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reading/책읽기

그리스의 뿌리, 펠로폰네소스 기행문 3권

노코미스 2018. 2. 27. 14:59



1. 니콜라스 카잔차키스의 '모레아 기행'


모레아는 펠로폰네소스의 옛이름

카잔차키스는

그리스인이 그리스 여행은 언제나 오래된 어머니인 펠로폰네소스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말은 그리스인뿐만 아니라

그리스를 방문하는 외국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조언이다.


펠로폰네소스에 뿌리내리고 있는 타이게토스산맥, 에우로타스강, 알페이오스강, 아트레우스가문, 헬레네 등등

이 모두는 또한 그리스의 뿌리이기도 하기 문이다. 아테네는 그 뒤에 왔다.


카잔차키스가 27년동안 수차례 방문했던 펠레폰네서스 에 대한 기록물들을 모아서 훗날 발표한 이 기행문은

아테네를 출발해서 코린도스 해협을 통과하여 내륙으로 들어가서 스파르타 찍고

현대 그리스의 태동지라 할 수 있는 미스트라, 모넴바시아, 미케네를 돌아나오는 코스를 포함하고 있다.


그와 함께 하는 모레아 기행은

아직까지 문명화되지 않은 야생의 자연이 반짝이고 있어서

내가 마치 그리스의 눈부신 햇빛을 받으며 올리브 숲길을 걷고 있는 느낌이다.

나에게 그것은 치유의 느낌같은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민족주의자 카잔차키스는 외국인만큼 그리스의 자연풍광을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만 보지를 못한다.


한때는 이 땅에 무수한  신화와 예술, 신을 창조하는 경이로운 창조자들이 살아있었지만

그러나 지금 이땅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땅과 전혀 교감하지 않은 채 야만과 문명 중간에서 웃음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아야하는 작가의 마음은  어쩔수 없이 복잡하고 모순적인 감정으로 가득찰 수 밖에 없다.


어째보면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외침에 시달려온 그리스이다보니

카잔차키스의 조국을 바라보는 그런 애잔한 시선이 낯설지가 않다.









2. 패트릭 리 파머의 '그리스의 끝, 마니'

패트릭 리 파머(1915~2011)는 영국출신의 20세기 최고의 여행작가 중 한 사람


이 책은 펠로폰네소스의 남부 끝자락 마니반도 여행기.

모레아 기행이 펠로폰네소스 북부에서 중부지역인 코린토스에서 스파르타까지 다루었다면

마니 기행은 스파르타에서 마니반도끝자락까지 다룬다.


아마도 고대 스파르타의 후예들일 수 있는 호전적인 마니사람들의 특징과 지역적 특색, 그리고

구술되어 내려오는 이야기들이 넉넉하게 포함되어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다.

또한 교통이 아직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의 여행이라

한 여름 땀흘리며 산길을 오르내리는 모험가의 여행에 동참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하는 디테일이나 분위기도 좋다.


다만, 만연체 서술이다보니

그리스에 대한 호기심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견뎌내기가 쉽지는 않아보인다.







3. 박경철의 '문명의 배꼽, 그리스'(박경철 그리스 기행 1편.)


아마도 연작을 계획하고 시작했던 거 같은데, 1편 이후 소식이 없다.

어린시절 읽었던 카잔차키스의 '모레아 기행'에 영감을 받아 시작된 글쓰기란다.


1권에서는 아르고스와 스파르타지역 중심의 유적지를 찾아다닌다.

모레아 기행보다 유적지에 대한 서술이 훨씬 더 디테일하고 상세하다.

단순한 기행문이라기보다는 사실적 정보를 확인해야하는 역사적 내용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여행과 역사공부를 함께 하는 재미가 있다.

글쓰는사람은 힘들었겠다.


2편을 기다리고 있으나 언제쯤 소식이 올지.





위의 펠레폰네소스 기행을 담은 책들 중 한권이라도 읽고 나면

이미 나의 마음은 그리스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떠나지 못하면

아마도 죽는날까지 그리스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그것도 모레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