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나라 /09-08 독일남서부

슈바벤의 베르사이유, 루드빅스부르그 Ludwigsburg

노코미스 2009. 8. 26. 16:38

 09.08.2009(일)

슈투트가르트의 북쪽 근교에 위치한 루드빅스부르그는 18세기 뷔르템베르그의 대공 에버하르트 루트비히가 그의 연인 빌헬미나 폰 그레베니츠 백작부인을 위하여 1704년에 발의하여 1733년에 완성된 캐슬이다. 원래 그 지역은 사냥터였으나 그 시대의 많은 독일의 군주들이 새로운 도시를 계획하여 귀족적인 로코코 스타일의 건물을 건축했듯이 에버하르트 루트비히 역시 이 곳에 성을 지었고, 그의 아들 카를 오리겐공은 여기에 보태어 곧은 길을 내고 밤나무, 보리수 등 많은 가로수를 심고, 많은 마차를 세월 수 있는 주차장과 이국풍의 열대식물을 재배하는 온실인 오랑제리를 만들었으며, 화려운 건물들을 더 세우고는 다른 독일 국가들과 비교할 수 없는 큰 축제를 열곤하였다고 한다. 카를 오이겐이 지배할 시절 이 지역의 화려함은 당시 독일의 다른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여서 사람들이 '슈바벤의 베르사이유'라고 불렀을 정도라고 한다. 지금의 화려함은 그 시절의 흔적에 불과하다.

 

 

국립미술관 관람 후, 오후에는 역시 여정이 짧은 곳으로 다녀오는 것이 좋다. 그래서 기차로 약 15분 거리에 있는 루드빅스부르그로 다녀오기로 하였다. stuttgart에서 ludwigsburg까지는 s-bahn 4호선이나 5호선을 타면 바로간다. 슐로스까지는 역에서 걸어가도 좋고, 시내버스를 이용하여도 좋다.

 

s-bahn을 타고 루드빅스부르그에 내리니 4시 46분이다.

여기서 방향을 잡아야 한다. 대체로 역앞에 알테슈타트로 가는 이정표가 있다.

 

 

아마도 시내가 화살표방향으로 다 있나보다. 화살표를 따라가면 된다.

 

 

 루드빅스부르그가 지명때문에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상당히 고풍스럽고 전통적인 모습이 보존되어 있는 깨끗한 도시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역앞의 분위기는 그런 나의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냥 한산한 도시일 뿐이다..

 

 

역에서 한 5-6분 걸어가니 중앙로 들어가는 삼거리중심에 쉴러동상이 있다.

 

루드빅스부르그가 바덴 뷔르템베르그의 군주인 카를 오이겐의 도시이기는 하지만, 쉴러와도 무관하진 않다. 쉴러는 출생은 루드빅스부르크에서 한 10분떨어진 조그만 마을 marbach에서 태어났으나 중간에 로르히라고 하는 곳을 들렀다가 7세에 이곳으로 이사를 와서 14세에 '카를 군사 학교'에 입학하고 군사학교가 스튜트가르트로 옮겨가기 전까지인 16세까지 이 도시에서 살았다. 그리고는 22세까지는 군사학교가 스튜트가르트로 옮겨가는 이유로 함께 고향을 떠나고,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이 지역의 군주 카를 오이겐의 신하로서 군인생활하다가 그 엄격한 권위주의적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여 결국은 탈영을 하게 되고, 그 이후로는 발걸음을 할 수 없었던 곳이다. 단지 그가 독일의 극작가로서 유명해진 이후, 카를 오이겐이 노쇄해져서 죽기직전에야 그의 묵인하에 이 곳을 한번 방문했다는 기록은 있다. 

 

 그런 역사적 이유때문에 현재, 루드빅스부르그는 쉴러보다는 뷔템베르그의 군주의 작품인 루드빅스부르그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쉴러는 오히려 4살까지 살았던 marbach에서 부각시키고 있다. 

 

 

역앞에서 화살표를 따라 직진해오다 대로를 만나면 우회전을 하여 500m 정도 내려가다가

좌회전해서 골목으로 들어가면 시장광장이 나오고.. 시장광장 주변에는 레스토랑들이 펼쳐져 있다

 

 

 

 광장북쪽으로 예쁜교회가 있고..

이름을 보니 시립교회(stadt kirche) 비슷한건가 보다

 

 

지금, 기억은 없으나 아마도 안을 살짝 들여다 보았던 것 같다.

다른 유서깊은 교회들에 비하면 내부가 소박하다.

 

 

 

 

광장중앙에는 2층구조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그 중 윗부분의 동상이 카를 오이겐공이 아닌가 생각된다.

