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08. 2009(월)
아침에 나올 때 오늘의 계획은 슈바벤 알프스 지역 몇 곳을 섭렵하는 것이었다. 슈바벤 알프스 지역은 라인강 상류로부터 시작하여 스위스의 샤프하우젠에 걸치는 바덴-뷔르템베르그와 바이에른 경계지역에 이르는 초원과 석회퇴적암 지대가 서로 연결되어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해내는 아름다운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내가 가고 싶었던 후보지역으로schwabisch hall, hechingen, sigmaringen, lichtenstein등을 꼽았으나 어차피 일정상 모두 다 섭렵하기는 어렵겠고, 튀빙엔과 나머지 한 곳으로는 튀빙엔에서 교통편이 가까운 호엔쫄레른 성을 방문하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지금 hechingen으로 간다. 왜냐하면 그곳에 호엔쫄레른 성이 있으므로..
슈바벤 알프스 지역이 나에게 매력적이었던 것은 그 곳에 예쁜 성들이 많다는 점 때문이다. 그런데 혹자는 내 블로그를 잘 읽었다면, 나의 이런 말에 모순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나의 독일 여행에서 많은 성을 거쳐지내올때마다 혼자 중얼거렸던 말 즉, 성이 지겹다 더 이상 관심없다는 말을 기억한다면 말이지..
그러나 그 말의 의미는 지금 상황과는 좀 다르다. 나는 아름다운 모습의 성채를 보는 것은 좋아한다. 그러나 성을 관광하는 것은 싫어한다. 즉, 긴 줄을 서서 성 내부를 관광하는 것은 그닥 재미없다. 나에게 성은 뾰족탑이 있는 외관을 볼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내부는 나에게 의미가 없다. 내가 성을 보러가는 것은 리얼리티가 아닌 환타지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러가는 것이다. 근데, 안으로 들어가버리면 환타지가 사라진다. 아무리 귀한 재료로 화려하게 꾸며놓았다할지라도 그것은 우리의 실제 삶에 필요한 도구들이요 공간들이다. 그 속에 환타지는 없다. 그래서 난, 가까이서 그 아름다운 외관만 보고 와도 좋다. 특히, 지그마링엔이나 리히텐슈타인성들은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퓌센의 노엔슈반슈타인성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는 것 같아 꼭 보고 싶었다. 그 성들이 주변의 자연과 어떻게 어울리면서 자태를 뽐내고 있는지..
특히, 현재 내가 보고자 하는 슈바벤 알프스의 여러 성들, 즉, hechingen의 호엔쫄레른 성, sigmaringen의 지그마링엔 성, lichtenstein의 리히텐슈타인 성 등은 외관이 참 아름답다.
그래서 튀빙엔 일정을 바쁘게 마무리짓고 헤싱엔행 기차를 탔다. 이 날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의 일기에 의하면 헤싱엔 가는 길에도 기차가 고장나서 또 한번 다른 기차로 갈아탄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아마 이날도 그닥 여행운이 좋지는 않았던 것 갔다. 튀빙엔에서 16:28에 출발하여 헤싱엔에 18:00에 도착했으니 경유지에서 약 30분 정도는 지체한 것 같다. 주변을 둘러보니 저쪽 산꼭대기에 분명 성이 보이는데..여기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닌듯하고 가는 방법이 있을 터인데..시내도 아니고..물어볼 곳이 없다. 가끔 독일의 어떤 역들은 하루에 드나드는 인구가 너무 적으면 티켓데스크 자체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 곳도 아무래도 아주 조용한 시골마을이라 그럴 가능성이 충분한 것 같은데..
둘러보니 역앞에 버스 정류소가 있고, 마침 아주 훈훈하게 생긴 미남 청소년 둘이 담소를 나누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지금 호엔촐레른 성을 가고자 하는데 어떻게 갈 수 있니?'라고 물으니, 그 아이들 왈, 고개를 갸웃하더니 '여기서는 갈 수 없구요, 여기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서 그곳에서 다시 성에 가는 버스를 타야하는데..그런데 지금은 성에 가는 버스가 없을 것 같은데..우리도 잘 모르겠어요" 라고 말을 하네..
