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나라 /14-01 치앙마이

한가한 '왓 프라짜오 멩라이' 산책

노코미스 2014. 5. 1. 23:22

 

 

왓 프라싱을 나와서 그를 등지고 오른쪽 방향으로 따라 걷다가 오아시스 스파를 지나면서 왼쪽으로 꺾어 동쪽으로 내려온다.

그냥 터벅터벅 걷는 것이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도 모른채..

 

그러나 정오부터 달아오른 햇살에 대항하여 아무렇지도 않은 듯 걷기에는 내 체력이 그닥 젊지를 않다. 

얼굴이 발갛게 들떠오르고, 발걸음도 무거워서 더 이상 한발짝도 더 뗄수가 없다.

 

겨울을 피해 여름으로 온 것이지만,

아~ 더워도 너무 덥다.

 

주변을 둘러보니

내가 들어선 골목은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한 음식점이나 커피숍이 몇개있다.

그중 눈에 뜨이는 집으로 들어선다.

 

 

 

인테리어가 심플하면서 운치가 있다. 주저없이 들어간다.

 

 

코코넛 쥬스 하나를 시켜 바깥 자리에 편안하게 자리잡는다.

그리고는 남은 시간동안 움직일 노선을 잡아본다.

 

한참을 그곳에 앉아 코코넛 쥬스 쪽쪽 빨면서 오는 사람 가는 사람 구경한다.

뜨거운 햇살아래서 걷는 사람은 그닥 많지는 않다.

 

아~

해먹하나 걸어두고 그 위에서 한숨 오수라도 즐길 수 있다면 정말 좋으련만..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왔다갔다 하지만

지금 이 모습정도도 괜찮다.

 

이 또한 일상으로 돌아가면 꿈같은 날이 될 테인데..

 

 

 

일어서서 다시 살살 걸어내려가니 골목입구에 안내판들이 복잡하게 붙어있다.

'왓 프라차오 맹 라이' 랏차만카 소이 6

 

가이드북을 꺼내서 살펴보니 치앙마이의 최초 사원인 왓 치앙만을 건축(1297)한 뒤에 바로 축조된 사원이란다. 

7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사원이다.

 

 

 

골목안으로 몇걸음만 들어가면 붉은 색 석조 입구에 금박양각을 한 사원입구가 있는데..

 

입구앞에는 포장마차들이 길을 막고 있다.

그것도 고기냄새 풍기는 소세지 구이라니..

 

아마 이 모습은 마지막 날 일요일 모습일 것이다.

첫날 인상이 좋아서 마지막날 자전거를 타고는 다시 구도심 사원들을 한번 더 돌아보았다.

 

아뭏든, 첫날 금요일은 너무나 한적했지만

필요하면 사원앞도 상점을 열수 있는 곳이 태국이라는 나라이다.

태국에서 붓다는 우상이 아니다.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간과 동급의 깨달은 자일뿐이다. 신을 해석하는 좋은 사례이다.

 

선데이마켓이 설때는 자리가 없으면 사원안에도 장을 펴는 실용적인 나라가 태국이더라

이전 방콕여행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참 여유가 있는 그들이다. 

 

 

작은 석조문을 통해 들어가면 오른쪽 담벼락 아래에 코끼리를 앞세우고 우산을 받쳐쓴 남자상이 하나 있다. 아마도 맹라이 대왕이겠지~

태국의 영물중 하나인 코끼리 두마리를 앞세우고..

 

 

 

 코끼리상이 바라보는 쪽으로 눈을 돌리면 사원으로 들어가는 또 하나의 철문이 보인다.

 

 

한적한 위치에서 700년을 견디느라 외관은 많이 허술해졌지만

구석구석 아직 남아있는 디테일은 상당히 고급스럽다.

 

이 사원의 파사드는 금박이 아닌 벽화이다. 처마아래도 단색패턴 무늬로 장식되어있고..색감이 참 고요하고 우아하다.

 

 

 

사원의 작은 규모와 허름한 외관에 밀리어 들어오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장관에 내심 혼자 깜짝 놀란다. 본당크기에 비해서 보더라도 불상의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거의 천정에 닿을 듯한 크기이다.

 

주조기술은 상당히 심플해서 오래된 불상이라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디테일이 그닥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심플해서 오히려 더 경건한 느낌이 든다.

 

어느 나라건 현대에 증축 개조된 사찰이나 교회는 웅장함과 화려함을 뽐내지만

오래된 사찰이 갖는 이런 소박함과 시간성에서 오는 진정성을 따라오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그것은 돈이나 기술로 해결되는 문제기 아니기 때문이다.

 

 

 

 이 사원의 붓다들은 모두 서 계신다. 

 

 

쩨디는 사원뒤 정원에 있다.

 

 

 

쩨디안에 봉안된  미니불상도 법당안의 불상처럼 여전히 서 계신다.

 

 

 

찾아오는 사람없는 사원 뒤켠으로 떨어지는 오후 햇살이 한가롭다.

 

 

 

나오는 길에 동글동글 비엔나 소세지처럼 생긴것이 하 먹음직스러운지라..

그냥 또 못지나간다. 하나 사먹어본다.

 

가격은 기억나지 않지만 얼마주지 않았을 것이란 건 분명하다.

맛은..

내가 원래 소세시를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데다 냄새가 조금 거슬렸다.

 

그러나 먹어보는데 의의를 두고 이것저것 사먹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