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참 귀한 곳을 다녀왔습니다.
가야건국시조 김 수로왕의 부인인 허 황옥 황후가 어머니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하여 창건했다는 '모은암'
김해에 산다고는 하나 가까운 곳에 이렇게나 아름다운 고찰이 있는 건 몰랐습니다.
김해는 가야문화권이라 가야와 관련된 유적들이 제법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아는 주변의 사찰들은 주로 신라 시대 사찰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가야 고찰이 하나 둘 눈에 뜨이기 시작합니다.
불모산 성주사, 불모산 장유사, 그리고 오늘 알게 된 모은암, 부은사..
그리고 아직은 가보지 못했지만 오늘 얻은 정보에 의하면 해은사, 자은사도 비슷한 시기에 창건된 가야고찰이랍니다.
가야 고찰은 거의 모두가 허황옥 황후와 관련이 있는 듯 합니다.
오늘 들러게 된 모은암은 김해와 밀양의 경계지역인 생림 무척산 중턱에 위치해 있습니다.
오늘의 원 계획은 무척산 하이킹이었습니다.
근데, 지도를 보니 코스중간에 모은사가 있습니다.
언젠가 김해지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언뜻 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일부러 들러보았습니다.
근데, 이거 대박입니다.
아담한 사찰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습니다.
무척산 입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는 군데군데 세워져 있는 이정표를 가이드삼아 올라가면
재미없는 콘크리트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모은암'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무척산이 해발 700m가 조금 넘은 높이인데
모은암은 비교적 산자락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주변에는 벌써 나뭇잎에 단풍이 들기 시작하고 있어서 역시 가장 먼저 축복받는 지역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어, 근데 입구부터 공사가 행해지고 있습니다.
공사하는 아저씨가 절 아래쪽에서 저 큰 돌멩이를 짊어지고는 올라가십니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사찰에 오를 때 마다 늘 궁금했습니다.
이런 곳에 절을 지으려면 이 재료들을 어떻게 공급해서 어떻게 지을까..?
오늘 저 아저씨 일하는 걸 보니,
그 옛날에도 저렇게 지을 수 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석공들이 재료들을 일일이 하나하나 어깨에 지거나 지게에 짊어져서 나르는..
인공대리석도 아닌 일반 자연석을 이용하여 계단참을 저렇게 똑 같은 높이로 맞추기란
웬만한 정성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듯 싶습니다. 계단참이 반듯반듯하니 정갈합니다.
옛날 전통적인 방식으로 돌계단을 저렇게 하나하나 정성들여 쌓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참 따뜻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그래서 공사하시는 분에게 '수고많으십니다' 인사를 하니 그분 말씀이 더 고맙습니다.
'먼지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아~,
비록 돌계단 놓는 일을 하시긴 하지만 마음은 불심으로 가득하신 분이십니다.
계단을 올라가니 조그만 암자가 나옵니다.
사찰은 큰 암벽을 배경으로 하여 암반위에 세워진 것 같습니다.
무척산이 원래 바위산입니다. 그래서 유명한 바위도 많이 있습니다.
대웅전 앞마당의 '모암바위'도 유명한 바위입니다.
이 바위가 모은암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모암바위 또는 어머니 가슴바위'입니다.
대웅전 앞 마당에 이런 연꽃모양의 석물이 있어서 찍어오긴 했는데..
도대체 용도를 알 수가 없습니다. 혹, 낙숫물 받이인가 해서 올려다보니 처마끝하고 위치도 맞지 아니하고..
..뭘까??
대웅전 문을 살짝 열고 들여다보면 불상이 3개가 놓여있는데, 다른 사찰에 비하여 크기가 매우 작습니다.
설명에 의하면,
이 아미타여래좌상은 조선후기에 제작된 불상으로 좌대까지 합하여 그 높이가 55.7Cm밖에 되지 않는 매우 아담사이즈 불상으로
경상남도 문화제 475호로 지정되어 있답니다.
