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나라 /09-08 독일남서부

독일 남부 3대 대학도시, 네카강변의 튀빙엔Tu"bingen

노코미스 2009. 8. 27. 15:54

10. 08. 2009(월)   

튀빙엔 지역의 역사는 1078년에 처음으로 요새가 건설되고, 요새주변으로 마을이 생성되기 시작하였고, 1231년에 이르러 도시로 발달하기 시작하였으며, 1342년에 뷔르템베르그 공작이 팔라틴 영주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은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15-6세기에 아마 상당한 번영을 구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유적들이 그 시기의 것들이다. 실제로 튀빙엔에 대학이 설립된 것도 그 무렵이다. 튀빙엔은 1477년 수염공인 에버하르트 백작에 의하여 대학이 설립되면서 독일의 4대 대학중 하나, 그리고 독일 남부의 3대 대학중 하나로 발달하게 되었다고 기록되고 있다.  

 

작년에 괴팅엔을 들러면서 언젠가는 독일의 4대 대학도시를 들러볼 것이라 다짐했었는데. 마침 이번에 나머지 3개 대학을 모두 포함하게 되어 다행이다. 그런데 그 3개 대학중 가장 인상적인 곳이 나에게 있어서는 여기 튀빙엔이다. 게다가 이 지역 출신인 작가 쉴러, 철학자 헤겔, 셸링, 천재시인 휠더린 등이 튀빙엔의 신학부에서 공부를 하였다니 그들의 숨결이라도 맡을 수 있다면 그들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까~

 

1부에서는 튀빙엔 역에서 네카강변을 거쳐 튀빙엔 성까지,  2부에서는 시청부터 알테슈타트의 아기자기한 골목들을 중심으로 도시를 살펴볼까 한다 

 

 

월요일 아침, 전날 하루 날씨 반짝하더니 아침부터 비가 오기 시작한다. 오늘은 숙소를 옮겨야 하는데..마음같아서는 일찍부터 서둘러 옮기고 한 곳이라도 더 봐야할텐데.. 그러나 그런 생각을 바로 포기해버린다. 날씨를 핑계로 오늘은 좀 느긋하게 움직여야겠다. 

어제 너무 열심히 다녀서 그런지 몸이 많이 무겁고 특히 왼쪽 다리가 상태가 이상하다. 종아리 쪽 근육이 당기고 붓고 아프다. 걸음을 걸을 때마다 통증이 온다. 날씨에, 다리에, 숙소이동에..이 핑계 저 핑계..아무래도 오늘 오전은 숙소 옮기는데 투자해야 할 듯하다. 9시쯤 일어나서 같은 도미토리 사용하는 총각 엉덩이 한번 봐주고..계속 보기는 민망해서 돌아앉아 가방을 싸야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기분전환(??)은 되는 것 같다..그닥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빵한조각과 포트커피로 아침도 챙겨먹고..우산하나 구입해서 들고..  

 

어쨋거나 빗길에 모습은 공개하기 싫을만큼 구질구질하였으나 다행히 새 숙소의 위치는 이전숙소와는 달리 대로변에 있어서 고생없이 찾을 수 있었다. 이 숙소는 누군가 물으면 정말 추천해주고 싶을 만큼 가격대비 여러가지 면에서 만족스러웠던 곳이다. 친절도, 청결도, 서비스, 위치, 가격, 리프트까지 모든 면에 만족스러웠다.  

 

도착하니 11시가량 된 것 같다. 첵인시간은 오후 3시가 되어야 가능하므로 우선 가방만 맡겨두고는 '나 저녁 늦게 올거예요~'하고는 역으로 나간다. 튀빙엔 가는 기차시간과 가격을 물으보고, 튀빙엔 보고 시간되면 marbach까지 들를 요량으로 지역티켓을 구입하였다. 지역 티켓은 도시간 이동을 하는 ICE, IC, EC등은 이용할 수 없다 

 

바덴 뷔르템베르그 그룹티켓(5명까지 2등석만 가능)                 28¢

바덴 뷔르템베르그 싱글티켓(1명      2등석만 가능)                  19¢

바덴 뷔르템베르그 야간티켓(5명까지 2등석만 가능)                 20¢

1등석을 위한 추가 비용                                                       10¢

 

 

 

RB는 빨갛게 생겼다. 이 기차는 튀빙엔까지 다이렉트로 가는 기차인데

 종점 몇 정류장 앞두고는 어느역에서 멈추더니 갑자기 차장이 통로로 왔다갔다하며 뭐라뭐라 알리며 다닌다.

분명 비상사태처럼 보이는데 무슨말인지 알아들을수가 있나~

옆 자리의 여성한테 물어봤더니 '기차가 문제가 생긴모양이라구..모두 내려서 다른 기차를 기다리라구..'

그래서 따라 내린다.

 

 

 

내려서 건너편 역사쪽으로 보니 이곳이 로이팅엔이라는 곳인데..

다음 기차가 언제쯤오는지 시간대별 타임테이블을 보니 30분후면 다음기차를 탈 수 있겠다.

