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슈바르츠발트로 간다. 슈바르츠발트란 'black forest'란 뜻. 독일이 전반적으로 나무들이 많지만 어떤 지역은 낙엽수들이 많고, 어떤 지역은 수종이 섞여있기도 한데, 이 지역은 대체로 검은 진녹색의 전나무와 가문비 등 침엽수로 숲을 빽빽히 이루고 있어 그 숲이 멀리서 보면 검게 보인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리적으로 검은숲은 서쪽으로는 프랑스를 남쪽으로는 스위스 바젤을 북으로는 칼스루에와 동쪽으로는 슈바벤 알프스와 콘스탄츠호수를 경계로, 대략 삼각형 모양으로 길이는 약 200km, 폭은 60km에 이르는 상당히 넓은 영역을 포함하는 지역이다.
칼스루에, 바덴바덴, 프로이덴슈타트 등을 포함하는 북부지역은 짙은 전나무와 소나무들로 울창한 숲과 양치 식물로 뒤덮인 높은 고원이 특징이며, 뻐꾸기 시계가 유명한 곳이다. 그런가하면, 라인 상류를 끼고 있는 offenburg를 중심으로 하는 중부 슈발츠발트 지역은 가파른 언덕에 다양한 포도를 재배하고 있는 아름다운 포도밭이 숲과 조화를 이루면서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내고, 남쪽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프라이부르그, 티티제, 구타흐 등을 포함하는 남부 슈발츠발트 지역은 멋진 파노라마를 보여준다. 특히, 구타흐에는 노천 민속박물관이 있어서 그들의 중세 관습과 전통들을 전시하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 나의 방문지는 이 쪽 남부 슈바르츠발트 지역이다.
바덴뷔르템베르그의 슈바벤지역도 아름답지만, 슈발츠발트지역의 탁트인 시야와 높고 푸른 하늘, 그리고 언덕위에 펼쳐진 깨끗한 그린필드로 이어지는 파노라마는 스위스보다 더 아름다운 것 같다. 스위스의 베르너 오버란드의 그린필드에는 아기자기함이 있다면, 슈바르츠발트의 그린필드는 좀 더 담대하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구타흐(gutach schwarzwaldbahn)이다.
지난 저녁에 미리 뽑아둔 타임테이블을 들고 프라이부르그 중앙역으로 간다. 오늘은 '원데이티켓'을 이용해야하므로
좀 더 일찍 움직이려해도 소용이 없다. 나는 9시 이후부터 이 티켓을 이용해야 한다. 마침 9:03분에 출발하는 기차가 있다.
일정은 9:03프라이부르그 출발, 9:53 offenburg 도착, transfer 9:59 오펜부르그 출발, 10:17 하우자흐 도착,
하우자흐 역앞에서 10:33 버스출발, 10:37 포크츠바우에른호프volksbauernhof 도착,
프라이부르그에서 약 1시간 35분 정도 걸렸다.
버스를 타니 할머니 기사가 어디가느냐고 묻는다. '구타흐'간다고 하니
'포크츠바우에른호프'를 가는지 묻는다. 이런~~ 순간 당황스럽다. 그게 뭐지..?
'구타흐'하면 다 통할 줄 알았는데..그게 아닌 모양인데..
순간 말문이 막히길래..대답을 못하고 있다가..'쟈스트 모먼트~"하고는
얼른 가이드북에 있는 사진을 보여준다.
그랬더니, '오케이, 포크츠바우에른호프' 하더니
'여기"에서 내리란다. 잉~ 벌써 다 왔어~
내리라니 내리긴 했는데..황량한 도로변에서 방향을 잡지못하고 이리저리 두러번거리고 있으니
버스 안에서 또 고개를 내밀어 방향을 안내해준다.
"곧장 가~ 그러다가, 저 앞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돼~"
포크츠바우에른호프..그래~ 그게 뭔진 모르겠지만, 꽤 유명한 곳 같으니 가보자.
외지인을 보자 마자 그곳을 가느냐고 묻쟎아~
그래서 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어떤 건물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담너머로 넘어다보니 오래된 대형 초가집 비슷한 모양새를 한 여러동의 집들이
초록이 짙은 들판에 뛰엄뛰엄 배치되어 조그만 마을같은 촌락을 형성하고 있고..
건물 입구에 붙어있는 입간판을 보니 '비어가든'간판이 붙어있고,
매표소 입구에 보니 성인 ..¢, 아동..¢, 단체..등 입장료가 붙어있고..
도대체 이곳의 성격이 머란 말인가? 민속촌처럼 꾸며놓은 비어가든이란 말인가?
