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나라 /15-01 그리스

겨울 산토리니, 갈거면 모든 기대 내려놓고~

노코미스 2015. 2. 23. 21:44

 

2015. 1. 22(금)

날씨: 기온은 10도 이상으로 높으나 내내 흐리고 강풍, 그리고 소나기

 

 

딸과 함께 뭔가가 대형사고라도 하나 칠것처럼 야심차게 시작했던 여행이

내용도 없고 모험도 없고 별 사건도 없이 그저 그렇게 지지부진하게 핫바지 방귀 새듯이

서서히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습니다.  

 

 

드디어 이번 여행의 마지막 코스이면서

내 딸이 가장 오고 싶어했던 '산토리니'로 물건너 왔습니다.

 

나야 산토리니에 대한 기대가 그렇게 크진 않았지만

딸냄은 혼자서 산토리니에 대한 기대가 컸었습니다.

그러나 나역시 크진 않았다하더라도 최소한 외국의 유명 여행지에 대한 예의만큼의 기대는 있었습니다.

 

최소한,

울타리없는 시골 초등학교 운동장만한 규모에 지중해로부터 불어오던 똥바람만 휑~하던

그 작은 공항에 내릴때까지만 해도 여전히 산토리니에 대한 기대는 아주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첫날 숙소(피로스테파니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특별히 할 일은 없고 자연스러이 언제나 하는 것처럼

마을의 공기를 익히기 위하여 나선 산책길에서 만나게 되는 산토리니의 얼어붙은 맨 얼굴을 본격적으로

마주하게 되면서 딸아이는 실망감으로 모든 기대를 접어버린듯했고 

나 역시 그나마 조금남겨두었던 기대마저 살며시 내려놓아야 하나..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칼데라 언덕으로 휘몰아쳐오는 에게해의 광풍,

곳곳에 파헤치어는 뒤집어져 있는 골목과 펜션들,

관광객 하나 없는 썰렁한 골목..

게다가 비수기 휴업으로 제대로 먹을 만한 음식점하나 제대로 없는..

겨울 왕국같은이 추운 산토리니.

우리는 이런 곳에서 사흘을 묵어야 합니다.

도대체 이런 상황에서 무엇으로 사흘을 보내야 할지..난감합니다.

 

원래 계획은 가까운 섬이나 화산섬을 돌고 하면 사흘은 금방 갈거라 생각했는데

와서보니 가까운 섬으로 움직이는 것도 쉽질 않고,

이 바람에 화산섬은 더더욱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에라이~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냥 마지막 일정 편안하게 쉬다 간다 생각하자~하고 모든 기대를 내려 놓습니다.

마음이 훨씬 홀가분합니다.

 

 

 

 

 

 

아뭏든 도착한 첫날 오후, 산토리니의 바람과 인사를 건네고는..

다음날은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꺼리가 없으므로 카렌트를 하여 섬을 한바퀴 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저녁에 호텔오피스에 가서 정보를 얻습니다.

내일 자동차로 섬을 한바퀴 돌려고 하는데 산토리니에서 반드시 가봐야 할 곳들을 찍어달라고 했죠~

 

그랬더니 젊은 오피스맨,

바다위에 떠다니는 한마리 해마처럼 생긴 산토리니 사진을 꺼내더니

펜으로 동그라미를 쳐가며 친절하게 안내해 줍니다.

 

내 숙소가 있는 피로스테파니에서 출발하여

1. 이아(oia)마을, 2.피르고스(Pyrgos)마을, 3.프로피티스 일리아스 4. 아크로티리 선사유적지  5. 레드비치  6. 등대순으로 루트를 그려주네요.

 

이 루트에 대해서, 내 의견을 말했어요

"보통 이아마을은 일몰이 아름답다하여 오후에 많이 가던데..?"라고요~

 

그랬더니 그이 왈,

"이아 마을은 저녁보다 아침이 가장 아름답다. 그러니 아침에 들러라.

대신 마지막 코스인 등대에서 일몰을 봐라. 일몰은 이곳이 이아보다 더 아름답다"라고.. 설명해주네요.

 

현지인이 그렇게 설명해주니 마음이 든든합니다.

 

 

 

담날 아침 9시에 내 숙소 앞에서 차를 인수받습니다. 

일반 소형 자동차를 주겠다는 걸 

"이게 예쁘니까 이걸 하겠다"고 뿌덕뿌덕 우겨서 스마트카로 렌트를 했습니다.  

 

일반 소형차보다 스마트카가 10유로 더 비싸다고 딜 들어옵니다.

"그런게 어딨냐~"고 이게 더 작은데..우겨서 같은 가격(30유로)으로 렌트했습니다.

 

엄청 잘 깎은거 같애서 기분 좋았는데..

타고 다니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바가지 쓴 것 같다는~;;

 

왜냐하면,

도대체 휠이 돌아가질 않습니다.

그래도 잘 타고는 다녔습니다마는..

 

아뭏든..

출발합니다.

 

 

 

이아 마을 주차장에 차를 대고는 '칼데라 뷰포인트'라는 화살표를 따라 들어가니

전날 보았던 피라윗동네 피로스테파니마을과는 완전히 다른

너무나 화사하고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 맞이해줍니다.

 

 

 

역시 현지인의 안내를 받기를 잘했다라고 혼자 자화자찬하고 야단났습니다.  

 

 

 

전날 찍은 사진에서는 곳곳에 전깃줄이 걸려서

내놓을만한 사진한장 없더니..

 

이아의 하늘는 한 올의 거슬림이 없습니다. 