 

아침부터 비도 오락가락 하더니..

지금까지 여행을 다녀도 기차가 고장나서 중간에 내린 예는 없었는데.. 

아침부터 이러니, 오늘은 여행일진이 얽히려나 아니면 이것이 액땜인가..

아침부터 얽힌거 풀고나면, 앞으로 일정은 잘 풀리겠지..?

 혼자 궁시렁 궁시렁.. 한 30분을 기다렸던 거 같다.

 

다음기차를 타고 아무일 없었던듯이 다시 튀빙엔으로 향한다.

한 30분가니 튀빙엔이다. 이래 저래 1시간여 허투로 소비하고 나니

오늘은 아무래도 튀빙엔외에는 볼 수가 없겠다 

 

 

역에 내려서 역사를 빠져나와 오른쪽으로 올려다보니 상당히 비비드하면서 죠이플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피티로 건물전체를 도배했다. 흔히 '그래피티'하면 슬럼가와 연결되는데..

주변을 한바퀴돌아보니 슬럼가는 아니고..게스트 하우스 같은데 개성으로 표현한 것 같다.

역사주변에서 처음 튀빙엔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상당히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는 듯하다.

그러나 실제로 튀빙엔의 전체 분위기와는 일관되는 모습은 아니다. 단지 하나의 개성있는 특별한 집일뿐이다.

어쨋거나 재미있는 도시일거 같다는 느낌이 온다.

 

저 건물앞에서 유로파스트라세를 타고 약 500m 정도 올라가면 부뤼케가 나오고

그 앞에 tourist information center가 나온다. 그 곳서 시티맵 하나 얻어들고 알트슈타트로 들어간다.

 

 

 

 

알트슈타트로 들어가기 위하여 다리위에 서는 순간, 튀빙엔의 랜드마크와 같은 이 장소가 눈에 들어온다. 일반적으로 튀빙엔을 소개하는 관광안내 책자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은 지금처럼 저 담벼락이 한가롭지 않고 마치 전깃줄에 줄줄이 앉은 참새떼 마냥 젊은 청춘들이 이쪽끝에서 저쪽끝까지 빈틈없이 쪼롬히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오늘은 매우 한산하다. 아마도 날씨 탓이리라. 아침부터 계속 빗줄기가 왔다갔다한다. 

 

 

 

 

담벼락 맞은편에서 보면 상당히 위험해 보이는 풍경이지만 뒤편에서 보니 그다지 위험한 자리는 아니다. 그리고 담벼락 뒷편으로는 좁은 산책로가 나 있어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 길을 통해서도 알테슈타트로 진입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관광객들이 이 산책로를 걸으면서 언덕위에 위치한 레스토랑이나 집들을 구경한다.

 

 

날씨가 좋은 날은 네카강에 저런 나룻배를 띄워 낭만적인 분위기를 조장한다. 저이도 배를 띄워 관광객들의 관심을 유도하려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 다시 영업을 접어야 했다.

 

 

 

 

 

이 아름다운 네카강변에는 여러사람의 여러추억들이 저장되어 있다.

그 중 가장 슬픈 추억은 천재시인 프리드리히 휠더린에 관한 것이 아닐까..

  

저~기 끄트머리 뾰족탑을 가진 노란타워형 집이 독일의 천생의 시인 또는 천부의 시인이라 불리는

'프리드리히 휠덜린'이 마지막 육신을 거둔 '휠더린 타워'이다.

 

나야 워낙에 문학에는 문외한이라,  없는 시간에 굳이 들러야할 이유가 없었던 곳이었지만.. 

어떤이는 이 곳을 들러기 위하여 일부러

먼 동양에서부터 찾아오기도 하는 아주 의미있는 곳이기도 하였으니..

시를 쓰는 사람들에게 이 집은 마치 순례지와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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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횔덜린(Friedrich Holderlin, 1970~1843)은, 그의 긴 생애의 나중 절반은 거의 광기의 어둠 속에 잠겨 있었고, 그가 이따금 정신이 들 때 기록해놓은 시편들은 삶의 핵을 꿰는 절창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죽은 후에도 어둠에 묻혔다가 사후 한 세기쯤이 지나서부터야 조명되기 시작했다.

그가 잠겨 있었던 36년쯤 되는 긴 광기의 어둠의 세월에 그의 육신을 거두어 준 목수의 집이 튀빙엔 네카 강변 물가에 아직도 있다. <출처:다음지식>

 

 

그를 추모하는 시 한편..

 

밤 한시의 횔덜린하우스

                                   

하얀 시트위에

백랍같이 탈색된 장미가 누워있다

천정에 매단 링겔병에서 밤의 붉은 혈액이 조금씩 줄고 있다

수술용 가위가 장미 줄기를 자르고 급히 봉합을 서둔다

창밖에서 말대가리가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나무의자가 혼자 방에서 밤샘을 하고 있다

화병에서 시든 꽃봉오리가 밤샘을 하고 있다

밤의 흰 붕대가 금시 붉어졌다

창까지 붉어져간다

소리내지마라

여기 

신이 버린

아들 연소하느니


조정권의 '튀빙겐 가는 길'중에서~

 

 그의 사연을 알고, 이 시를 읽고나니 갑자기 네카강이 그의 무덤처럼 보여서 가슴이 아프다.