아니 비어가든 들어가는데도 입장료를 내나..? 그건 아닌 것 같고.
이 건물의 성격을 알려주는 팻말은 어디에도 없고..
지금 생각하면,
단어를 소리내여 발음만 한번 해 봤어도 그것이 '민속촌'이로구나 하는 것을 짐작했을텐데..
당시는 글자가 하도 복잡하게 생겨서 눈으로만 읽었지 소리내어 읽을 생각을 못했다.
그래서 앞사람에게 비어가든 팻말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 곳이 '비어가든이냐, 아니면 어떤 종류의 뮤지움이냐?'물었더니,
그이 왈, '일종의 노천 박물관'이랜다. 음~대충 짐작대로 그렇구나...
아까 그 입간판은 노천박물관내의 레스토랑 홍보 간판이고,
이 촌락의 진짜 성격은 노천민속박물관이구나..
성인 1일 입장료 6 ¢..
입구에서 들어가니 시선을 확~끄는 커다란 가옥이 하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선도 그쪽으로 간다.
원거리에 있는 위의 집에 들러기 전에 입구에 있는 다소 최근에 지어진 것 같은 이 집부터 들른다.
도로변에는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이 곳에 들어오니 많이 모여 있다. 나중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다.
이들중에는 내국인도 있고, 타국인도 있지만.. 그 중 동양인은 한명도 없다. 나 밖에는..
이 곳이 독일의 다른 지역에 비하여 교통편이 좋은 것이 아니어서 자동차로 여행하는 사람아니면 오기 힘들겠다.
아니면 시간이 넉넉한 사람이거나..
어쨋거나, 사람들이 집안으로 들어간다. 따라 들어간다.
슈발츠발트 지역의 민족들이 사용하던 생활용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상당히 공간이 넓고, 한 눈에 들어오는 특징으로는 건물이 모두 나무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다른 재료는 전혀없다. 완전 나무로 지어져 있다. 게다가 사용되는 가구들까지 모두가 나무이다.
공간활용으로는 1층에는 마굿간
2층에는 생활거주지(부엌, 거실, 침실 등)
3층에는 창고 로 구성되어 있다.
그 건물의 옆 공간으로 가니 이 지역의 역사를 알려주는 다큐멘타리가 있다.
제 2차세계대전시 이 지역도 히틀러의 점령지였던 모양이다.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환영하고, 어떻게 부역하고, 그래서 이 지역이 어떻게 변화하고..
아마도 그런 내용인 것 같았는데..독일 글을 모르니..
대략 이 다큐멘타리가 어떤 내용인지는 알겠는데, 어떤 관점에서 쓰여졌는지는 당췌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저기 검은 옷을 입고 있는 아저씨한테 물어본다.
'이 글의 내용이 뭐지? 이 지역 사람들이 히틀러를 자랑스러워하는건가?'하고 물었더니,
'그런거 같지는 않다. 단지 그들의 역사를 기술하고 있을 뿐인 것 같다'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역사속에서
하필이면 나찌시절의 역사만 이렇게 강조하고 있는 점에서는
뭔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여전히 남아있다.
화장실 건물도 이렇게 예쁘게 지어놓았고..
화장실 앞에서 엄마 기다리는 젊은 아빠와 아기..
애기를 업고 있는 모습까지도 간지가..^^
이 건물은 일종의 아이들 놀이 공방 같은 곳이다.
과거 이 지역 아이들이 가지고 놀았던 놀잇감 전시실 겸 체험실이다. 물론 기념품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주로 나무로 깎아서 만들어진 놀잇감들이다.
창문가로 노란 불빛이 새어나온다. 벽가에 장작을 재어놓은 것을 보니 추운겨울을 대비하기 위하여
바쁜 그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입구로 들어가서 2층으로 올라가본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두분이 앉아서 이 지역 전통공예품을 만든다.
뼝뼝이가 달린 짚신을 만든다. 우리나라 짚신과는 만드는 방법이 조금 다르다.
새끼로 꼬여진 짚을 실로 엮어서 형태를 만들고, 안에는 푹신한 부직포를 대어 보온성을 더한다.
이 동네 사람들은 과거부터 뼝뼝이를 좋아했나보다.
'뼝뼝이 모자The pom-pom hat'도 이 지역에서 기원이 되었다.
이 집이 이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농가이다. 1600년대 초에 지어진 집이라는데..
원래는 이 민속촌에 이 집뿐이었지만, 최근에 이웃의 다른 집들도 이 곳으로 옮기어와서
민속촌 형식의 뮤지움을 만든 것이다.