 

 

 

어디서 찍던 산토리니의 전형적인 그림이 나오는군요~

그리스 정교회의 파란 돔과 왕관같은 종루가 곳곳에 포인트를 찍어주는..

 

 

 

서북쪽 방향 바다쪽으로는 아직 햇살이 다소 부족한가봅니다.

 

 

 

동쪽편으로는 아침 햇살이 아주 좋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여름만 하지는 않겠지만..

 

이아마을,

그 중 하루를 시작하기에는 정말 희망적인 마을입니다.

확실히 산토리니에서 이아마을을 빼면 앙꼬없는 찐빵이 될 듯 합니다.

 

 

다음은

남쪽으로 열심히 달려서 피르고스(Pyrgos)로 향합니다.

 

 

 

전날,

오피스맨에게 물었습니다. "피르고스에서는 무얼 볼 수 있느냐?"구요~

 

그랬더니

"트레디셔널 빌리지를 볼 수 있다"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피라'나 '이아마을'과는 다소 다른 모양일까? 하는 기대로 왔습니다.

 

 

 

멀리서 올려다보니 전체 모습은 피라나 이아마을과 별반 다를게 없어보입니다.

아니,

모습은 비슷하지만 영 허술한 이아라지요~

 

여기서 뭘보라고? 하는 기분이지만,

왔으니 골목으로 들어섭니다.

 

골목을 들어서니 다소 다릅니다.

 

말하자면, 트레디셔널 빌리지라기 보다는..

 

 

 

'고대 거주지 터'가 있다라고 하는 편이 정확한 듯합니다.

 

마을 꼭대기로 올라가니

하나의 성곽모양으로 된 집단 거주지의 흔적이 있습니다.

 

 

 

 

흙담으로 지어진 작은 성곽같은 집단거주지안에 성인어른 2-3명 포개 누우면 빠듯할듯한

이런 작은 공간들이 마치 오늘날 아파트처럼 동굴형으로 서로 연결되어 형성되어 있습니다.  

각 공간은 독립된 공간으로서 허름하지만 독립된 문이 달려있습니다.

말하자면 반혈거 주거양식입니다.

 

 

다소 덜 훼손된 거주지의 형태입니다.

 

이 곳도 조금만 더 손을 보고 복구를 한다면

볼 거 없는 산토리니에서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 될 듯도 합니다.

 

 

 

 

이 곳을 보고는 바로 이어서 '프로피티스 일리아스'로 올라갑니다.

이곳은 해발고도가 얼마나 되는지는 몰라도 암튼 산토리니에서 가장높은 산인데요~

이곳에 올라가면 산토리니의 전경이 모두 다 보인다고..

"베리베리 비유티플~"이랍니다.

올라갑니다.

 

올라가는데 바람이 엄청 붑니다.

아래쪽에서는 잘 몰랐는데..

올라갈수록 바람이 장난아닙니다.

 

스마트카가 흔들립니다.

왠만해서는 사진에 바람이 잘 보이질 않습니다만..

여기서는 사진에서도 바람이 보이지 않나요~

 

 

 

그런데 운전을 하면서 차창으로 내려다보니..

저 계곡 아랫동네에서 하얀 광채가 뿜어져 올라오고 있습니다. 

"저게 뭐지~?" 신기해하며 올라가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언덕위의 시야와 대비되어 나타나는 언덕아래의 빛줄기가 더욱 또렷해집니다.  

 

 

 

마치 온 마을을 오로라가 휘감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도대체 저 현상이 무슨 현상이란 말입니까?

 

 

 

계속 신기해하며 올라가는데

어느정도 올라가니 고원형태의 지형이 나타나고..

 

그 심한 바람과 안개속에서도

살아남는 법을 배운 야생화들이 몸을 잔뜩 낮춘채로 그 미색을 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인간은 한갖 풀뿌리보다 못합니다.

50m전방도 내어주질 않는 안개를 모른채하며 올라갈 만큼 용하지도 질기지도 못합니다. 

가느다란 이슬비까지 흩날리는 상황에서 끝까지 올라가겠다고 우기는 것은

그것은 용기도 뭣도 아닙니다.

 

그곳에서 그냥 차를 돌립니다.

 

꼭대기에는 산토리니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교회와 뮤지움도 있다하는데..

아쉬움이 큽니다.

 

맑은 날 가시는분들은 꼭 가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내려가는 길에 보니 언덕받이에 포도밭이 많이 있습니다.

 

포도나무를 가꾸는 모습도 역시 바람이 많은 지형적 특성에 맞추어 땅에 가장 낮은 모습으로 눕혀놓았습니다.

다른 농장에는 아예 땅에다 마짝붙여서 또아리 말듯이 말아놓았더군요~

바람을 최대한 피하는 방법이겠죠~

근데 포도를 생산해야 하는 철에는 그 또아리를 어떻게 풀까요~?

궁금~

 

그리고

산토리니에도 '와인로드'가 있군요~

피르고스에서 아크로티리에 이르기까지 계속 와인로드표지판이 나오는군요~

 

산토리니에 오신분은 산토리니 와인을 한번 시음해보셔도 좋을듯 하군요~

 

 

 

아뭏든,

내려오는 길에 다시한번

언덕아래에서 올라오는 광채를 확인하며

그 정체가 뭔지 한번 더 확인해봅니다.

 

카마리인지 어딘지는 몰라도,

해변에 부딪히는 파도의 포말에서 나오는 빛입니다. 퐌타스틱~!!

 

아~

저의 저급한 카메라를 탓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