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reading/공연 및 전시읽기

삼성미술관, 리움Leeum

노코미스 2010. 12. 4. 11:02

 

 

2010. 12. 03(금)

 

내가 관여하고 있는 관련 단체에서 1년동안 봉사한거에 대한 포상개념으로 서울 구경을 시켜준단다.

주중이라 수업도 있고해서, 참여를 할까말까하다가..

뒷날 일정에 '리움'이 포함되어 있길래, 이 참에 리움이나 다녀오자 싶어 참가를 신청하였다.

 

10:30분 개관시간에 맞추어 한남동 골목으로 타고 올라가니 직원이 정문앞에 나와서 기다렸다가..

같이 버스를 타고는 뒷마당 주차장으로 직접 안내를 해준다.

역시, 삼성의 친절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리움Leeum'은 삼성문화재단이 2004년 10월에, 그동안의 미술관 운영에 대한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새롭게 단장한 삼성미술관이다. 이미 눈치챈 사람들도 있겠지만, 'Leeum'의 Lee는 삼성가의 성을 딴 것이고,

'um'은 'museum'의 뒷말이다.

 

'리움'은 한국 고미술품 상설전시를 위한 뮤쥼1(벽돌색 건물)과

한국과 외국현대미술 상설을 위한 뮤쥼2(버스옆 검정 마블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두건물은 문화의 미래를 이끌어 갈 세대를 위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군청색 유리창 건물)와

 더불어 복합문화단지를 이루고 있다.

 

 

제공되는 리플렛에 의하면,

 이 건물들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예술과 문화를 아우르고 있으며,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뮤지움 1), 장 누벨(뮤지움2), 펨 쿨하스(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의 작품으로,

세 건축가의 개성이 조화를 이루어 건물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버스에서 내리자, 유난히 반듯반듯한 현대식 까만 마블 건물 주변으로 심어진 길고 하얀 가지들이 예사롭지 않게

내 눈속으로 얼른 들어온다.

 

 

난간 너머로 내려다보니 나무의 줄기는 하염없이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뿌리는 한참 아래에 박혀있고..

줄기는 길게 자라서 3층 높이의 딱딱한 현대식 건물과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나무가 잎이 무성하거나, 가지가 지나치게 무성해서 둥근형의 나무였다면..

그리고 흰색이 아닌 진한색의 나무였다면 이토록 건물과 잘 어울리진 않았을 것이다.

 

나무의 수종하나 선택하는 것도 예술적 행위임을 깨닫게 해준다.

 

 

내리자 마자..본관앞 야외전시장쪽을 보니 이태원 산동네를 배경으로 우뚝 솟아있는 조각작품..

그 유명한 '루리즈 부르조아Louis Bourgeois'의 '거미'시리즈의 청동작품인 '엄마'가 서 있다.

 

 

프랑스 태생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 조각가인 루이즈 부르조아는

유년기의 불행했던 가족사와 여성으로서의 자전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현대미술의 다양한 경향을 수용하여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로서..

 

거미형상의 청동작품인 '엄마'는 작가 자신이 유년기에 느꼈던 공포와 강력한 심리적 환영을 구현한 작품으로

그녀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이다.

 

거미가 안고 있는 알과, 가늘고 긴 다리는 '엄마'의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결정적인 사인이다.

 

 

야외 데크에서 '마망'을 보고는 실내 뮤지움으로 들어간다.

 

 

 뮤지움 들어가는 입구에 일본의 현대 '무라카미 다카시'의 예쁜 인형이 서 있다.

 

 

 

그 옆으로 벽지가 근사한 '까페'가 있고..

 

 

 

우리는 시간이 없는 관계로 1관 고미술관 부터 돌고, 현대미술관이 2관을 보기로 하였다.

1관 고미술관의 감상은 4층 청자실을 시작으로 3층 백자와 분청사기 2층 고서화 1층 불교미술 및 금속공예실로  

내려오면서 보도록 안내한다.

 

고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고려 12세기로부터 시작되는 상감청자는

보는 이로 하여금 아련한 전생을 기억하도록 하는 그런 은은함으로 사람을 매료시킨다.

 

책에서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에 대해 많은 말들을 해 왔지만

실제로 제대로 된 보물들을 만났던 적이 그닥 없었던지라..

이날 만난 보물들이 더 귀하게 느껴진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지 13-4세기의 분청사기가 들어오면서 색채가 좀 더 어두어지고

과거보다 좀 더 투박한 느낌이 든다.

 

15-6세기 조선 백자에 철사음각이 들어오고

17-8세기에는 국제문물교류가 이루어지면서 중국을 통하여 페르시아산 청화안료를 취급하게 되면서

청화백자 제작이 가능해지는 과정들을 시대별로 보게 되니

우리나라 도자기 역사가 조금 눈에 들어오는 듯하다.