즉, 위의 집을 뺀 다른 집들은 모두 이 곳에서 지어진 집들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옮겨온 집들이다.
그러나 모두 나름, 역사와 전통이 있는 집들이다.
이 지역 전통농가의 특징은 나무로 이어진 가파른 경사의 지붕이 거의 땅에 닿을 듯 내려와 있는 모습이다.
주로 지붕이 큰 가옥구조는 추위가 심하거나 겨울이 긴 지역의 특징이다.
산악도시 고슬라의 가옥구조가 그러했다.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눈이 쌓이지 못하도록 하고,
바람이 불더라도 바람을 막아서 보온을 돕기 위한 생태학적 구조..
그래서, 다른 지역의 가옥구조에 비하면 창도 작다
이 산골에 해당화가..
민속촌에서 바라보는 건너편 산자락의 모습..
전시실들을 벗어나 농가 주변을 거닌다. 실제 동네 개울처럼 꾸며놓고..오리와 양, 평화롭다.
농가앞에는 농사도 짓고 있고..가을이 되면 이 밀밭이 노랗게 변하겠지..
저 멀리 보이는 숲의 모습은 말 그대로 black forest..
한 바퀴 돌고나니 12:00다. 오기전부터 슈바르츠발트에 오면 꼭 먹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이 지역의 전통케익 '슈바르츠발테르 키어슈토르테kirschtorte?'...
쵸콜렛과 버찌를 주 재료로 한 이 지방 전통음식 중 하나이다.
이 지역에 버찌가 많은지 민속음식중에 버찌가 주재료로 많이 등장한다.
여하튼, 단맛을 맡고는 날아드는 벌 때문에 상당히 고생했다.
후딱 먹어치우고는..서양 관광객들이 비어한잔 놓고 킬링 타임을 즐기고 있는 사이..
1-2시간만에 한 번씩 왔다갔다하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하는 나는 그렇게 여유부릴만한 상황이 아니라
얼른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고는 길 건너편에 조성되어 있는 기념품 상가쪽으로 건너간다.
그 쪽에도 조그만 상가가 형성되어 지역 특산품, 기념품, 또는 포차음식 등
좀 더 저렴하고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상품들이 준비되어 있다.
물론 좀 더 분위기있는 레스토랑도 있다.
건너가니 포장마차에서 팔고 있는 길거리 음식이 새로워보인다.
저것이 무엇일까..어떤 맛일까..보기에는 우리나라 떡볶이처럼 보이건만..무어냐고 물었더니..
'슈우프누들른 schupfnudln(독어가 외국에 와서 고생합니다^^)'..일종의 누들이란다.
자기네들 전통 누들..그것도 감자로 만든..
'감자로 만든..!!"
으~음!! 맛있겠다. 감자로 만든 누들..방금 케익 큰 조각 하나 지대로 해 치운 나..
그래도 감자누들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
결국은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데..초절임한 양배추 볶음과 함께 나온다.
얼른 하나 집어 맛을 본다..
내가 배가 부른 것인지..
이 집 아주머니 음식 솜씨가 별로인 것인지..
이 곳도 역시 관광지 인심인 것인지..
아님 모든 게 다 해당되는 것인지..
감자 누들이 원래 이렇게 질기고 딱딱한 것인지 알수가 없으니 항의도 못하겠고..
음식이 이렇게 짠 건..다른 어떤 음식도 한결같이 이정도는 짜니..그것도 불평할 수 없겠고..
바쁜 관광지에 와서..그것도 길거리 음식먹으면서 음식맛과 성의 따지는 것, 그것도 우스운 일이고..
.
.
결국, 반도 먹지 못하고 내 놓았다.
건조시킨 감자누들과 전통 호밀 빵..저 가게에서 직접 굽는다. 호밀 빵..저걸 보니 또 손이 가려하건만..
배가 호통을 친다..ㅠ.ㅠ
돌아나오면서 곁눈질을 수도 없이 보내고 난 후에야 그 주변을 벗어날 수 있었다..
먹어보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쉽다. 흑 ..
이 지역이 '헨젤과 그레텔'과 관계있는 지역이란 걸 나타내는 아이템은 이것밖에 없다.
허긴 그것조차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으니..
그러나, 이 지역의 지형을 보니 동화 내용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느낌이다.
이 지역 전통모자the pom-pom hat를 쓰고 있는 인형..
헨젤도 계모로부터 쫓겨날 때 이 뼝뼝이 모자를 썼었겠지..?
