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나라 /14-08 도쿄

2박 3일의 짧은 시타마치 유람기 -오차노미즈와 시노바즈노이케-

노코미스 2014. 9. 15. 23:22

2014년 8월 31일(일) 오후

 

오늘 일정은 고쿠분지와 그리고 돌아 오는 길에 키치조오지 들렀다

요쓰야에서 오차노미즈까지 살살 산책삼아 것는 것이 오리지널 여행일정이었다.

 

요츠야에서 오차노미즈 루트는

 하루끼의 '상실의 시대'에서 가장 낭만적인 장면으로 나오는 '와타나베와 나오꼬'의 루트이다.

 

이 나이에 20대 아이들의 루트를 흉내낸다고 하니 다소 유치하다고 오해할수도 있겠으나

나의 진짜 의도는 그것이 아니다.

그들의 낭만이 부러운 것이 아니라

소설속의 주인공들이 걸은 길이니 얼마나 아름다울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되었건..

도착첫날 이미 동티가 나버린 발 때문에

이 일정은 순간순간 변경되고 생략되고 하면서 처음계획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고쿠분지는 진즉에 포기했었고..

 

다음 일정은 키치조오지에서 요쓰야에서 내려서 간다가와를 끼고 산보하다가

오차노미즈까지는 안돼더라도 이치가야까지만 걷자~

하고는 기차를 탔는데..

 

그러나 막상 요츠야에서 내려서 걸을 생각을 하니 엄두가 나지 않아서 다시 계획을 변경한다.

 오차노미즈까지 다이렉트로 직진하는 것으로..

 

오차노미즈는 이미 2007년도 동경에 왔을 때 들렀다가 그 서민적 아름다움을 발견하고는 혼자 흐뭇해 했었던 곳이었다.

 

어느새, 7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그곳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궁금하기도해서 이곳은 꼭 다시 와보고 싶었다.

 

 

하지라바지(聖橋)에서 내려다보이는 오차노미즈 역사이다.

 

역사는 당시보다 조금 더 낡아져 있는 듯하고..

 

어스럼 해질녁,

스미다가와 강 하류의 물줄기를 타고 노출되어 있는 승차장에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디론가로 떠나고자 하는 여행자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상당히 낭만적으로 보인다.

 

 

 

하지라 바시에서 강 하류쪽으로 내려다보면 오차노미즈의 유명한 포토존이 보인다.

영화 '실락원'이나 '까페 뤼미에르'등 많은 영화에 종종 등장한다.

 

이리저리 3방향으로 뻗어있는 철로..

역사에서 빠져나가는 철로,

저 아래 파란 철교쪽에서 들어오는 철로,

그리고 역사 아래쪽으로 이어지는 철로..

 

 

 

 

동시다발적으로 오고가는 기차의 행렬은 도꾜 근대기의 분주한 모습을 보여주는 느낌도 있으면서

포스트모던 사회로 들어가면서부터는 오히려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향수와 같은 감정을 갖게 한다.

 

 

 

 

 

 

 

그것도 해질녁 풍경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갑자기 일상이 무료하고 떠나고 싶도록 만드는 풍경이랄까.

 

 

 

 

니콜라이 성당을 찾아나선다. 하지라바시에서 동쪽으로 200m정도만 가면 도로변에 성당히 웅장하게 서 있다.

 

 

 

일본에서 보기드문 비잔틴양식의 건축물이다.

유럽여행을 다녀보면 수도 없이 볼 수 있는 건물양식이지만 일본에서는 귀한 건축양식이다.

 

정식명칭은 일본 하리스토스 정교회 교단,

말하자면 동방 정교회 교단의 교회이다.

 

 

외관 인증샷만..

 

 

 

다시 오차노미즈역 하지라바시출구쪽으로 돌아와서 오차노미즈바시출구쪽으로 내려가본다.

내려가는 길에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니 당연히 상가가 형성되어 있고..

