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라는 나라는 참 묘한 나라이다.
팩트로 말하자면 참 까칠한 국가이고 냉정한 인간들이 살아가는 땅덩어리인데
이상하게 묘한 중독성이 있는 국가이다.
내면이 건조하다 싶을 때 찾게 되는 영화가 프랑스 영화라는 점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래서 찾다가 눈에 들어온 영화 '적'
제목만 봐서는 그닥 댕기지는 않는데
맨 앞에 표기된 남주인공 이름에 끌렸다. 다니엘 오떼유~
그리고 프랑수와 클루제 등 친숙한 이름들이 시선을 끈다.
일단 보자~
제목과 스틸컷을 보고는 일단 스토리를 추측해 본다.
어떤 범죄사건에서 다니엘 오떼유와 프랑수와 클뤼제가 직업상 또는 어떤 사건에서 대립관계로 나오는 이야기인가?
그러나 전혀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스토리는 너무나 평범하고 평화롭고 프랑스 중상류층 사회의 평범한 삶과 일상을 그리고 있다.
장 마크 포레 역을 맡은 다니엘 오떼유와 뤼끄역을 맡은 프랑수와 클뤼제는 대학시절에 만나
지금까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가장 절친관계이고
둘 모두 의대를 졸업하여 장 마크 포레는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세계보건기구에서 심장학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고
뤼끄도 개인 개업의로 삶에 큰 어려움없이 하루하루를 평화롭고 안정되게 살아가고 있다.
주말이면 가족끼리 또는 부부끼리 만나 즐거운 시간을 즐기고
더 없이 행복한 가족들이다.
다만 중반부 넘어가면서부터 뭔가 약간 불안한 화면이 사이사이 끼어든다.
아니 처음부터 뭔가 불협화음같은 장면이 끼어들었지만
과거의 행복했었던 일상에 대한 회상씬이 오히려 지배하고 있어서 그것이 문제상황일 것이라는 짐작 자체를 하지 못했었다.
영화가 끝나기전까지는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도록 연출되어 있다.
영화는 끝나기전에는 끝난것이 아니다.
마지막 씬에 가서야 그동안 씬 중간중간에 숨겨져있었던 이야기들이 드러나면서
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완전히 밝혀지게 되는데..
더 충격적인 것은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을 극화한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이 사건을 경험한 주변인들의 충격은 얼마나 컸을까?
내 주변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생긴다면 나는 그를 어떤 시선으로 보게 될까..?
산다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그는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인간이 자신과 타인을 속이고 살 수 있는 한계선이 어디까지일까?
누군가 그를 비난하거나 욕할 수 있을까?
연기자의 연기없이
이 사건의 팩트로만 듣게 된다면 이건 엄청난 사회적 범죄이다.
그래서 제목도 L'Adversaire (The Adversary)였다.
'적'이란 제목으로는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내용이다.
내용에 좀 더 적합하도록 번안한다면 오히려 '악마'로 해석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다음
나는 충격은 받았었고 도무지 주인공이 한 행동에 대해서는 이해를 할 수가 없었지만
그 충격적인 사건을 일으킨 주인공에 대해서는 비난을 하기 보다는 오히려 연민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것은 솔직히 말해서
다니엘 오떼유의 연기 때문이었다.
영화를 보고 난 다음
내 기억의 잔상에 남아있는 것은
외로움으로 가득 차 있는 다니엘 오떼유의 모습이었다.
그는 부인과 있을 때도 가족과 있을 때도 친구들과 있을 때도 언제난 혼자인듯 했다.
충격적인 범죄를 저지르긴 했지만
혼자서 모든 비밀을 안고 갈려 하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범인에 대한 감정이입까지 하게 만드는..
진정한 명배우의 연기였던 것이다.
다니엘 오떼유
그가 찍은 영화가 약 55편 정도 된다하는데
그 중에 내가 본 것은 5편 가량 될까말까..
모든 영화에서 그의 연기는 나의 마음을 빼앗아 가버리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별 말없이 보여주는 그의 내면의 외로움은 정말 압권이었다.
전형적인 파리지엥의 외로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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