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16. (금). 날씨: 좀 흐림
출발하는 날 새벽 5시 기상 12시 취침, 그 다음날 새벽 6시 기상 새벽 1시 취침..
아이가 우울해한다. 이렇게 무리한 여행인줄 몰랐던 게다.
이런 일정으로 10박 12일을 견딜 생각을 하니 기가 찬 모양이다.
몽생미셸을 다녀온 지난 밤에는 계속 '기간이 너무 길다'라는 말을 넋두리처럼 한다.
"왜, 재미가 없니?" 하고 물었더니
"그냥 그래~, 계속 가이드투어할거야?"
"아니 내일은 자유여행이야~" 했더니
그제서야 얼굴에 안도의 빛이 보인다.
아이는 다른 사람과 함께 움직이고
그 속에서 익명자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어디 갈건데~?"
묻는 폼새가 본인이 가고 싶은데가 있는 거 같아
"어디가고 싶은데?" 하고 되물었더니
나름 리스트를 쭉 뽑아왔는데..ㅋ
몽쥬약국, 모노프리, 세포라 등등모두가 쇼핑리스트라..
나와는 관심사가 완전 다르다.
원래 나의 오늘 계획은 루브르 갔다가 그 주변을 시간되는 대로 걷는 거였다.
근데, 이 아이는 루브르보다 급한 것이 몽쥬약국이며 모노프리이다.
그래 어쩌다가 한번 나온 외국인데 지 나름대로의 버킷리스트도 있겠지..
저를 위해서 나온 것인데
저가 원하는 것이 우선이지..
어쩔 수 없이 오전에 몽쥬를 갔다가 그곳서 볼일 마치고 루브르 가는 걸로 합의를 본다.
파리 입성한지 불과 사흘째인데 엄청 시간이 지난 것 같은 느낌이다.
이 날은 7시까지 충분히 자고 호텔 조식 챙겨먹고 화장 예쁘게 하고 9시쯤 느즈막하게 호텔을 나선다.
7호선 라인에 있는 몽쥬약국에 가서 뽑아온 리스트 목록해가며 아예 줏어담는다.
난 그곳이 뭐가 유명한 곳인지도 모르므로 도로건너 재래시장에서 시장구경이나 하고 시간죽인다.
1시간 가량 지나서 살만큼 샀는지 근래보기드문 밝은 표정으로 몽쥬약국을 나선다.
그러고는 루부르로 간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획득한 지금 딸내미 기분은 최상급으로 좋다..
파리의 메트로는 '메트로폴리탄'의 준말이구나. 거대도시를 메트로 폴리탄이라 부른다면 도대체 이이들은
언제부터 자기들의 도시를 메트로폴리탄이라 불렀을까..?
아뭏든 메트로 7호선을 이용하여 '루브르 박물관'으로 이동한다.
검색대의 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역시 비수기라서 그런가..
상설 전시관용 티켓을 끊어서 반지층의 중세 루브르의 해자를 대충 돌고는..
바로 1층 고대 그리스 조각관으로 움직인다.
의도해서 간다기보다는 화살표를 따라서 아무생각없이 움직이고 있다.
투구를 쓴 것으로 보아 아테나 여신일 것으로~
아폴론이겠지요~
8등신 조각미남의 전형
아들 에로스와 아프로디테
'아프로디테',
그 유명한 일명 '밀로의 뷔너스' 와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되는 사과를 들고 있는 '아프로디테'
대지의 여신, 곡식의 여신, 풍요의 여신 '데메테르'
사냥의 여신, 처녀의 여신,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
카리테스 세 여신.
아글라이아(아름다움, 빛남), 에우프로쉬네(기쁨, 환희), 탈리아(활짝 핌, 축제)
그들은 으뜸신의 치장을 돕는 버금신에 해당하지만, 고대의 신전제단 한편이나 음악 공연장 같은 곳에는 꼭 그들의 부조를 새겨넣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우아한 아름다움(Grace)을 치장해주는 여신들이기 때문이다.
여성과 남성을 동시에 가진 '헤르마프로디토스'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의 합성어.
물론, 그들의 아들이다.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처음부터 남녀추니가 된 것은 아니고..