 

 

 

그러나 그 상가건물들은 오모테산도나 아오야마 등의 다운타운 건물들과 비교해보면 소박하기 짝이 없다.

아마도 에도시대이후부터 계속유지되어오던 건물들일 것이다.

 

간신히 사람하나 출입할 수 있는 정도 폭의 출입구에

2층을 오르는 계단 폭 역시 한 사람이 조심해서 오르내릴 수 있는 정도의 폭의 공간을 가지고 있다.

 

일본인의 오래된 마이크로 미니멀리즘 원조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한 집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 라인으로 연결되어 있는 모든 가게들이 그러하다.

 

 

오차노미즈바시출구쪽에 도착하였다.

이전보다 주변이 많이 소란스럽고 어수선해졌다.

 

 

 

시선을 하지라바시쪽으로 향한다.

 

가와변에 노출된 역사안으로 기차가 들어오는 모습은 여전히 낭만적이지만..

이전에 왔을 때 느꼈던 정갈하고 깔끔하다는 느낌은 이제 많이 없어졌다.

 

하지라바시아래쪽으로 연결되는 다리공사를 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주변은 더욱 산만스럽다.

 

아직 해가 완전히 너머가지는 않았지만

오늘 일정은 여기서 접기로 결정한다.

 

 

.................

7년전 이미 동경여행에서 얻은 교훈이 정리되어 있었는데 나는 왜 과거를 현재의 스승으로 삼지 않았는가..?

이미 그 때 나는 '여행시에는 반드시 운동화와 조리를 준비하라'고 조목조목 기록하고 있는데..

 

아뭏든 운동화와 조리를 준비하지 못한 나는 저녁 7시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하루 일정을 접는다.

 

그렇다해서 나의 스파르타식 여행법이 하루아침에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아침이 되면 새로운 용기가 샘솟는다.

 

그래서 어제의 고통은 또 다시 과거의 일이 되어버리고 새로운 고통의 역사속으로 진입한다.

 

2014년 9월 1일 월요일

 

13:55분 이륙시간이다. 오전시간은 여유가 있다.

어제까지의 상황을 보면 그냥 호텔에서 편안히 쉬는 것이 좋을 듯한데..

 

아침에 일어나니 발가락 통증과 관절의 통증이 조금 약화된 것 같다고 혼자 자위한다. 그러면서

일찍 움직이면 3시간은 활용할 수 있을거 같은데 호텔에서 뒹구는 것은 여행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같은 느낌이 또..

 

그래서 

조금 일찍 체크인하고는 시노바즈노이케를 들렀다 공항으로 가기로 결국 결정한다. 천성은 어쩔수가 없다.

난 왜 나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두지를 못하는가..

 

역시 호텔에서 나오자 마자 후회한다.

다리상태가 급격하게 좋지 않다.

거의 다리를 끌다시피해서 걷는다.

계단은 오르내리기는 아예 포기해야 하는 상태이고..

 

그냥 편안하게 출발시간까지 호텔에서 쉴걸~

그래도 이미 나왔으니 다시 들어갈 수는 없고..

 

 

 

간신히 케이세이 메트로 우에노역안까지 찾아온다.

역사안에 있는 프랑스발 'vie de France'에서 부드러운 샌위치와 아메리카노 한잔으로 우선 배를 채우면서 몸을 잠시 쉬어준다.

 

배가 부르니 다시 시간이 아까워진다.

결국, 또 일어선다.

그래, 우에노 공원을 다 보자는 게 아니잖아~ 시노바즈 이케만..

나를 스스로 꼬시고 다독거린다.

누구를 또는 무엇을 위한 것인지 원~ㅠ

 

 

 

 

 

결국, 시노바즈노 이케로 향한다.

도착하니 비까지 추적인다.

 

 

 

연못에는 이미 연꽃철은 지나고 푸른 잎만 무성했지만 마지막 남은 연꽃 몇송이는 여전히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고

내 마지막 여정의 기억을 장식하는데 다행이다 너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