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1. 18(일) 오후 날씨: 훈훈~
파리라고 하는 하나의 도시가 최초로 시작되었다는 시떼섬에서 출발하여 오늘은 하나씩 하나씩 도시의 속살을 아이에게 보여줄 계획이었는데, 출발은 좋았으나 현재 진행상황으로 보건데 과연 그 계획이 잘 마무리될 수 있을까 의심이 든다.
노트르담 국제미사 참석하고는 주변의 세느강변과 생미셸 골목들을 왔다갔다 하다보니 어느듯 시간도 13:00가
넘어가고 있고, 이러다간 더 이상 여기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일정을 마치게 되겠다는 조급함이 생긴다.
아이 역시, 파리 온 이후 아직 샹제리제라는 곳을 제대로 가 본 적이 없는지라..
아~,
몽생미셸 가는 날 새벽에 일찍 도착하여 새벽녁의 샹제리제를 보긴 했지만
아이는 인적없는 새벽의 샹제리제가 아닌 사람들로 가득차 있는 살아있는 샹제리제를 보고 싶은 거였다.
허니, 계속 샹제리제는 언제 가는지 묻는다.
해서 샹제리제를 갈까 하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샹제리제를 가면 다른 곳은 더 이상 못 갈거 같은 예감이 들어서 아이와 협상에 들어간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그 혁명의 시발점이 되고 배경이 되었던 지역
바스티유를 감고도는 주변 지역들과 마레지구..
그곳을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아이를 꼬신다. 그곳을 먼저 보고 샹제리제는 저녁에 나가자고..
샹제리제는 원래 밤에 가야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그닥 확인불가능한 이야기로 아이를 세뇌시킨다.
근데 아이가 생각보다 흔쾌히 따른다.
왜냐하면 본인도 마레지구에 대한 호기심이 다소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실, 루브르 갔던 날 밤 저녁시간에 우리는 쌩떵뚜안느가로 나갔었다.
그날,
이번 여행에 운동화를 챙기지 못했던 난 루브르를 돌고 난 후 완전히 발이 아작나 버렸다..ㅠ
신발을 바꾸지 않는 이상 앞으로의 일정은 도저히 진행을 할 수가 없을 상황이었다.
에미에 대해서 그닥 관심이 없는 딸냄도 계속 신경을 쓴다. 계속 그렇게 다닐 수 없지 않겠냐고..
그래서 관광거리인 샹제리제보다는 마레지구로 나가면 뭔가 가볍게 쇼핑을 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나갔었는데
아이한테는 완전 대박~ 신세계였던 거 같았다.
그날, 파리 현지 젊은친구들의 쇼핑 거리 마레지구에서
아이는 샹제리제에서 쇼핑할 거라고 적어왔던 것들을 모두 구입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마레지구에 대한 딸냄의 이미지가 최강 좋은 상태로 남아있는데
밝은 낮에 한번 더 가자 하니 저도 나쁘진 않았던 것이다.
메트로를 이용할까 하다가
지도를 보니 마레지구까지는 살살 걸어가도 나쁘진 않을 거 같아 걷자고 하니
아이도 흔쾌히 동의한다.
아이도 차타고 다니는 것 보다는 걸어면서 보는게 더 좋단다.
조금씩 둘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에 있음을 느낌다. ㅎ
루트는 생루이섬을 거쳐서 바스티유쪽으로 가는 것으로 정했다.
날씨도 따뜻하고 산보하듯이 걷기에는 참 좋은 날씨였다.
파리 들어온 이래로 가장 좋은 날씨였던거 같다.
생루이섬은 시테섬에서 생루이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작은 섬이지만,
17세기 앙리 4세와 루이 8세 때부터 이루어진 도시 개발 사업에 의해 현재의 모습이 갖추어졌고
볼테르와 루소같은 사람들이 묵고 갔던 호텔도 남아있고,
한때는 보들레르가 술과 마약에 쩔어 나날을 보냈던호텔도 남아있는
나름 이런저런 추억을 가지고 있는 고즈녁한 구역이다
섬 이름은 프랑스 국왕 루이 9세에서 유래된 이름이란다.
중앙통이라 하지만 좁은 골목만한 길 양옆으로는 까페, 레스토랑, 커피 전문점과 아이스크림 전문점 등
나름 개성있는 샵들이 많이 있어 관광객들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내 딸은 성당이나 박물관 보다는 이런 곳을 더 좋아한다.
생루이섬을 빠져나와서는 대로인 앙리 4세가가 아닌 골목길 생뽈가를 선택하여 타고 올라간다.
생뽈가 역시 17세기에 형성되었을 법한 오래된 저택들이
시간이 지나간 만큼의 흔적을 안고 그 모습 그대로 서 있다.
생루이섬보다 좀 더 조용하다.
그리고,
가게에 진열된 상품들은 이 거리의 골목만큼이나 고답적이고...