 

당대의 인상학으로 유명한 '라바터'라는 자의 말을 인용하면, 카를 오이겐은

'지칠 줄 모르는 허영!독수리의 눈! (...) 죽음과 삶! 천국과 지옥!"같은 인물이라고 묘사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끊임없는 명예심을 지녔으며,

옳건 그르건 처벌에 관해서는 탁월한 기억력으로

어느 때라도 기회가 오면 무자비하게 처단하는 인정없는 통치자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의 절대적 권위와 억압은 결국, 쉴러에게는 문학적 화두와 방향성을 제공해주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쉴러의 작품<군도>는 당시 카를 오이겐 공이 통치하던 사회상을 반영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시장광장에서 오른쪽으로 몸을 틀어 다시 대로쪽으로 내려오면 루드빅스부르그 궁전이 나온다.

 

 

 나는 위의 정문을 보지 못하고 대로를 횡단하여 건너오니 바로 이 문이 보인다. 이 출입문은 정원으로 바로 들어가는 문이다. 그러나 정원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위 사진에 보이는 정문쪽으로 가서 출입티켓을 구입해야 한다. 티켓을 구입하여 무인 체크기계에 넣으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도록 되어 있는데..

 

사실은 난 오늘 궁전을 관람하지 못하고 갈 거라고 생각하고 왔다. 단지 외관이나 보고가지 하는 기분으로..왜냐하면 가이드북에 의하면 매일 오후 5시까지 개방한다고 되어 있었고, 내가 궁전에 도착했을 때 이미 5시하고도 20분이나 지나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정문이 있는 줄도 모르고, 위의 무인 출입문 밖에서 목을 빼고 어슬렁거리고 있으니, 어린아기를 대동한 젊은 부부가 들어가면서 티켓을 가지고 있느냐고 묻더니, 없으면 정문에 가서 사야하지만

그러지 말고 자기들이 들어갈 때 함께 들어가자고 제안한다.

 

나야 백배 감사할 따름이고.. 그래서 정말 고맙게 공짜 구경을 하였는데..

 

 

사실은 궁전이라는 곳이 거기서 거기라 큰 기대 없었고, 단지 스튜트가르트에서 근교에 있고 시간이 어중간하니 와 본 정도로, 봐도 그만 못봐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면서 왔던 곳 치고는 좋았던 곳이다.

앞이 탁 트인 넓은 공간에 온갖 화려한 꽃들이 자신들의 아름다움을 다투고 있고,

하늘은 오늘따라 유난히 맑고 깨끗하다.

 

 

 정면에서 바로 바라봅며 찍은 로코로 양식의 궁전이다. 단아하게 생겼다.

 

 

 정면에서 돌아서서 정원쪽을 향하면 긴 잔디밭을 지나 중간쯤 분수가 힘차게 물을 뿜어올리고 있고,

거기서 저쪽언덕까지 다시 잘 가꾸어진 긴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앞의 잔디밭 좌우로 잘 꾸며진 꽃밭이 조성되어 있다.

 

 

 

 전형적인 로코로 스타일의 정원이다. 화단 뒷편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녹음짙은 가로수들이 아마도

200년전에 카를 오이겐 공이 심었던 그 나무들일지..

 

 

..

 

 

혼자 셀카짓해가면서 놀고 있는데..갑자기 사람들이 어디론가 사라진다는 느낌이 든다.

지금까지 주변에서 보이던 사람들은 다들 어디로 가는거지??

 분명 들어오는 사람은 보이는데 저 문으로 나가는 사람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그럼..

나하고 함께 들어왔던 사람은 어디로 간거지..?

 

'피리부는 사나이'라도 나타난건가.. 

 

 

두리번거려보니, 들어온 입구의 반대방향에 출입문이 하나 더 있음을 보게 된다.

그 길로 나가니  이런 간판이 보인다. 순회로.. 

 궁전안에서 차례로 봐야할 것들이 저렇게 많구나..

 

 

 그 옆에 궁전의 관광 포인트가 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33 번 포인트이다. ④ 번 출입문으로 들어와서 궁전정원에서 혼자 열심히 놀다가 ② 번으로 나와서 33번 인포메이션 포인트에 서 있다. 지금 33번 포인트 뒤쪽에 보이는 건물이 궁전이고, 앞으로 보이는 숲이 '메르헨가르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드나들고 있다. 

나 역시 직업적으로 이 곳을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메르헨가르텐' 입구..

 

 

 

가르텐 들어가는 입구 가로수길 작가들의 작품들이 군데 군데 전시되어있다.

사실은 더 많지만 여긴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이런 예쁜 길을 따라 다양한 메르헨 관련 장치들이 꾸며져 있다. 

 

 

 

메르헨 가르텐 안에 있는 이 성은 원래는 뷔르템베르크 왕조의 시조 이름을 따서 1798년-1802년 사이에 건축된 '에미히스부르크'라고 하는 낭만적인 성인데,

 현재는 '라푼쩰'성으로 변신하여 아이들에게 환타지를 제공해주고 있다.