 

고서화전시실엔 현재 김홍도 기획전을 하고 있는 듯하다. 맨 마지막에 김홍도 아들인 김양기 작품 하나를 제외하곤

모드 김홍도의 다양한 면을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전시되어 있다..

 

잘보고.. 시간이 늦었는지라 근현대 미술관인 2관으로 종종걸음친다.

 

 

 

 

지하 1층 가장 아래층에는 현대미술중에서도 가장 최근의 추상 및 설치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원래, 전시관내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되어 있으나..입구쪽 정도 찍는 것은 봐주는 듯하다.

 

뭔지는 모르겠으나.. 현대로 들어오면서 표현법들이 참 다양하다는 느낌은 든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있는 수천수만가지의 알약들을 합성수지로 일일이 제작하여 전시한

데미안 허스트 Damian Hirst의 '죽음의 춤'과

 

똑같은 흰셔츠에 검은바지를 입고 거대한 공간에 앉아 있는 수천수만의 개체성을 잃은 평양시민들을 표현하고 있는

'안드레아스 구프스키Andreas Gursky'의 '평양 Ⅲ'을 인상적으로 보고..

 

 1층으로 올라간다.

 

 

 

1층에는 외국의 근현대 미술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계단을 오르니 입구 바로 앞에 '세 개의 원과 세개의 판'으로 만들어진 '데이비드 스미스David Smith의 작품이 서 있고..

그 작품보다 더 좋은 것은 통창을 통해서 들어오는 하얀 자작나무의 메마른 가지들이다.

 

창은 하나의 프레임이 되고,   몇 개 남은 잎사귀를 달고 있는 하얀 나무가지들은 그 자체로 작품이 된다.

이런 공간 미학적 관점이 우리 삶에 많이 필요하다...고 나는 늘 생각한다.

 

근현대 미술의 추상성은 나에게는 늘 난해하다..So, 대충 통과

 

2층으로 올라가니 다소 낯익은 이름과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우리나라 미술계의 거장들인 장욱진, 이정섭, 박수근, 윤명로, 오지호에 이어

 현란하면서도 따뜻하고 산뜻한 색감을 표현하는 김종학 등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순수회화가 전시되어 있다.

 

순수회화와 표현법은 다르지만 인간의 소망실현 프로젝트로 시도된 정연두의 작품 '내 사랑 지니'처럼

재미있는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약속된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하여 시간을 확인하면서 얼른 로비로 내려오니..

모인 사람들이 몇명 되지 않더니..잠시 있으니 모임시간을 30분 더 딜레이시킨단다. 이런~

 

그래서 다시 '미래의 기억들'을 전시하고 있는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로 향한다.

 

 

 

이 문을 열고 내려가면 '미래의 기억들'을 전시하는 일종의 미래관인가..

 

 

복도를 들어서자마자 근현대의 이성적이고 정상적이고 얌전한 컨셉의 틀을 깨는 형식이 눈에 들어온다. 

난간 끄트머리에서 그닥 안정적인 느낌도 없는 둥근 통위에 위험스러이 서 있는 저 젊은 남자..

 

보면서, "쟤는 위험스럽게 저기서 뭐해~??" 하고 우스개 소리를 하면서 웃지만,

우리의 기억은, 순간순간 위험스러이 늘 삶의 낭떠러지 앞에 서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현재 전시중인 국내외 작가들의 리스트.. 

 

미래 작가들의 소재나 콘텐츠, 그리고 표현법에 있어서의 다양성은 아날로그 세대인 나에겐 늘 난해하다..

그들이 많이 다루는 것 중 하나가 '소통부재'라는 것인데..

아이러니컬하게도..그들의 작품을 보면서 난 늘 그들과의 소통이 어렵다는 걸 느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공간에 있는 동안 몸과 마음이

갓 구워낸 촉촉하고 향긋한 쿠키를 접했을 때의 행복한 느낌이랄까..그런 행복감에 빠질 수 있었다.

 

특히, 고미술관은 우리의 보물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게 해 줘서 좋았다. 왜냐하면..

이전의 일반 국립박물관에서는 이런 보물들을 볼 수가 없었으므로..

 

 

리움을 보면서 느낀점은

예술품 보존 및 지원과 관련하여서만 봤을 때, 그들이 이태리의 메디치가와 같은 역할을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마도 그들은 이미 그런 생각을 하고 이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재벌가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국가와 민족이라는 틀안에 있는 모든 구성원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

어차피 예술이란 태생적으로 돈을 먹고 자라는 존재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