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벤또로 점심을 해결하고 바로 나라현으로 향한다.
일본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
나라(奈良)라는 지명을 듣는 순간 '어? 일본에 왠 한국말이? 그것도 한 지역명이 왜 나라(국가)이지?'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조금 성장해서는 외국어에는 우리 어원하고는 아무 상관없이
음만 우리언어와 유사한 경우가 있음을 이해하면서 외국어의 동음이어 현상으로 일반화하였다.
그렇게 이해를 하고 있다가..
최근에 와서는 다시
아무것도 모를 때 내가 느낌으로 느꼈던 그 느낌이
사실은 느낌이 아니라 펙트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라(奈良)는 고대 일본의 왕도였던 관서현의 한 지명이다.
이곳에 '나라'라는 지명이 붙은 이유가 무엇일까
일본의 어떤 고어사전 또는 지명사전에 의하면
'나라는 야마토(大和)의 옛 이름이며 나라는 한국어로서 국가를 뜻하고,
상고시대에 이 고장을 점령하고 있던 한국출신의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라고 설명하고 있단다.
이런 기록들은 상고시대 이 지역의 지배자가 한국인이었음을 증명하고 있으며,
현재에도 자신이 백제의 후손이었을 것이라고 운명적으로 느끼는 일본인들이 있다고 하니
고대 한일교류의 역사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보이는데
다만, 현 일본정부만은 그 사실을 왜곡하고 은폐하고 싶어한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우리를 이끄는 가이드는 과연
나라현의 문화유산을 어떤 관점으로 어떻게 설명할 지 상당히 궁금했다.
특히, 오늘 최초 방문지 '동대사(東大寺)'는
일본내 불교 화엄종의 총본산으로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일본을 대표하는 사찰이다.
743년 헤이안시대에 건축된 도다이지는
본당인 금당과 도다이지의 난다이몬을 비롯한 8개의 국보를 보유하고 있는 훌륭한 사찰이지만
세계 최대규모의 목조건축물인 다이부쓰덴(大佛殿)과
그 내부에 안치되어 있는 대불로 인해서 특히나 더 유명하다.
이와 더불어, 우리 한국인에게 더 의미있는 것은
이 절을 지을 때 한반도의 도래인 출신으로 덕망이 높았던 '행기대사'의 책임과 주도에 의해서
지어졌다는 사실이다.
의도적 비의도적으로 한국 도래인의 영향을 인정하고 싶지않은 일본정부이고 보면
이런 부분에 대한 설명은 어떻게 할까 생각하며 가이드를 따라다닌다.
설명을 듣는 나는 나의 의심병을 부끄러워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그닥 숨기는 것 같지 않았다.
역사서에 기록되어 있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소개하였고
도다이지가 설립될 당시 건축양식은 분명 중국, 한국의 영향을 받았으며
소실되고 재건되는 과정에 당시 일본의 유행을 추가하면서
건축양식이 만들어져 갔음을 인정하였다.
위의 사진에서 보는 전각이 동대사에서 가장 유명한 다이부쓰덴(대불전)인데
현재 우리가 보는 것은 두번의 소실후 18세기 초에 재건한 건축물이다.
창건 당시에 비하여 크기도 2/3로 축소되었고, 모양도 많이 바뀌었다.
특히, 중간층에 나와있는 처마모양의 양식은 에도시대의 유행을 반영한 건축양식이란다.
그리고 크기도 더 큰 목재를 구할 수 없어 부득이 축소될 수 밖에 없었단다.
이 분이 다이부쓰덴 내부에 안치되어 있는 세계최대규모의 비로자나불이다.
앉은키 16m, 얼굴길이 5m, 코길이 36센티, 머리카락을 구성하는 구슬이 966개란다.
다만, 머리카락 구슬수는 약간 과장이 있단다~ (귀여운 농담^^)
이 부처님이 키가 얼마나 큰지
바깥에서 보게 될 때.
대불전 중간층 처마아래 여닫이문이 있는데
그 문을 열면 부처님 얼굴이 보인단다.
그리고 안치를 할 때도 부처님을 먼저 안치한 후
대불전 지붕을 덮는 형식으로 지어졌단다. 그럴 수 밖에 없었겠다 싶다.
이 외에도 한국의 고객을 대상으로
25년 가이드 명예를 걸고 얼마나 열심히 설명을 하는지..
다만 언어가 부족해 그녀가 하는 말을 다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가 미안할 정도로 열심히 설명한다.
그러나 내용은 우리 한국 가이드들이 들려주는 내용과 그닥 다를 바는 없다.
"일본사회 및 문화의 기초는 중국이나 조선으로부터 배운 것을 나라시대에 헤이죠우교우(平城京)에서 발전시킨 것이고
오늘날의 일본도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이것이 동대사에서 정리한 가이드의 마지막 멘트였다.
민간인이 보여주는 태도는 역시 일본 정부가 보여주는 태도와는 다소 다르구나 하는 점에서 살짝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로 인하여 불과 몇시간만에 나는 그들에 대한 인상을 바꾸게 된다.
역시 일본과 한국은 멀고도 가까운 나라인가?
미웠다가도 미워할 수 없는 존재가 일본이라는 나라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다만 정치적인 문제만 서로 신뢰롭게 잘 타협해나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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