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reading/공연 및 전시읽기

'예술의 전당' 간 김에~

노코미스 2010. 2. 11. 22:02

2010년 1월 26일(화)

 

벌써 '르네상스 프레스코 걸작 재현전'에 마음을 두기 시작한 것이 2달이 지났다. 

차일피일.. 특별한 일도 없이 어느덧 2달이 후딱~, 

 

'재현전'이 2월 21일까지라는데..

이런 식이라면 남아있는 한달도 어느새 온다간다 말도 없이 사라질터인데~

 

그래도 아직 한달은 남았는데 뭐~하고 있는데.. 

 

마침 '달리'의 젊은 날을 그린 영화'리틀 애쉬-달리가 사랑한 그림'을 개봉한다네.. 

이런~?

부산/경남 지역에는 개봉관이 없다. 뭐야~

그럼, 이것도 서울가서 봐야하네~

 

이런 영화하나 제대로 볼 수 없는 서울과 지방도시간의 문화적 불균형감에 차오르는 서글픔을 억누르면서..

이 참에 올라가자~하고는 티케팅부터 한다.

간김에 친구도 만나고, 영화도 보고..당연 전시회도 보고..우왕~

 

그러나,

계획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보니 처음 구상대로 되지는 않는다

우선, 친구만날 시간이 나오질 않는다.

 

예술의 전당내에서 '프레스코 재현전'외에도

'필라델피아 인상파전' '루오전' '볼로냐 그림책 원화전'..

시간만 있다면 또 다른 전시관도 있다마는.. 

저 4개관인들 하루만에 다 볼 수 있을까..

 

계획을 다시 세운다.

올라간 김에 저 4개 기획전은 다 보고, 그리고 '리틀 애쉬'관람하고..

대신, 친구는 다음으로..친구야 미안해~

 

새벽 첫 비행기로 올라가서 마지막 비행기로 내려올 때까지,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동선을 계산한다

 

아침 6시 40분 부산발 첫 비행기로 김포에 도착하여

우선 상암 CGV로 간다. 9시에 시작하는 '리틀 애쉬' 첫회 영화를 관람한다.

 

 

감독의 촛점 부재인가, 우리나라 홍보기관의 촛점 부재인가?

타이틀이 주는 기대감을 제대로 충족시키기에는 아쉬움이 있는 영화 

 

어쨋거나 주인공인 로버트 패틴슨보다는 그의 젊은 시절 연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역을 맡았던 스페인배우 '하비에르 벨트란'같은 느낌이 좋은 배우를 알게 해 준것에 의미를 두는 영화

 

그리고는 '예술의 전당'주변으로 가서 점심을 먹는다.

아는 곳이 없을 땐 유명세 있는 집으로..'백년옥 별채'에서 순두부찌게를 먹고..

 

 

도로를 건너니, '서울 아트 센터'건물에 짜쟌~

 

'루오전' '모네에서 피카소까지 인상파전' '프레스코 걸작전'..

지금까지 접하기 쉽지 않았던 귀한 전시회가 동시에 3개나..

건물 외벽에 붙어있는 이 플랜카드를 보는 순간. 가슴이 벌렁벌렁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1층 로비로 들어가니..

내가 예상했던 분위기가 아니다.

'예술의 전당'이라 해서..조용하고 고즈녁한 분위기라 상상했었건만..

 

이건 뭐..

시장이라도 이런 돗데기 시장은 없다.

 

동시 기획전이 많다보니 관람인파도 많고..게다가 방학까지 끼다보니

온 가족 나들이처로 활용하다보니 이런 현상이 생긴건 이해를 한다마는..

 

좀 더 루트를 체계화하거나

관람안내를 좀 더 조직적으로 한다면

이런 무질서함은 좀 정리가 되지가 않을까..

 

게다가

매표원들은 자기가 맡은 전시가 아닌 것에는 그닥 관심이 없다.

친절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안내가 거의 기계적이면서 체계성도 없다.

하나 물으면 하나 대답하고..

다시 하나 물으면 하나 대답하고..

 

어쨋거나, 좀 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소위, 국가를 대표하는 '예술의 전당'인데.. 

 

어쨋거나, 저 셋 중에 어느것을 가장 먼저 보나~ 고민하다가..

그래도 이번 서울행을 결정하게 된 동기가 '프레스코화 재현전'이니 저것부터 보기로 한다.

 

 

한가름 미술관 1층에서 2층으로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트 끝나는 쪽에 '다빈치 까페'가 보인다.

 이 까페에는 이탈리아 커피 'illy'를 취급한다.  

 

 

 

 

 에스컬레이트를 내려서 왼편으로 턴하면 저쪽 끝에 '프레스코화전'매표소가 있다. 사물을 보관하고 싶은 사람은 에스컬레이트 타기전에 미리 1층 라커룸에 보관할 필요가 있다.

