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라 /가락국 기행

마음의 소요로부터 탈출하고 싶을 때.. '불모산 성주사'

노코미스 2011. 5. 23. 10:41

 

 

2011. 5. 21. 토요일  날씨: 화창

 

 

오후 일정을 마치고

바로 집으로 들어가기는 그렇고 해서 인근의 '성주사'를 들러본다.

 

몇년 전에 한번 와봤던 적은 있었으나

그 때 어떤 불미스런 추억때문에 그닥 이 사찰에 대한 이미지가 좋게 남아있질 않아서

그동안 발걸음을 하지 않았었다.

 

그러다,

얼마전 이 절을 즐겨찾는 어느 지인의 안내에 따라 방문할 기회가 있어 와 봤더니

이전에 비해 너무나 많은 것이 변해있고..

 

증개축이 있었는데다가

조경도 정비되었고

게다가 계절까지 5월이라..

그 아름다움은 기대 이상이었다.

 

 마창진 인근지역에서 그 역사와 규모와 풍광에 있어서 단연 독보적이라해도 무리가 없겠다 

 

그래서,

이날은 혼자 나서는 길이라 카메라를 챙겨서 포스팅 욕심을 내어본다.

 

 

 우선 주차장에 차를 파킹하고는 입구로 들어서는데

어디선가 향그런 냄새가 바람결에 실려온다

 

주변을 살펴보니 박하꽃 비슷하기도 한 풀잎들이 길가에 군락으로 자라고 있다. 향이 좋은 풀이다.

 

 

 

 풀섶을 헤치고 윗길로 올라가니 부처님에게로 이르는 길이 밝게 빛나고 있다

 

 

 입구에 '부처님 진신사리탑 공덕비문'이 세워져 있고.. 

 '佛母山'과 '聖住寺'의 어원에 대한 내력이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불모산 성주사는 가락국의 시조인 김수로왕께서 부인인 허황후와 함께 인도 아유타국에서 오신 장유화상이 머물도록 지어드린 가야시대의 고찰입니다.

佛母山 이란 가락국의 불교가 처음 시작된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허 황후의 일곱아들이 출가하여 득도한 산이라 하여 불리어진 이름이다.

聖住寺란 인도에서 오신 성인이 머문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일설에는 애초에 절 이름이 곰절이었다고도 한다. ..이후생략"

 

 

불모산 장유사 역사 장유화상이 지은 절이라하여 주변에선 이 절이 오래된 절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장유사와 성주사를 왔다갔다 하였나보다.

어쨋던 고찰은 고찰이다.

 

 

 

 

그러나 절 입구로 들어서면 그렇게 고찰같은 느낌은 들진 않는다.

고찰이 갖는 고색창연함보다는 오히려 한국적인 성이나 훌륭한 정원에 와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다 같은 2000년 고찰임에도 장유사와 비교해보면 성주사가 훨씬 모던하고 장식적이다.

그리고 규모도 훨씬 커졌다.

왜 그럴까..?

역시 사찰도 접근성에 영향을 받는 것일까?

 

 

 

접근성이 좋으면 신도도 많아질 것이고

신도가 많아지면 공양금도 많아지고 변화에 대한 요구도 많아질테지..

 

 

 

 

위로 올라가보니

사찰입구에 연못이 조성되어 있고,

연못가장자리로 난 산책길 양편으로 보라색 창포가 한창 예쁘다.

 

 

 

연못가에는 두루미 두 마리가 서로를 의지하며 서 있고..

 

 

 

 연못과 5월의 신록과 돌담이 최고의 운치를 보여준다. 

 

 

 벽안의 외국인조차도 5월의 한국사찰에 반하여 인증샷을 남기기도 하고..

 

 

 

 몇년전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나의 기억에는 이 돌계단이 없었는데..

 

 

 

 돌담을 보니 최근에 증축불사가 있었나보다..

 

원래 있던 건물들과 그리고 주변의 자연을 전혀 거슬러지 않고 조화를 잘 이루면서

정돈된 전통미를 추가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이전에 이 절에 대해서 가지고 있었던 나쁜 이미지들마저 완전히 사라지게 할만큼 아름다운 형식미를 보여준다.

 

 

 

 돌계단 위쪽에서 내려다본 모란 정원과 사각 연못..

 

이 연못과 정원은 다소 서구적인 냄새가 난다. 분수까지..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잘 어울린다. 직선의 돌계단 아래로 원형의 연못을 팔 수는 없는것 아니겠는가..

 

 

 

 돌계단을 올라가니 맞은편으로 전체 사찰의 규모에 비해서는 다소 아담해보이는 '대웅전'이 단위에 서 있다.

 

역시 문살이나 처마아래 빛바랜 단청이 새로이 지어진 건물들과는 차별된다

 

그런데 여기 서서 보니..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 본당 마당이 너무 작다는 느낌이다. 

 

모든 것이 다 좋을 순 없으나..

돌계단을 조성하는데 너무 많은 대지를 써 버렸는지 본당 마당이 너무 작아서 다소 갑갑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뒤편을 올려다보면 5월의 신록이 무르익고 있고..  좋다~

 

 

 

'안심료'

no entrance~, 스님들 수행처인가??

 

정원이 참 소담스럽다.

 

 

 

 낮으마한 담벼락과 계절의 꽃들이 잘 어울어지고..

 

 

 

 안심료 건너편 '설법전'에서는 1박2일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절하기 교육을 한창 진행중이다. 

 

 

 좋은 계절에 향그러운 곳에서 좋은 인연을 만들기 위하여 참여한 참가자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설법전 오른편을 휘돌아가니 '지장전'에서는

스님의 불경소리에 맞추어 신도들이 열심히 기도를 하고 있다.

 

 

 

...

 

 

 본당 아래쪽으로 내려오니 과거 불교용품을 판매하던 '마야원'과 '고란야'라는 찻집 건물이 운치가 있다.

 

그 옆으로 '精窩堂'이라는 아담한 움막집이 하나 있다.

말로는 움막집이지만 실제로는 조용한 사랑채같은 곳이다.

 

퇫마루에 앉아 지나가는 바람소리와 계곡의 물소리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가끔씩 바람결에 흔들리는 풍경소리에 귀기울이고 있노라면

세속의 모든 근심걱정은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만다는..

 

 

 

뒤켠으로는 창포와 모란이 자연스럽게 흐드러져 있고..

 

 

정와당과 창포

 

 

정와당 뒤뜰에 활짝핀 함박꽃

 

나에게 성주사를 안내해준 그 분이 '정와당'에 대해서는 포스팅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자기만이 아는 공간으로 두고 싶다는..

 

왜 그런 욕심이 생겼는지를 알겠다.

 

 

 

 

늘, 기대치 않은 여행길에서 보석을 만난다.

 

성주사는 원래 앉은 자리가 명당인데다가

그 동안 정성들여 가꾸어온 주변의 숲과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다.

 

5월이 가기전에 한번쯤 들러본다면 좋은 추억의 장소가 하나 더 추가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마음의 소요로부터 탈출하고 싶다면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