워낙 아름답게 생긴 청년이다보니 살마키스라는 요정이 맹목적으로 덤벼들어 그에게서 떨어지지 않자
결국은 연리지 나무처럼 두 몸이 한 몸이 되어 버렸다는 슬픈 운명의 청년이다.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의 또 다른 아들, 에로스(사랑)
에로스는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아들이지만
엄마의 사랑과 아들의 사랑은 다소 다르다.
엄마인 아프로디테의 사랑은 오로지 육체적 사랑이다. 마음은 없다.
오죽하면 '거품에서 태어난 아프로디테'라고 할까..
그녀의 사랑은 어느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그런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아들 '에로스와 푸쉬케'의 사랑은 조금 다르다.
아들 에로스의 사랑 역시 육체를 바탕으로 한 사랑이지만
푸쉬케(Psyche 정신, 마음, 믿음)가 없는 곳에는 깃들지 않는 사랑이다.
육체와 마음으로 결합된 사랑, 그래서 아름답다.
'에로스와 푸쉬케'
드농관 끄트머리 부분에 전시된 미켈란젤로의 '포로, 일명 죽어가는 노예"
그리스 조각관의 작품들을 대충 훓어보고 드농관 1층으로 올라간다.
그리스 조각관의 작품들은 그리스 신화와 거의 연결되어 있으니 딸내미도 지루해하지 않고
제법 재미있어해 한다.
일부러 이곳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 이유는 우리가 움직일 다음 여정이
신화의 나라 그리스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고 싶어서였다.
다행히,
딸내미의 그리스 신화에 대한 이해도가 제법 되는 거 같아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좋았다.
파리에 와서 가장 대화를 많이 했던 거 같다.
드농관 올라가는 계단참에 거센바람을 가르듯 서있는 '사모트라케의 니케상'
언제봐도 아무리봐도 질리지 않는 기상이다.
이곳을 지나 남들 다가는 이태리 회화관으로 들어간다.
일단, 루부르의 안방마님이신 '리자'여사님부터 눈도장찍고..
그 다음부터는 대충 흘려서 본다.
이 많은 작품들을 오늘 열심히 본다해서 다 기억할 것도 아니고..
아무리 봐도 늘 보던 것만 눈에 보이고..
내 눈에 그럴진데 처음 온 딸이야 이 많은 작품들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고
자기딴에는 맘에 드는 그림들을 열심히 찍어대는데
어떤 그림에 관심이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어제 갔다온 몽생미셸의 수호천사 미카엘 대천사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그림이 있으니
경험의 통합차원에서 찍었는데 한 번 봐주시고..
역시 다시 신화속으로..
아레스와 아프로디테의 외도 장면이지?
사랑은 예술의 영원한 주제이고
그 중
육체와 정신의 완벽한 결합인 '에로스와 푸쉬케'의 결합은 많은 예술가들의 영감을 자극했을 것이라..
역시 프랑스와즈 제라르의 그림이 '에로스와 푸쉬케'의 끝판왕이지.
알고 있는 쉬운 주제로
화풍과 화풍간에 비교를 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스스로 죽음에 이르는 병 '나르시시즘'에 빠지지 말지어다~
하고 현대인에게 경고하는 메시지처럼 보여서..
이태리 메디치가의 공주로서 17세기 프랑스에 시집와서 진흙과 말똥으로 가득차 있던 샹제리제를
지금의 형태로 틀을 갖추고, 튈르리 공원을 조성하는 등 프랑스의 계몽에 상당한 기여를 하였던
앙리 4세의 왕비 마리 드 메디치의 초상화같은데, 누구 그림인지는..?
이 우아한 도도함에 끌려..
나도 모르는 새 그녀 앞에 서 있다.
아마도 4시간 정도를 돌고 돌았던 듯 하다.
도저히 더 이상은 걸을 수가 없다.
어중간한 시간에 들어와서 점심도 굶은 채 4시간 이상을 걷고 나니
나중에는 그림이고 예술이고 눈에 보이질 않는다.
매번 봐도 모르긴 매 일반인데 뭘 그리 죽기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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