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reading/영화읽기

60년대 미남부지역 흑인가사도우미들의 애환과 통쾌한 반란 '헬프'

노코미스 2013. 3. 1. 12:07

 

 

 

 


헬프 (2011)

The Help 
9.3
감독
테이트 테일러
출연
엠마 스톤, 바이올라 데이비스, 옥타비아 스펜서,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제시카 차스테인
정보
드라마 | 미국 | 146 분 | 2011-11-03

 

 

 

이 영화를 보고난 감회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미합중국의 흑인 잔혹사를 새상 생각케 해준다.

둘째, 버락 오바마라는 흑인을 자신들의 대통령으로 선출한 현재의 미국인들이 이제 흑백 서로에게 상당히 관대해졌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셋째, 흑인 잔혹사에서 늘 등장하는 지역 미시시피주에 대한 관심이 새삼스럽게 날 사로잡는다.

 

 

 

 

 

30여년전 크게 히트했던 미드의 원조 '뿌리'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쿤타킨테'라고 하는 아프리카 흑인이 미국이라는 땅덩어리에 발을 붙인 이후

겪게 되는 초창기 흑인 잔혹사. 그들은 아예 인간이 아니라 동물이었다. 

그 드라마로 인하여 미 남부의 역사가 흑인 잔혹사 및 흑인 수탈의 역사임을 조금 알게 되었다.

쿤타킨테에서 보여주었던 잔혹사에 비하면 '헬프'에서 보여주는 흑인가사도우미에 대한 부당함은 그저 귀여운 장난일뿐이다.

 

당연히, 이 영화에서 백인여인들이 흑인 가사도우미에게 가하는 부당함이 장난스럽다는 말이 아니다. 그런 수난과 부당한 관계를

바라보는 이 영화의 시선이 과거 쿤타킨테를 바라보았던 30년 전의 사회와 비교해보면 그렇다는 의미이다.

 

 

이 영화를 만들고 참여한 스탭 및 배우들 입장에서 볼 때,

아무래도 한 시대를 건너뛴 역사이고, 내가 가한 역사가 아니라 우리 부모세대가 가한 역사이므로

조금은 더 희미하게 보일수 있음을 이해한다

그래서 오히려 좀 덜 진지하고 좀 덜 무겁고 반대로 이런 잔혹사조차도 유쾌하고 통쾌하고,

가볍게 터치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의미에서 비록 50여년밖에 안된 이전의 역사이지만 참으로 우리 기억속에서 잊혀져가는 정도를 보니

그 세월이 짧은 시간은 아닌듯 하다.

 

400여년의 흑인 수난사에서 단지 시간 조금 흘렀다고 물론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상처가 아물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서 그들의 역사는 새로 시작되었고

과거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다소 변화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다소 가볍게..그리고 다소 유쾌하게 그릴 수 있었던 것도

서로를 용서하고 이해하는 관대함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고, 그 관대함은 '나도 가졌다'는 여유에서 비롯되며,

'나도 가졌다'는 그 여유는 '우리도 흑인 대통령을 가졌다'는 자부심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그런 점에서 버락 오바마가 참으로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하였다.

 

 

 

 

 

 

 아뭏든,

가볍고 유쾌하게 터치했다해서 결코 무가치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진지하게 다루어서 감동을 주는 영화가 있는가하면,

진지함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가볍고 유쾌하게 다루어서 관객을 즐겁게 할 수도 있다.

헬프는 후자에 해당되는 영화이다.

 

사실 이야기의 내용들은 상당히 가슴 아프고 우울한 이야기들이다. 

당시대 나름 잭슨시를 대표하는 가문의 젊은 여성들은 거의 모두들 흑인 가사 도우미를 고용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위생성을 믿지 못하고, 그들이 마치 세균덩어리일 것이라 생각하고

모여 앉았다하면, 어떻게 하면 우리 가족과 아이들을 그들 세균덩어리들로부터 차단할 수 있을까?

화장실을 서로 분리해서 사용하면 어떨까..그래서 고안한 아이디어가 '분리평등정책'

분리면 분리고 평등이면 평등이지, '분리평등정책'은 또 무엇인가?

 

흑인을 백인의 생활권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이 마치 평등정책인것처럼 호도했던 시절,

그 시절의 이야기이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자신은 한번도 업어주지도 안아주지도 않고 기저귀하나도 갈아주지 않고

모든 것을 흑인도우미에게 전면 맡겨버리면서도

화장실을 함께 사용하면 세균을 옮길것이니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극도로 자기중심적인 백인여성들..

 

겉으로는 지역사회 봉사조직을 만들어서 뭔가 '헌옷 모으기'등으로 불우이웃 돕기를 하는 등 의식있는 여성처럼

행동하지만 , 정작 자신의 집에서 함께 기거하는 흑인 가사 도우미에게는 화장실조차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자랑스러운 미국의 여성'으로 뽑힌 의식있는 여성조차도 29년을 가족처럼 함께 지내왔던 딸의 흑인유모를

단지 자기집을 찾아온 백인 손님이 기분나빠한단 이유로 내쫓아야 했던 사회분위기.

 

백인아이 17명을 키우는 동안 정작 내 아이는 남의 손에 맡겨야 했던 애환은 말할거리조차 되지 않고,

24살 애틋하게 키운 내 자식이 백주대낮에 백인 트럭뒤에 떠 밀린 채,

부당하게 목숨을 잃어도 어디가서 하소연하나 할 곳 없는 흑인들의 슬픔

 

'참정권 달라'고 말했다해서 KKK단의 표적이 되어 죽음을 당한 흑인의 이야기

 

백인에게 당하는 자신들의 이런 슬프고 억울한 이야기들을 누구에겐가 털어놓고 싶어도

혹여나 무서운 백인의 표적이 되어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니 어느 누구에게 쉬 털어놓지 못하는

'흑인 가사 도우미들'

 

 

 

 

가상의 작가 '스키터(엠마 스톤 분)'는 착하고 똑똑하고 친절한 흑인가사도우미 '에이블린(비올라 데이비스 분)'과의

관계를 통하여 흑인도우미 그들이 당한 이야기들을 바깥으로 끌어내게 한다. 

그 이야기를 책으로 집필하여 흑인헬프들에 가한 미시시피 젊은 주부들의 비열함을 전국에 폭로하는 것은

그들 삶에서 가장 통쾌한 복수극이기도 하지만, 

그 책 속에는 차마 아는척 할 수 없는 유쾌한 복수전들도 들어 있어서 이중 삼중으로 통쾌하다. ㅎ

 

스토리와 각색도 좋지만,

시작하자마다 60년대 통키타 가수 쟈니 캐쉬의 '잭슨'을 배경음악으로 등장하는 미 남부의 미시시피주 잭슨시의

밝고 활발한 분위기도 참 좋다. 연출자, 제작자, 작가 모두가 미시시피주 출신이라하니 지역의 분위기를 고증하는데는

부족함이 없었을 듯하다.

 

갑자기 미시시피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