갈 수 있단 말인가, 갈 수 없단 말인가..눈알만 꿈벅거리고 있으니, 이 예쁜 소년들이 순수한 마음이 발동하여 이 조그만 동양의 아줌마를 돕겠다고 적극 나선다. "아~ 저기 인포센터가 있으니 그곳에 가서 우리가 물어주겠다'고 같이 가자네.. 일단, 인포센터가 있다는 말에 나도 반색이 되어, '응~ 그래'하고는 같이 들어간다.
시골의 데스크에는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얘네들이 독어로 물어서 나에게 영어로 전달해주고 하는 식으로 통역을 해준다. '이 아줌마가 성을 가고 싶어하는데 어떻게 갈 수 있냐?"니까, 그 언니 왈,'성에 가기 위해서는 시내에서 성까지 다니는 순환버스를 타야하는데, 오늘은 더 이상 성에가는 버스가 없다. 성에 가는 버스는 매일 8시, 12시, 14시, 16시 4번밖에 없으므로 내일 아침 일찍와서 8시 버스를 타고, 구경하고 나중버스를 타고 내려와야 한다'네..
이건 뭐 사정해서 될 일도 아니고, 그대로 돌아서 나올수밖에 없었다.
성을 눈앞에 두고 돌아서려니 아쉬움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지만 어쩌겠어..
4배 줌을 바짝 당겨서 멀리서 그 실루엣이라도 한 장 박아주고..
아쉬움을 뒤로하곤 발길을 되돌린다.
아침에 숙소도 옮겨야 하는데 그렇게 구질구질 비가 내리더니, 오후에는 내가 언제..? 라는 듯이
뭉게구름이 파란 하늘과 함께 펼쳐져 있다.
성을 보지 못해서 남는 아쉬움은 있으나 맑은 하늘을 보니 마음도 함께 밝아진다.
스튜트가르트 역에 내리니 누군가 들고 가는 크레페가 상당히 맛있어보인다.
그래도.. 이건 약간의 편견이긴 하지만, 조리사가 아랍인이면 잘 사먹지 않는데..
보니 상당히 호감가는 얼굴이라^^ 그리고 직접 조리과정이 눈에 보이니 먹음직스럽기도 하다. 냄새도 좋다.
그래서, 다시 돌어와서 크레페를 주문한다.
난 가장 단순한 바나나 & 하니 크레페..반죽의 농도가 중요하다. 예술이다.
이것으로 오늘의 하루 일정이 끝난다. 돌아가서 아침에 가방만 집어던져놓고 나온 것..체크인하고..
씻고 자면된다. 이제 오후 8시경..조금 빠르긴 하지만..독일온지 3일째..미뤘던 일기와 가방정리 좀 하고..
쾨닉거리로 가다가 샬롯데플라자에서 구궁전앞으로 지나는 샬롯스트라세를 따라 쭉 올라가면..
저기 U-bahn이 멈춰있는 곳, olgaeck역 바로 앞이 새 숙소이다. 이 숙소는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이다.
교통도 좋고, 친절, 서비스, 가격 모두,. 고급호텔만 지향하지 않는다면 가격대비 최상이다.
전날의 숙소와는 너무 다르다. 이날 독일온지 3일만에 가장 편안하게 잠든것 같다.
역시 내일 아침에 또 다시 떠오를 태양을 기대하면서..고요한 꿈나라로..
Hotel Espenlaub
위치: U7 타면 중앙역에서 3정류장째 Olgaek역에서 내려서 바로 도로 건너면 호텔(왼편),사진에 보이는 저 건물 젤 위쪽 끝부분(짐 없을 때 도보로 5분-10분정도 내려가면 중심가)
주소: charlttenstr.27 70182-stuttgart
가격: 싱글룸 35유로(아침 포함)-깔끔하고 좋음
예약: booking.com
특히, 돌돌이를 주로 끌고 다니는 한국여성 여행자에게 좋은 것은 리프트가 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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