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31일 오후 날씨: 매우 뜨거움
호수쪽에서 바라봐도 예쁜 벤자이덴 사당입니다.
이제 정말 뭔가를 좀 먹어줘야 할 시간입니다.,
어느듯 점심시간도 넘어서 오후 2시경이 된듯한데..
키치조오지 쪽으로 살살 내려오니 공원내 레스토랑이 있길래 그곳서 점심이나 해결하려 들어가려하니
입구에 입간판을 세워놓았습니다. 만석이라서 더 받을 수가 없다고..ㅜ
이거 참~
아무리 내가 먹는거에 큰 관심이 없다하지만 끼니까지 걸러가며 다닐 필요는 없는 것인데..
내가 먹기싫을 때야 상관없지만
뭔가 먹고자 의지를 내었을 때 먹을 수 없는 상황은 날 당황스럽게 만드는 군요~
그래서 키치조오지 역 근처에 가서 끼니를 떼워야겠다 싶어서 호수를 가로지르려하는데
다리건너기전 오리보트 선착장 옆에 작은 미니 마켓이 하나 있고
그 주변에 사람들이 복작복작 줄을 서고 있군요~
또 궁금합니다. 뭐지~?
겉으로 보기엔 그닥 대단하달거 없는 일본경단, 당고이군요~
오 근데, 지금 나의 상태가 배가 고파서 뭔들 안 맛있게냐마는..
그런 상황이 아닐지라도 경단이 통통한 것이 아주 맛있어 보인다는 것이죠~
그래서 잠시 다른 사람들 사먹는 걸 구경합니다.
경단 3개를 한 꽂이에 꽂은 막대를 주문받는 즉시 숯불에서 노릇노릇 굽습니다.
노릇노릇 말랑말랑해지면 원하는 소스를 발라줍니다.
소스는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쏘유소스, 다른 하나는 미소크림소스입니다.
됐습니다.
선택했습니다.
저도 주문들어갑니다.
저는 쏘유소스로 선택했는데..
아~
일본여행다니면서 당고를 몇 번 사먹어본 경험이 있읍니다만
맛있다하는 집에서도 사 먹어보기도 하고 했지만..
이 집같은 맛은 처음입니다.
소스를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첫맛은 일본맛간장의 다소 짭짤한 맛으로 시작하여 뒷맛은 살짝 단맛으로 끝나는데 그 맛들이 매우 감칠맛을 남기는군요~
그리고 그 짠맛이 강한 짠맛이 아니라 상당히 감도 조절이 잘 되어 있구요~
올모스트 천국의 맛입니다.
그래서 다시 하나더 추가 들어갑니다.
이번엔 미소크림 소스로 주문들어갑니다.
음~
제 입에는 쏘유가 낫군요.
그렇다고 미소가 나쁘단 이야기는 아니여요
자국민들은 미소크림소소를 더 많이 선택하더군요~
그러나 저는 아무래도 쏘유가~
고 사이에 배고파서 올라왔던 서러운 감정들은 모두 도망가버리고..
갑자기 주변의 풍경과 모습들이 맑고 밝게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이노카시라 호수위에 걸쳐진 다리입니다.
위쪽 방향으로 나가면 키치조오지방향입니다.
저는 미타카에서 들어와서 키치조오지로 나가는 코스를 선택한 것입니다.
이노카시라 공원은 미타카에서 키치조오지에 걸쳐져 있는 것 같습니다.
이노카시라 공원도 도쿄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공원중 하나라는데
봄에 벚꽃시즌이 되면 우에노 공원, 야나카 공원묘지와 더불어 하나미를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라죠~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많이 나왔다고 하는데
다른 영화는 모르겠으나
독일영화 '사랑후에 남겨진 것들'에서 이 호수가 나오죠~
살아생전 그렇게 일본을 여행하고 싶어하던 아내를 졸지에 잃어버린 중년의 남자주인공-본인 역시 시한부 인생-이
자신이 죽기 전에 생전에 못해 준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일본에 하나미 관광을 오는데,
그 때, 이곳 이노카시라 공원씬이 제법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데..
이곳에서 아내가 좋아하던 일본 현대무용 부토를 추는 어린 무용수를 만나고 우정을 쌓아가는 곳이기도 하지요~
이렇게요~
벚꽃이 허드러지고
허드러지는 벚꽃나무밑에서 연인들이 오리보트를 타는 풍경이 나오지요~
영화를 보면서 저곳이 어디지?
우에노와는 다소 다른 느낌의..?
그렇게 궁금해 했는데, 그곳이 이곳이더군요~
저 시퍼런 나무숲이 사쿠라 분홍숲으로 변하니 아름답지요~
주말이라 사람들이 엄청 많습니다.
키치조오지 역으로 이어지는 통로입니다.
아기자기한 상가들로 거리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요거트 아이스크림 하나 입가심으로 챙겨먹고는 길 따라 살살 걸어나오니 키치조오지 역이 나옵니다.
혼자서 속으로 놀랍니다.
주오선 타고 오면서 급행열차가 미타카에서만 서고 키치조오지 역에서 안 서길래
키치조오지는 동네가 도쿄 서부 지역의 조그만 시골마을이라고 생각했더랬읍니다.
근데, 실제 와보니 미타카보다 훨씬 번화가이군요..
말하자면 도꾜 서부의 허브공간인듯 합니다.
허긴,
하루끼의 '상실의 시대'에서 보면 이미 1970년대부터 이 지역은 도쿄의 젊은이들이 많이 찾았던 지역이기도 했습니다.
이미 짐작을 했어야 했는데 영 몰랐군요~
역사 앞쪽으로 나가니 거리가 더 번화하고 규모가 큰 지역이군요~
키치조오지에서 중심도리가 3~4개 되는 것 같은데
그 중 이곳은 상가가 형성되어 있는 '선로드'라고 하는 곳인데..
인파들이 엄청나게 넘쳐납니다.
이번 제 여행코스에서 가장 번화한 곳인듯 합니다.
키치조오지는 이 곳에 발을 디디기 전까지는 큰 기대가 있었던 곳이 아니었지만
발을 딛고보니 관련기억이 하나 떠오르면서 가슴이 아련해집니다.
'상실의 시대' 마지막 장면에서 와타나베가 나오코의 죽음을 전해듣고는
또 다른 연인 미도리에게 전화해서 지금 온 세상에서 원하는 건 너밖에 없다는 듯이 그녀의 이름을 미친듯이 불러대던 곳,
그곳이 이 곳 키치조오지 였습니다.
이 주변 어디였겠지요~
『미도리가 묻는다. "당신, 지금 어디있어요?"
그러나 와타나베는 자신이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단지, 미도리의 이름만 반복해서 외칠뿐이다. 』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던 젊은이들의 양지. 키치조오지~
'남 나라 > 14-08 도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박 3일의 짧은 시타마치 유람기 -오차노미즈와 시노바즈노이케- (0) | 2014.09.15 |
---|---|
2박 3일 짧은 일정의 시타마치 유람기 -지브리미술관과 벤자이텐사당- (0) | 2014.09.14 |
2박 3일 짧은 일정의 시타마치 유람기 -아라카와선으로 와세다 가기- (0) | 2014.09.14 |
2박 3일 짧은 일정의 시타마치 유람기 -스미다가와 & 덴포인거리- (0) | 2014.09.09 |
2박 3일 짧은 일정의 시타마치 유람기 -三崎坂- (0) | 2014.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