문앞에서 문안여쭙고는 '모은암'이라 쓰여있는 암자쪽으로 몸을 돌려봅니다.
모은암 뒤꼍으로 돌아가니 거대한 암벽 아래쪽으로 '관음전->' 표시가 있습니다.
바위에 붙은 고사리는 가을 옷을 이쁘게 입고 있습니다.
이 바위 아래쪽으로 이런 동굴 형식의 관음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전 방송에서, 이 곳이 허 황후가 어머니의 은혜를 그리며 기도를 하던 곳이라 소개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복전함 바로 윗단 양쪽으로 세워져 있는 입석이 바로
허왕후가 인도에서 가져온 돌멩이라는군요??
다시 앞 마당으로 나옵니다. '모은암' 맞은편 방향입니다.
'모음각'이라는 종루가 있고,
그 위쪽으로는 '산신각'과 '칠성각'이 각각 암벽하나씩을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바위틈새의 암반위에 앉은 조그만 '산신각'..절묘합니다
저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 바위틈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합니다.
느낌이 참 독특하고 재밌습니다.
좁은 암벽틈새 계단을 올라가니 아주 조그만 미니 산신각이 그 위에 앉아 있습니다.
산신각이 아주 앙증맛습니다.
산신령님의 방이 이렇게 분위기 있는 전각은 또 처음 봅니다.
조그만 창을 통해서 들어오는 전경이 무척 좋습니다.
보통, 산신령님을 모시는 산신각은 조금 무서운 느낌이 드는데..
이 곳은 마치 초당 같은 느낌이 듭니다.
차 한잔 앞에 놓고 저 창을 향하여 바깥을 내려다보면 세상에 모든 평온과 고요가
다 내 속으로 들어올 듯 합니다.
산신각 앞에서 내려다 본 본당 풍경입니다.
각 전각들의 위치는 서로가 서로를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참 절묘하단 생각을 해 봅니다.
산신각에서 내려다본 모음각 지붕..
산신각에서 내려다 본 모음각..
산신각 내려오는 계단에서 바라본 모음각
이 절에는 정식 신도들보다 등산객들이 더 자주 드나든다고 합니다.
위치상 일부러 여기까지 오기는 힘들고..
산에 오는 길에 들러는 것이지요. 게다가 굳이 신도가 아닐지라도 잠시 쉬었다가기에 좋은 위치이기도 하고..
들러서 커피한잔의 여유를 즐길수 있도록 절에서 커피 공양을 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마실 수 있도록 모음각 옆에 커피를 비치해두고 있습니다.
모음각 뒷편으로 또 하나의 암반전각이 보입니다. 바위틈에 놓여있는 기왓장에 '칠성각'이라 쓰여 있군요.
칠성각 올라가는 계단에는 왜 저렇게 촌스럽고 차가운 스틸 손잡이를 설치해 두었을까요..?
목재나 다른 친자연소재를 쓰면 좋을텐데..
올라가보니 역시 전망이 좋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전각과 주변 자연의 조화도 참 좋습니다.
주변의 나무들이 모두 낙엽수라서 그런지 그렇게 어울어지는 모습이 참 유연합니다.
..
모은암, 모은암..
이름도 좋고, 절도 예쁜..
그리고 주지 스님도 좋으시고..
혼자서 절에 반해서 왔다갔다 하다가
주지스님께 절의 유래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다고 여쭈었더니..
대충 앞에서 이야기한 일반적인 이야길 하시면서
인근에는 허황후가 아버지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하여 지은 절도 있다는 말씀을 덧붙이십니다.
그것이 어디에 있냐고 물었더니 '삼랑진'에 있다네요..
마음이 훅~ 동합니다.
어떡하던 오늘 '부은사'까지 끝을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느긋하던 마음이 그제서야 급해지면서 급히 '모은암'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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