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reading/영화읽기

부족했던 자신의 사랑에 대해 긴 양해를 구하는 못난 한 남자의 철 지난 세레나데, '아주 긴~변명'

노코미스 2018. 2. 12. 22:48



감독: 니시카와 미와

남주: 모투키 마사히로(기누가사 사치오, 츠무라 케이 작가)

여주: 후카츠 에리(나츠코)

음악: 나카니시 토시히로(그가 누구인지 궁금하다)


인생은 他者이다.

자의식의 껍질을 깨고

자신을 타자로 바라보게 될 때

그 때 우리는 성장한다.


20여년 얼굴맞대고 살아온 아내가 여행을 떠난다하는데도

어디로 가는지 누구와 가는지 옷은 제대로 입고가는지..전혀 관심이 없다.


명색이 작가라는 위인이

자신의 변변치 못한 과거가 부끄럽고

자신보다 유명한 동명이인 야구선수의 유명세에 눌려

자신의 이름조차 부끄러워하는 열등감 덩어리의 남자


출발시간 직전까지도 시간을 아껴가며

남편의 머리를 단정하게 깎아주고 여행을 떠나는 아내.

그런 아내가 문을 닫고 나가자마자 일초의 여지도 없이 다른 여자를 불러들이는 남자.


아내가 그 차가운 북해도의 겨울호수에 잠겨있는 동안

다른 여인을 품에 안고 희희낙낙하는 남자.


그렇다고 사랑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열등한 자존감 때문이었겠지.


주검으로 돌아온 아내의 장례를 무감각하게 치르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고 있을 때

사고 경위 설명장에서 격한 감정을 토로하는 아내의 친구남편 요이치를 만나게 된다. 


남편과 한창 손이 많이가는 나이의 어린 남매를 남기고 떠난 아내의 친구 유끼.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 딸과 

열심히 공부해서 중학교 입학준비를 해야 하는 아들

장거리 트럭운전을 하는 남편.


이 무미건조한 인간에게도 최소한의 인류애는 남아있어서

일주일에 두어번 요이치의 아이들을 돌봐주겠다고 인스턴트 제안을 해버린다.





자신이 살아왔던 삶의 모습과는 다른

요이치네 가족을 보면서 자신을 타자로써 바라보게 된다.


자신이란 인간이 얼마나 그동안 철없고 정내미 없는 인간이었는지..

요이치는 아이들 때문에 힘들지만 살아야하는 이유가 있는데..

본인은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없음에도 살아 남았다.

참 구차하다.


생각해보면

아이를 갖지 않은 것도 본인이 선택한 자의적 결정이었다.

그런데

왜 나는 아내도 동의했다고 생각했을까?

한번도 물어본적도 없었으면서..

그만큼 자기속에 묻혀살았다.





요이치네 가족사진속에서 행복해하는 아내의 사진을 보면서

아내가 얼마나 단란한 가족을 원했었는지를 알게 된다.


남겨진 아내의 휴대폰에 임시저장되어 있던 메세지

'당신을 사랑 안해, 티끌만큼도'


아내는

언제나 자기중심적이고 자의적이고 철없는 남편이

언젠가는 제대로 된 성인이 될 날을 기다리면서 메시지 보내기를 끊임없이 유보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메타포어이기는 하지만

이미 아내는 여행을 떠나면서 돌아올 생각이 없었다.


떠나면서

"다녀올께~"가 아닌

"뒷정리 좀 부탁해"로 그들의 관계를 암시한다.


그리고는

문자 메시지 대신에

자신의 죽음으로 '너와 나의 관계'에 대한 메시지를 대신한다.

얼마나 통쾌한 복수인가?

물론 죽음을 자신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하는 건 사치오의 해석이다.

그러나 잘못된 해석은 아니다.



첫날 요이치네 집에서

피곤에 지쳐 잠든 아이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그 평온하게 잠자는 아이의 숨소리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져오게 될 지 그는 몰랐다.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이란 존재는 어차피 힘들어도

슬픔을 가슴에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이고

그래도 의지하고 걱정해주는 아빠와 자녀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뒤늦게야

자의식속에 갇혀서 자신밖에 볼 수 없었던 자신의 과거가

얼마나 아내를 외롭게 했는지를 깨닫게 되면서

부족했던 자신의 사랑에 대한 긴 양해를 구하는 못난 한 남자의 철 지난 세레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