 

 

 '재현전' 들어가는 입구이다. 나는 '도슨트'시간에 맞출 수가 없으므로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한다. 오디오 가이드 3,000원

 

 

 

 처음 들어가자 마자 뭣도 모르고 찍은 2컷의 사진..지오토의 ' 동방박사의 경배'와 '이집트로의 피신'

지오토는 르네상스 화풍을 여는 역할을 하는 화가로서  미술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사람이다

 

 

 

르네상스 프레스코 걸작 재현전

천상에서 지상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일시: 2009년 12월 18일~2010년 2월 21일

장소: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2층 제 3,4전시실)

관람료:13,000원

 

르네상스 미술을 여는 '지오토'로부터 출발하여 그 전성기를 구가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에 이르기까지.. 

 

프레스코화는 말 그대로 건물의 벽이나 천장에 그려진 그림이라, 건물을 옮겨오지 않는 이상,

보고 싶으면 우리가 그곳으로 가야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번에 '걸작 재현전'은 이태리의 프레스코화 복원 전문가문인 '라차리'가와  

우리나라 모 미술관에서 손을 잡고 기획한 전시회로 그야말로 우리가 가지 않고 그들이 우리에게 오도록한 것에 의미가 있다

 

비록, 이 작품들이 복제품이기는 하지만,

그 재현작품이 너무나 섬세해서 전문가들말에 의하면 원본보다 더 원본 같다는 말들을 하니..

도록으로만 보아오던 사람들은

이번 기회에 실물싸이즈로 느끼는 감동을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듯하다

 

 

1시간 반을 보고 나오니 발바닥에 불이난다. 관람시간은 1시간 반에 불과하지만,

실제로는 새벽 6시부터 계속 긴장해서 계속 움직였으니 몸이 지칠만도 하다.

 

'재현전'을 보고 나오는 입구에 있는 '다빈치 까페'에 가서 에비앙 하나를 구한다. 약 300 ml정도밖에 안되는 저 놈이 2,000원. 물값이 아까워 더 앉아 있고 싶었으나,, 비행기삯이 아까워 빨리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하나라도 더 봐야 비행기 삯을 메꿀수 있으므로..(이럴 땐 정말 서울 살고 싶어..ㅜ.ㅜ)

 

 

 

1층으로 내려가면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대여해 온

'모네에서 피카소까지' 인상파전이 전시되고 있었으나..나는 이 시점에서 고민을 해야만 했다.

 

프레스코화 재현전을 보고 나오니 2시 30분이 넘었다.

'볼로냐 그림책 원화전'도 볼려고 한다면, 5시간은 있어야 하는데..

마지막 항공이지만, 김포공항까지 가려면 6시에는 나가야 하는데, 시간을 계산하니

도저히 내 욕심대로 다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과감하게 '인상파전'을 포기하고 '그림책 원화전'을 선택하기로 한다.

마음이 한결 가볍다.

 

그러나, '그림책 원화전'을 보기전에 하나더 해결해야 할 것이 있다. '루오전'

 

'색채의 연금술사 루오전'은 한가람 미술관 3층에서 전시하고 있으나

티켓박스는 건물 밖으로 나가야 한다.

참, 이래저래 사람 힘들게 한다.

 

 

색채의 연금술사 루오전

기간: 2009. 12.15-2010.3.28(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3층

관람시간: 오전 11시-오후 7시

관람료: 12.000원 

   

3층 전시실 입구 벽면에 붙어 있는 '죠르쥬 루오(1871-1958)의 작업하는 모습'포스터..

이 포스트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전시실이다.

이번 작품들은 프랑스 퐁피두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루오 컬렉션에서 주로 선정하였고, 그 외 한번도 전시된 적이 없었던 퐁피두 소장 작품들을 합하여 168점을 전시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오디오 가이드의 도움을 받는다.

 

화풍이나 그의 종교적 성향이나 이런 것은 전문가의 설명으로 대신하도록 하고..

내가 느낀점은 예술가들이 하나의 걸작을 탄생시키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연습과 시행착오를 거치는지..

하는 점이다.

 

누군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천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고..

천재가 보여주는 천재성은 지난한 노동력과 함께 피어나는 것이라고.. 

루오역시 하나의 모티브로

얼마나 다양한 변주를 연습하고 있었던지..

 

가진재주도 없이 게으름을 특권인듯이 누리고 있는 우리같은 범부들은 과연

무엇을 생각하며 사는 것인가?

 

 

 '그리스도의 얼굴'이나 '베로니카'등은 우리가 많이 보아왔던 그림이다.

이런 그림에서 그의 따뜻한 인간애나 종교적 신념등을 읽을 수 있다.