 

라푼쩰 머리카락을 드리워놓고는 아이들에게 "라푼쩰 라푼쩰 너의 머리카락을 내려다오~"를 주문하라고 가르친다. 지금 저 애기는 저 자리에서 언제부터 목이 미어져라 라푼쩰을 외치고 있건만..^^

 

 

 

라푼쩰 성에서 조금 내려가면 이런 조그만 성에서 거대한 거인이 올라왔다 내려갔다 한다. 그리고는 우렁찬 목소리로 뭐라고 뭐라고.. '골리앗'이란다. 신기하다. 그래서 나도 대문을 두드려본다.

 

 

 <댄싱 슈즈>

 

동화의 집마다 애기들이 신기해서 대롱대롱 메달렸다.

 

 

 

 

 

 

 

 

 

 

 

 

 

 

 

 

 

 

그닥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동화같은데..

항상 옆에 동화제목과 내용이 붙어있으나

나에겐 무용지물..

 

 

 

 

 

 

 

 

 

 

.. 

 

 

 

 

 

 

 

 

 

 

 

 

 

 

 

 

 

 

<늑대와 일곱마리 아기양> 

 

 

 

동화를 좋아하는 성인들에게는 어린날 읽었던 동화를 회상하면서 돌거나 아니면 동화에 흥미가 없다고 치더라도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삼림욕이 될 정도로 숲길이 좋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사람들은 한번쯤 들러볼만 한것 같다.

 

 

 나는 궁전쪽에서 내려왔으므로 이 포인트가 끝나는 지점이 되지만, 아래쪽에서 올라가는 사람들은 이곳이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이 다리를 빠져나와서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레스토랑이 있고, 레스토랑을 끼고 다시 왼쪽으로 직진하면 북쪽 정원으로 이어진다.

 

 

메르헨을 읽어주는 할아버지와..

 

 

북쪽 정원쪽으로 가다가 보면 아래쪽에서 올려다보이는 에미히스부르크..

이 지점에서 보이는 성은 상당히 낭만적이다

 

 

조금 더 가면 궁전뒤편의 북쪽 정원이 나온다.

 

 

바로크 양식으로 조성되어 있고 앞쪽 정원보다 규모가 다소 작다.

 

 

언덕위에 궁전의 서쪽 건물이 보인다.

 

 

정원에서 궁전바깥 도로를 건너 직선거리로 바라보면 또 하나의 궁전이 보인다. '파보리테성'으로서

1718년-23년 사이에 건축된 사냥별장으로 '파보리테'는 '총애받는 여자' 또는 '애인'이라는 뜻이라는데..

 

이미 궁전의 각 출입문을 잠궈기 시작하고 있다.

나도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저 문을 향하여 나가면 도로가 나오고

좌회전, 좌회전하면 내가 왔던 길로 돌아갈 수 있다

 

 

도로로 나와서 궁전앞 가로수길이 예쁘다. 두 중년부부의 뒷모습도 예쁘다

 

  

가다가 다리와 발에 무리가 와서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어 보니, 시간이 벌써 오후 7시 30분이 넘었고

하루종일 너무 많이 걸었다. 이 상태에서 계속해서 걷는 것은 무리다.

오다가 봐두었던 시장광장의 한 레스토랑에서 저녁도 해결할겸 쉬었다 가기로 한다.

 

 

 

자리를 잡자마자 우선 발부터 해방시킨다

 

 

 

 

오늘은 독일에 들어온 후로 공식적으로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보기로 한다.

가장 전통적인 음식을 추천해달랬더니 이것을 추천해준다.

이름은 '마울터작셴?maultsachen' or 마울타작셴malutaschen..? 뭐..어쨋거나..

일종의 라비올라와 유사하게 생겼는데 본인들은 샐러드의 일종으로 본다.

샐러드 위에 첨가하여 나오는데 밀가루 전병에 채소와 고기 으깬것을 김밥처럼 말아서

익히고 구운것처럼 보인다. 맛은 독특하고 괜찮으나 워낙 독일의 소스들이 짜고 느끼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 나는 행복하고 ..내일은 더 좋은 추억들이 만들어지길 기원하면서  

루드빅스부르그에 대한 소감을 정리한다 . 결론은 그것이다.

"어차피 오늘 불행하면 내일 행복할 수 밖에 없도록 되어 있는 것이 인간사라는 것.."

 

한때는 서민들의 혈세를 쥐어짜서 향락의 공간으로 건축되어 악덕의 상징물로 지탄을 받기도 했던

루드빅스부르그...지금은 그 공간을 서민들의 휴일나들이 공간으로 되돌려줌으로 역사의 빚을 갚는다.

게다가, 관광객을 불러들여 관광수입을 올려서 과거 서민들에게 짜 내었던 세금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려주니

세상의 모든 선과 악은 돌고 도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좋을 것도 없고..나쁠것도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