생뽈가를 빠져나오니 대로변이 나오는데..
어~ 저곳!!
블랑제리 '미스 마농'
딸냄이 환호를 하면서 좋아한다.
그저께 신발사러 나왔던 날 밤,
그 날은 신발이 우선이라 저 집앞에서 진열된 케익 사진만 찍고 갔더랬는데
오늘 보니
가게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고..
우리는 점심도 아직 제대로 먹지 못한 상황이고..
이미 시각적으로는 진열된 케익들에게 정신을 빼앗긴 상태이고..
안들어갈 이유가 없다.
가게안에서부터 줄은 이어져 있다.
딸은 들어가면서부터 위의 블루베리 케익에 이미 마음이 빼앗겨버렸고
난 그닥 케익종류를 좋아하지 않으니 파니니샌위치로 선택한다.
근데 맛이~
오~!!
내딸, 잇몸이 드러났다
잇몸이 드러나도록 웃는다는 것은 진짜 행복하다는 의미이다.
정말 맛있다.
케익은 케익대로 파니니는 파니니대로..
그러니 줄만 서는 것이 아니라
가게 안 테이블도 빈 곳이 없다.
서빙하는 처자는 또 얼마나 예쁘고 친절한지..
그 바쁜 와중에 사진을 부탁해도 귀찮은 내색하나 없이 흔쾌히 찍어준다.
미스 마농에서 행복 한포크하고는 '보쥬광장'으로 올라간다.
보쥬광장은 17세기 초 루이 13세 재임시절에 만들어진 파리의 가장 오래된 광장 중 하나로서
주변이 주황색 벽돌로 지어진 정사각형 모양의 아파트로 둘러싸여져 있는 아담한 광장이다.
보쥬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아파트는 부르봉왕가가 베르사이유궁으로 옮겨가기 전 루브르 궁에서 생활할 때
왕실 인척과 재상들이 살기 위하여 지어진 Place Royale 이다.
대혁명 이후에는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정치인, 예술가들이 많이 살기도 했었고
지금도 살고 있기도 하다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빅토르 위고인데,
그의 생가를 찾고 싶었으나 쉬 눈에 안 들어와서 포기해버렸다.
광장에 들어서면 정방형 건물 한 가운데 우아한 광장이 있고
광장 한 가운데는 루이 13세의 동상이 있다.
그리고는 머~?
머 없어..
역시 겨울이라 그렇겠지.
아사다 지로의 '파리로 가다'속 보쥬광장은 그렇게 아름다웠는데
역시 그것은 작가의 창작물이었나~?
그의 엉뚱 발랄한 소설속의 보쥬광장은 그의 독창적인 스토리와 함께 얼마나 아름다웠는데..
역시 그의 상상력을 벗겨내고 나니, 보쥬광장은 앙상한 뼈만 남아있다.
...그래도 소설속의 환상이라도 있으니 덜 춥다.
아파트의 회랑에는 레스토랑, 까페, 화방등이 들어서 있고
저 건너편 어딘가 150여년전에 빅톨 위고 가 살았던 아파트가 있다는데..
무시하고 이 회랑의 좌측으로 돌아서 마레지구로 들어선다.
어마어마한 쇼핑지구가 시작되고,
겨울재고들을 정리하는 세일행사와 더불어 현대인들의 소비욕구가 무한정 분출되고 있는 거리이다.
파리시내의 모든 파리지엔느와 파리지엥들이 세일기간을 놓칠세라 다 쏟아져 나오고
게다가 오늘은 주말인데다 관광객까지 합치니 골목에 발디딜틈이 없다.
우리도 한동안 그들에게 떠밀려다니며 함께 분위기를 즐긴다.
그렇게 마레지구의 분위기를 충분히 익히고 나니
딸냄도 이제 또 다른 자극이 필요한지 이제 샹제리제로 나가잔다.
샹제리제로 나오니 어느듯 해는 지고,
하나 둘 조명들이 도시를 밝히고 있다.
이 많은 네온싸인들 속에서 또 딸은 무언가를 찾아내었다.
세포라~
원껏 구경하라고 시간을 주었더니
얼마지나지 않아 봉다리 하나 들고 환한 모습으로 나온다.
그래 됐다. 태어나 처음 나온 파리인데
원하는 것은 다해야지..
그 별것도 아닌데 말이지..
언젠가는 이런 시간조차도 너에게 좋은 추억거리가 되겠지~
본인이 찾던 과자집에서 마카롱 하나 사들고는
바토무슈 크루즈하러 간다.
가는 길에 세느강의 37개 다리 중 가장 화려하다는 알렉산드 3세 다리에서
추억한 컷씩 남기고 ..
흔들리는 바토무슈에서 우연히. 어쩌다. 제대로 하나 건진
에펠탑으로 파리의 공식일정을 마친다.
관련글:http://blog.daum.net/ansses/767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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