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reading/공연 및 전시읽기

깊어가는 가을밤에 애절한 사랑이야기 한편, 투란도트~

노코미스 2009. 10. 24. 00:28

가을이어서 그런가..'오페라'에 눈이 꽂힌다.

우연히 인터파크에 들렀다가 '나폴리 산카를로 국립극단 초청 공연, 투란도트'란 글귀가 눈에 띄어

얼른 예약부터 해버렸다. 다른 때 같으면, 이리재고 저리재고 했을터인데..

가을이라 그런지, 사람이 현실적이기보다는 낭만적으로 일을 처리해버린다.

 

 

오랜만에 나서니 시간계산이 잘 되지 않았던가..오늘이 주말임을 깜박해서 그런가..

창원에서 부산까지 주말 나들이가 쉽지 않았다. 약 2시간 20분정도의 여유를 두고 출발했건만..

결국은 사설 주차장 입구에서 관리인 아저씨한테 '알아서 파킹해주셔요'하고는 차와 키를 집어던져주고

매표소로 달려가서야 간신히 시간내에 입장할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공연이 시작된다.

 

 

 '투란도트'는 '라보엠', '나비부인', '토스카'등을 작곡한 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유작이면서 그의 최고의 역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평소에 이국적인 소재에 관심이 많았던 푸치니답게 '투란도트'역시 고대 중국 베이징을 무대로 한 오페라이다.

 

 

 

 

 

'투란도트'는 타타르군에게 능욕을 당하고 죽은 고대 중국공주의 환생으로 태어난 북경의 공주로서 남자와 결혼을 증오하여, 자신에게 프로포즈하는 남자들에게 세개의 수수께끼를 내어서 알아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형장의 이슬로 보내버리는 매우 잔인한 공주이다. 

 

 

 

 

한눈에 그녀에게 빠져버린 '칼라프' 왕자는 세개의 수수께끼, 희망, 피, 투란도트를 다 맞추어버리자 투란도트는 그 상황에 저항하다 절망하니, 칼라프는 그녀를 위해서 자신의 이름을 알아오면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겠다고 제안한다. 그녀가 알아내지 못하자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어서 자신의 목숨을 그녀에게 바치고자 한다. 그의 진실된 사랑에 감동되어 투란도트도 결국에는 마음을 돌려 그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왕자의 이름을 알아내기 위하여 투란도트는 칼라프의 아버지와 칼라프를 짝사랑하며 그의 아버지를 돌보고 있는 '류'를 납치하여 고문을 하지만, 류는 왕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끝내 왕자의 이름을 말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왕자의 사랑과 목숨을 지켜주기위하여 자신은 자살을 통하여 이 세상에서 사라져 준다. 이 부분에서 부르는 '류의 아리아'는 너무나 애절해서 가슴이 멍멍하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훌쩍거리는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ㅎ..

 

사실 우리 정서에서는 이 부분에서 극이 끝났더라면 더 좋을뻔 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리고, 사실 푸치니가 완성해 놓은 부분도 이 부분까지였다고 하는데..

 

서양인의 정서에서는 이정도로는 미완성으로 보였던 것 같다.

여기에 제자가 뒷부분을 덧붙여서 굳이 투란도트와 칼라프의 해피엔딩으로 끝을 낸다.  

 

 

 

 

 오늘 캐스팅에서는 소프라노 김경희가 '류'역할을 맡았는데..

외국의 쟁쟁한 가수들이 아무리 포진을 하고 있었어도,

내가 듣기로는 그녀의 연기와 목소리가 가장 좋았었다.

 

 

 

 

 지휘자 마르첼로 모타델리

유럽 오페라 무대의 떠오르는 신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휘자란다.

 

실력만 좋은 것이 아니라 외모와 매너도 상당히 우월하다.

배우들보다 더 많은 갈채를 받은 것 같다ㅎ..

이번에는 2층에 앉아서 그의 지휘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여 아쉬웠었는데..

다음에는 가까운 곳에서 그의 지휘하는 모습을 꼭 한번 보아야 할 것 같다ㅎ..

 

 

 

이 조그만 무대에 약 100여명 정도의 배우들이 등장했다. 

모든 등장배우들이 한 자리에..

 

규모가 조금 작은 것 같은 아쉬움은 있었지만..

배우들의 열연으로 마지막에는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

 

사실, 처음 시작부분에서 주인공들이 몰입이 안되는 것 같아 살짝 실망스러웠었는데..

갈수록 몰입이 되면서, 극이 흡인력을 갖기 시작하였다.  

다행스러웠다

 

 

 

공연이 끝났음에도 사람들이 쉽게 집으로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극장앞에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여운을 되새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