 

내용부분을 떠나서 기법적인 면에서 볼 때,

어린날 그의 그림을 보면서 왜 저렇게 시커먼 선으로 투박하게 그렸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의 어린날 교회스텐드글라스 견습공으로서의 경험이

그에게 독특한 그만의 화풍을 만들게 한 동기라고 한다.

역시, 시작이 없는 끝은 없나보다..

 

그의 퍼레이드 시리즈, 풍경시리즈, 가을 야경시리즈 등을 보고 나오니 이미 3시 30분이다.

 

 

잠시 기념이 될 만한 것들이 있나해서 아트샵에 들러보지만..모두 식상한 디자인들이다.

 

 

점차 시간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며, '볼로냐 국제그림책 원화전'을 전시하고 있는 '디지털 전시관'으로

이동한다.

내가 굳이 그 귀한 기회의 인상파전을 마다하고 '볼로냐 그림책 원화전'을 선택한 것은

나의 직업적 이유때문이기도 하지만, 반드시 그것만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말하자면, 인상파전이 근대 순수미술화풍을 대표하는 것이라면,

그림책 원화전은 현대 디자인 예술의 진수라 보이기에..

그리고, 그것이 순수예술보다 열등하다고 보지는 않기 때문에..

 

어쨋거나, 나의 선택이 실망스럽지 않기를 바라면서 디지털 전시관으로 향한다.

 

볼로냐 국제 그림책 원화전

2009 수상작가 81명의 그림책 원화 403점

 

장소: 예술의 전당 디자인 미술관

기간: 2009.12.23-2010.3.1 

관람료: 10,000원 

 

 

입구로 들어가니 역시 교사, 학부모들이 유아와 초등학생들을 데리고 단체관람을 많이 온다.

개중에는 그림을 전공하고자 하는 어린 예술학도들도 간간이 보인다.

 

 

역시 막간에는 잠시 쉬어주어야 다음 감상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전시실 입구에 있는 '까페 디자인'으로 들어간다.

한 쪽 벽면을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준 것이 내 연구실의 분위기와 유사해서 친숙감이 느껴진다.

 

바깥이 내다보이는 곳에 아무 의자나 잡고 앉는다.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를 주문한다.

 

별 기대도 없다.

바리스타도 어려보이고.. 분위기도 그닥 진지함도 없어보이고..

그저, 자리값한다 생각하고 커피한잔 시킨다.

 

  

첫 인상에 좀 진해보이는 느낌은 들었지만..

그저 크림을 많이 사용했나보다 생각했다. 한모금 마셨다.

.

.

음~

.

.

한 모금 더 음미한다..

.

.

음~

.

 

고소한 뒷맛~

 

커피로서 이렇게 고소한 여운을 남기기는 처음이다.

 

그 뒷 여운이 상당히 오래간다.

바리스타가 다시 보인다.

.

.

두어모금 더 음미하고는

에스프레소의 여운을 충분히 느끼기도 전에 

다시 일어나서 전시실로 향한다

 

지금까지의 무거움이 다 달아난 듯

발걸음이 거볍다.

 

어쩌면 '까페 디자인'때문에

예술의 전당에 단골되는 건 아닐까..

 

다음에는 친구와 함께~^^**

 

이번 전시회에는 2009년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 수상작가 81명의 그림책 원화 403점이 전시되었다.

역동적인 면에서는 앞에서 본 두 전시회보다 단연 앞선다

 

그림책이 그림 중심의 순수 미술이나 글 중심의 순수 동화와는 다른,

하나의 독창적인 분야로 떠 오르면서

그림책 원화의 예술성이나 글의 작가적 독창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인상파전'을 포기하고 '그림책 원화전'을 선택하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구상의 많은 창의적인 작가들이 준비해 준 영감의 바다속에서 

마음껏 허우적거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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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회를 통해서 제 3세계로서 '이란'이 상당히 선전하고 있음을 느낀다.

조만간에 국제사회에서 이란이 이슬람을 대표하는 문화대국으로 떠 오를 것 같다는 예감이.. 

 

 

 한 획 한획 정성을 들인 원화들을 감상하고 전시실 출구로 나오니

감상문들을 적어둔 포스트잇이 벽면한켠을 가득채우고 있다.

이 또한 아티컬하다.

 

 

 

보고 나오니 벌써 6시다..

지금 나서면 공항에 조금 여유있게 도착하겠다 생각하며 마을 버스를 기다린다.

 

 

 

 떠나면서 여전히 '인상파전'을 보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있지만..

얼마간의 날짜가 있으니..

 

그리고

'까페 디자인'의 에스프레소가 겁나~ 땡길 때

그 때쯤 한번 더 오지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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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퇴근시간이라 6시에 출발한 것이 결코 빠른 것은 아니었다.

빠듯하게 김포 8시 15분 발 마지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10시 30분..

 

경남 촌놈, 문화생활하려니 힘들다. 간 김에 다하려하니..

정말 빡신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