계모는 호밀빵 한 조각을 잘라서 손에 쥐어주고는 숲이 울창한 검은 숲속으로 아이들을 밀어넣었겠지..
저렇게 울창한 숲속이라면 낮도 밤처럼 어두울텐데, 아이들이 어떻게 방향을 잡을 수 있었겠는가..
십중팔구는 길을 잃을 수 밖에..
검은 숲속에서 길을 찾아 이리저리 헤메고 다닐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나무로 지어진 조그만 숲속 오두막에서 한 겨울 먹거리가 떨어져 갈 무렵,
아이들은 배고프다 투정부리고, 이 깊은 숲속에서 먹을 것은 없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느끼며..그리고 저 멀리 펼쳐진 높푸른 하늘을 보며..
돌아갈 시간을 계산한다. 원 계획은 12:40분 버스를 타고 나가는 것이다. 시간이 다가온다.
그러나 저 하늘을 두고 어떻게 지금 갈 수가 있겠는가?
그리고 지금 구타흐를 떠나기엔 뭔가 아쉬움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이 지역 사람들의 리얼라이프이다. 난, 박제된 과거보다..불분명한 미래보다..살아가는 현재가 좋다.
현재가 있고..그런 다음, 과거도 있고, 미래도 있다.
오늘, 구타흐에선 그것을 보지 못했다. '현재'..그것이 어디있는가?
일어섰다..
그리곤..걸었다. 무작정..길을 따라..그리고 내 앞에 펼쳐진 하늘을 나침반 삼아..
마치..어느 예술가가 물감을 풀어 그려놓은 듯한 뭉게구름..
그 길로 자전거를 탄 바이커족들이 간간이 지나간다.
그러고 나면.. 또 한동안.. 길은 텅~ 빈다.
그래도, 언덕위에는 아름다운 집들이 있고..
가끔은 주인없는 집앞에서 주인인양 포즈도 취해보기도 하면서..
그리곤 또 걷는다. 끝도 없이..이날 따라 햇살은 엄청 뜨겁다. 아마도 섭씨 30도는 넘을 것 같다..
독일와서 슈바벤쪽에 있을 때는 계속 날씨가 좋지않아 우울했었는데..
프라이부르그로 넘어오는 날 부터 날씨가 좋아서, 기분은 좋은데..걷기에는 너무 뜨거운 날씨다.
아마도 한 30분은 걸은 것 같다. 지나가는 바이커족들과 간간이 인사를 나누면서..
그러나, 마을은 보이지 않고..마음 한 구석에서 일어나는 작은 동요..
돌아갈까..??
.
.
.
몇 번을 돌아섰다 되돌아갔다..돌아섰다 되돌아갔다..를 반복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이정표도 보이지 않는 길..
.
.
.
그러나, 눈 앞에 펼쳐져 있는 이 길을 보라~
그리고, 이 길 끝에 펼쳐져 있는 저 파란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 그리고 저 녹음이 싱그러운 초원~
그것을 보고서 어떻게 이 길을 걷는 것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
.
.
.
그래봐야 고작 30분일 걸..
.
.
그래서 다시 걷는다.
그러나, 도보길만 가다보니..여기가 어디쯤 되는지를 알 수가 없다.
이 지역에서 프라이부르그로 연결되는 버스편은 4번밖에 없다. 그런데 난, 이미 두번의 기회를 놓쳤다.
이제 두번의 기회만 남았다. 15:18분 버스와 15:50분 버스..
벌써 14:00시를 넘어서고 있다.
설마, 다음 정류소까지 거리가 그리 멀진 않겠지만..
자칫, 가까운 정류소를 놓치게 되면 세번째 버스까지 놓칠 수도 있는 상황..
우선 철로를 건너 대로쪽으로 나가자..그래야 내가 어디를 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대로까지 나가는데도 10여분이 걸릴만큼..내가 걸은 길은 너무 한적한 길이었다..
멀리서 바라보니..이 더운날도 농부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삶의 짐을 지고 나간다.
잔디깎는 기계로 언덕위 잔디를 깎아내고 있다..
이런 모습은 나중에 스위스에서도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그들의 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천혜의 경관으로 주어진 것도 있지만,
더불어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이 그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하여 흘린 땀의 댓가라는 것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대로로 나와서 잠깐 걸으니 대로변에 집들이 한 채..두 채..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마치..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본 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 반가운 글귀, kirchstrasse..
이 단어를 어디서 봤던가, 버스 정류소 'gutach kirchstrasse'에서 봤던 단어이다.
