거의 다 차고 한쪽 구석에 하나 남은 빈자리 간신히 잡아서

그것도 고맙다하는 마음으로 관람을 한다. 뭔가 대단한 것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물론, 이 대단한 것에 대한 기대는 그 동안의 홍보효과 때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런닝타임 내내 기대감은 잔뜩 안겨주었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마음에 안고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리 허접한 영화라도 이렇게 허무하게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ㅠㅠ

 

 

 

 

단, 하정우빠라면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긴 하겠다. 그만이 돋보인다.

그는 어떤 경우이든 몸을 사리지 않는다. 그것이 좋다.

 

 

 

 

아, 전지현도 좋다.

그녀가 이 영화에서 크게 활약하는 것은 없으나 그들속에 존재하는 자체만으로도 존재감이 돋보인다.

그녀의 이런 존재감을 이전에는 잘 몰랐다.

 

도둑들에서 내 눈에 들어왔고, 베를린에서 완전히 정점을 찍었다.

도둑과 베를린에서의 역할은 완전히 분위기가 다른 역할임에도 전혀 한 사람이 다른 역할을 연기하는 것으로 보이질 않는다.

 저 여인의 실제 자아는 어느쪽인가?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

그 정도면 대단한 연기가 아닌가..

 

한석규는 열심히는 하지만 액션영화를 찍기에는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엉덩이를 쭉 빼고 달리는 폼새가 영 어색하다. 액션영화에서 굳이 디스크 환자를 쓸 이유가 있는가?

배우는 인간성으로 승부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한석규가 사람은 좋아보이지만

액션영화에서 보기는 좀 안타깝다.

 

 

 

액션에 촛점을 맞춰서 그런진 몰라도 스토리는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도대체 이야기가 전개된 정확한 이유가 무엇인지 등장인물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처음에는 매우 장황하게 국가간의 문제인것처럼 끌고 가더니

나중에는 개인적 욕망의 문제로 몰고가는 전형적인 '용두사미형' 구성이다. 허무하기 짝이 없다.

 

아무리 액션이라도 007 스카이폴처럼 메시지와 구성은 명확해야지..

 

또 하나, 영화속에서 국가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도 다소 문제가 있어보인다.

가끔 권력기관이 지나치게 정치적인 결정을 할 때도 있으나

그렇다고 항상 국가가 개인보다 그렇게 우둔하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을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국가를 그렇게 비도덕적 조직으로 만들어버리는 얄팍한 시각이라니..

 

마지막 싸움장면은 또 어디서 따온 것인가?

007 스카이폴..딱 그 아류이다. 규모나 쌔기에 있어 그 동생벌정도 된다고나 할까?

난 아무래도 한국영화하고는 배짱이 잘 맞지 않는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