오히려, 안 가본 것을 다행이라 위로한다. 왜냐하면, 직접 그의 흔적을 보게되었으면 나는 내 가슴에 또 하나의 아픔을 가져야 했을테니까..

 

 

 

이 길을 지나고 있는 사이 갑자기 비가 무더기로 쏟아진다.

사람들이 모두 어디로 숨어들었는지 골목이 일순간 텅 비어버린다.

난, 다행히 우산을 가져왔기 때문에 우산을 쓰고 돌아다닌다.

 

 

 

골목바닥의 돌팍의 표면과 돌팎사이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풀뿌리들이

감성의 끝자락을 건드린다.

 

 

 

감성을 자극하는 네카강변의 언덕위 주택가 골목길.. 

 

 

 

그 골목길을 타고 올라가니 골목길 끝부분 모서리에 이런 큰 건물이 우뚝 솟아있다.

옛날 튀빙엔 대학의 기숙사겸 대형 강의실이라고..

이 건물은 1478-80년 사이에 최초 건축되었으며, 이후 1803-5년 사이에 개조되었던 건물이란다.

주로 구 대학 부속물들이 이곳 네카강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이곳에서 독일의 많은 철학가와 사상가들이 배출되었지만

그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미네르바의 올빼미 헤겔과 그의 사상에 영향을 미친 셸링, 그리고

앞에서 언급했던 휠더린이다. 그들은 같은 동급생으로 어쩌면 저 건물일지도 모르는 기숙사의 한 방에

기숙하는 룸메이트로서 서로에게 사상적 영향을 주고 받으며 공부했었다.

 

 

이 건물 뒷편으로 난 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본다. 과거 대학 주변 주택가이다.

이 지역의 역사를 다 알고 있을 듯한 그런 분위기이다.

 

 

대학가에서 학생들에게 하숙이라도 쳤음직한 상당히 소박하고 정겨운 집이다.

아마도 실제로 그런 집인지도 모르지..

 

 

 

시내의 대형서점과는 달리 좀 더 학구적인 냄새가 나는 서점, 역시 유서깊은 대학도시라 느낌에 품격이 있다.

 

  

 

몸을 돌려 다시 왔던 길로 내려온다. 불과 100m 전방에 갈림길이 있다.

골목 입구에 burgsteige라는 표식이 붙어있다. 저 위쪽으로 슐로스 호엔튀빙엔이 있다는 말씀~

 

 

 

 예쁜 꽃들로 장식된 호텔을 지나 ..위로 한 2~300 m 올라가니..

 

 

 저 위쪽에 호엔튀빙엔성이 우뚝 서 있다. 

 

 

 성 입구에서 좌측을 보니 네카강변에 지어진 집들의 지붕과 저 건너편 풍경이 안개에 싸여 희미한 풍경으로 풍경으로 카메라렌즈속으로 들어온다.

 

 

 

 오른편으로 돌아가니 모서리에 성탑이 든든하게 서 있고..

 

 

 

성루 담벼락 위 세월의 힘에 뚫려진 돌팍에 빗물이 고여있는 것 조차 이국의 여행객에게는 새롭다

  

 

성문바깥에서 주변을 살펴본 후, 성안으로 들어가려하니,

입구 출입문 위 장식의 정교함과 화려함이 예사롭지 않다

그래서 찾아보니, 현재의 이 성문은 1606년에 완성된 것으로 

입구의 화려한 문양은 뷔르템베르크왕가의 문장을 응용한 것이란다. 

이 성문이 완성되기까지 1507-15년까지, 1534-42년까지, 그리고 1606년 등

여러차례 공사를 통해 완공된 것인만큼 상당한 심혈을 기울인 역작으로 보인다.

 

 

 

 문 밖에서 바라보는 다른쪽 사람들의 실루엣은 언제나

잡히지않는 묘한 신비감과 여운같은 것을 불러일으킨다.  

 

 

 

성안으로 들어가니 오른편으로 무슨 연구소 및 성 박물관이 있고..

오늘이 월요일인지라 박물관들은 죄다 휴점상태다

 

북쪽문으로 나가면 성의 뒷정원으로 통한다.

 

 

 

뒷 정원 오른편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튀빙엔 전경.

 

 

 

뒷정원 왼편으로 바라보이는 전경..네카강 줄기이다 

 

 

성안을 대략 둘러보고 내려오니 성 입구에서 한 무명의 뮤지션이 연습을 하고 있다.

 

나는 이런 사진이 좋다. 문 밖으로 내다보이는 저 밝음..

밝음은 희망과 행운을 의미한다.

빗방울이 왔다갔다 또다시 우울한 여행..

저 문을 나서면 우울함 같은 것은 모두 날아가버리고 희망과 행운만 다가올 것 같은 느낌!!

그런 기대를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