이것으로 봐서
이제 마을이 시작되는 것이다.
사람이 사는 마을..
그들이 살아가는 마을..
숨을 쉬고 생명이 있는.. 마을이 있을 것이다..
조금 걸어올라가니 집성촌 입구에 버스 정류소 gutach kirchstrasse가 있고..
그것을 끼고 골목길로 들어서니 마을 안쪽 길이 연결된다.
산 아래쪽으로 연결되는 길을 보니
아마도 내가 길을 바꾸지 않고 계속 걸어왔으면 이 길로 빠져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골목길에 길게 드리워진 짙은 그림자색을 보니,
그날의 뜨거움이 새삼 다시 느껴진다.
시골 주택 정원앞에서 촌스럽게 인증샷한번 날려주고..
이 지점을 출발점으로 하여..골목길 순례에 들어간다. 한 바퀴돌아서 나오는데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전통과 자연외에 역사적 유적은 그다지 많지 않은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자연은 길위에 있고, 전통은 박물관에 있고, 이 마을에는 현실만 있다.
대로변으로 나오니 마을 위쪽으로 '시청'이 있다. 마을 크기만큼이아 아담하다.
마치 시골의 마을 회관수준이다.
근데 문입구에 예쁜 팻말이 붙어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또 반가운 단어가 눈에 보인다. 'gemeinde gutach'
아침에 할머니 기사가 volktsbauernhof를 가느냐 gemeindehaus를 가느냐 물었을 때, 그게 뭐지~?
했었는데..여기서 보는구나
그러나, 이 것이 무슨 뜻을 갖는지..
'구타흐 주민 공동체?" '구타흐 마을 회관?' '구타흐주민센터?" 뭐~ 그런 뜻인가..?
학창시절에, 한창 외웠던 단어가 생각난다. 게마인샤프트와 게젤샤프트..
블로그를 작성하면서 다시한번 검색을 해 본다. 아마도 게마인샤프트와 같은 어원을 가졌으리라..
그래서 사전을 찾아본다. 뜻을 알고 싶은 분은 '더보기'를 클릭~
게마인샤프트(Gemeinschaft)란
독일의 사회학자 페르디난트 퇴니에스가 그의 영향력있는 저서 〈게마인샤프트와 게젤샤프트 Gemeinschaft und Gesellschaft〉(1887)에서 체계화한 사회조직의 이념유형으로서,
가족·친족·민족·마을처럼 혈연이나 지연 등 애정을 기초로 하여 이루어진 공동사회(共同社會)를 뜻한다. 이 사회의 특징은 비타산적이다. 독일의 사회학자 퇴니스가 주장한 이론이다. 반면 회사·도시·국가·조합·정당 등과 같이 계약이나 조약, 협정에 의해 인위적이고 타산적 이해에 얽혀 이루어진 집단을 이익사회(利益社會) 즉, 게젤샤프트(gesell schaft)라고 한다.
이 정의를 보고나니, 게마인데하우스는 단순한 주민센터는 아니다. 즉, 아직도 지역의 지연이나 혈연 그리고 뿌리깊이 붙박혀 있는 전통과 문화적 관습을 중시하고 인습적 룰에 의해서 사회가 유지되어나가는 공동사회로서의 성격을 강조하는 지역이라는 느낌이 온다.
그런데, 이 단어를 찾으면서 이상한 점은
'게마인샤프트'란 용어를 나찌시대에 즐겨사용했다는 구절이 나온다.
민속촌에서 나찌에 점령당했던 그들의 역사적 기록에서
히털러에 저항했기 보다는 왠지 그를 환영했겠다는 느낌이 오는 걸 설마..했었는데,
이 곳에 쓰여진 이 단어가 혹시 무의식적으로 나찌정신을 유지하고자 하는
친나찌적 잔재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퍼뜩 스치고 지나가지만..
그것 역시 설마..
여전히 독일의 다른 마을과 다를 바 없이 마을은 구석구석 깨끗하고 단정하다. 가끔씩은 전형적인 전통가옥의
느낌에서 벗어나는 집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과감한 올화이트에..꽃의 배합도 좀 더 스타일리쉬하다.
이제 이 곳을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15:13분에 이곳을 출발하는 버스를 타야 한다.
그래야 프라이부르그에 17:00전에 도착한다.
이제 볼 만큼 봤고, 느낄만큼 느꼈으니 떠나도 아쉬움은 없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리얼라이프의 터전, 마트를 들른다.
그 곳에서 맛있고 값싼 사과를 한 봉지 사들고..
슈발츠발트에서의 감동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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